[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 정관을 위조하고 주보를 새로 만들어 6억 5000만 원을 대출받고, 그중 3억 원을 퇴직금으로 챙긴 대전 노은침례교회 김용혁 목사. 교인들은 김 목사의 퇴직금 정산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감사를 실시하던 중,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 아동 센터와 노인 요양 시설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용혁 목사는 2018년 12월 정기 사무처리회에서 "굉장히 부도덕한 방법이지만 사무처리회가 통과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며 정관·주보를 새로 만들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사실을 인정하고 교인들에게 사과했다. 사무처리회 현장에서, 교인들은 '은혜롭게' 끝내기보다는 이참에 교회 재정 전반을 돌아보자며 감사를 제안했다. 교인 전원이 박수로 동의했다.

노은교회 교인들은 2019년 1~3월 감사에 들어갔다. 먼저 노인 요양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교인들이 김용혁 목사 퇴직금 중간 정산을 문제 삼아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김 목사는 아내 임 아무개 씨를 시설장으로 임명해 2012년부터 2018년 말까지 1억 4000만 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하고 4대 보험까지 처리했다. 교인들은 임 씨가 상근으로 근무하지 않았다며 명백한 '부정 수급'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목사 장모(임 씨의 어머니)가 6년간 시설을 이용했는데, 총 2000만 원 상당의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요양 시설이 이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노은교회 전 부목사 아내를 조리원인 것처럼 가장하고, 조리원 몫으로 나오는 급여(보조금)를 김 목사 부부 계좌로 이체했다고도 했다. 이 돈은 2017년 2월부터 2018년 말까지 약 2900만 원이다.

지역 아동 센터는 회계 자료를 제출받지 못해 감사를 실시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내부 고발자 민원 제기로 일부 사실이 드러났다. 교인들은 김용혁 목사가 지역 아동 센터에 교회 부목사 또는 지인 목사를 명목상 센터장으로 앉혀 놓고, 월급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고 주장했다. 실질적 센터장은 노은교회 부교역자로 있는 김 목사 동생 김 전도사였다고 했다.

대전 유성구청은 최근에도 지역 아동 센터에 문제가 없는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9월 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미 조사를 한 건 맞다. 현재 처분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에 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9월 2일부터 5일까지 노인 요양 시설을 찾아 조사했다. 30일 내 처분 결과를 정리하고 구청에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김용혁 목사가 노인 요양 시설과 지역 아동 센터에 직원 허위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횡령죄를 저질렀다며, 이 부분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교인들은 김용혁 목사와 아내 임 씨가 2018년 3월 도안신도시에 있는 한 건물을 11억 원에 매입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이 부동산의 자금 출처까지 의심하고 있다.

노은침례교회가 비전 센터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 요양 시설과 지역 아동 센터에서도 보조금 부정 수급 의혹이 불거졌다. 유성구청과 건강보험공단은 각 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 목사 "횡령은 천부당만부당
사람 구하기 어려워 그런 것
통장 내역 다 검찰에 제출했다"

김용혁 목사는 9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횡령했다는 소리는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인들이 지적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했다. "지역 아동 센터장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구해지지가 않더라. 그래서 아는 분을 불렀다. 처음에는 잘했는데, 이분이 연세도 있고 하니까 11시에도 나오고 12시에도 나왔다. 그러니 누가 '상근이 아니다'며 내부 고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 월급 일부를 되돌려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센터장 목사가 후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센터장) 목사님이 아이들을 보고는, 자기가 받는 월급 일부를 후원하고 싶다고 우리 통장에 넣은 거다. 그 자료 다 있고 검찰에도 냈다. 내가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이 일로 700만 원 환수 조치 및 지역 아동 센터 100일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노인 요양 시설 조리사 부정 채용 의혹도 시인했다. 김용혁 목사는 "당시 법이 강화되면서 조리사를 한 명 더 채용해야 했다. 갑자기 채용하기가 어려워서 부목사 아내를 썼다. 시설 이용 인원이 20여 명밖에 안 되는데 조리사를 두 명 쓰기는 그래서 원래 있던 사람에게 돈을 더 주고 혼자 일하게 했다. 부목사 아내에게는 4대 보험만 처리해 줬다. 가끔 와서 설거지나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번 일로 감사가 나와서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갔다. 시설이 폐쇄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횡령 의혹은 완강히 부인했다. 김 목사는 "나에게 횡령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검찰에 10년치 통장 다 복사해서 갖다 냈다. 건물 산 것도 뭐가 문제인가. 퇴직금 중간 정산한 3억 중 3000만 원은 십일조 냈다. 나머지 돈은 융자를 받아서 내 돈으로 건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9월 5일, 사실 확인을 위해 김용혁 목사 동생이자 지역 아동 센터장 김 전도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김 전도사는 "지금 운전 중이라 통화할 수 없다. 6시 이후 다시 전화를 달라"며 끊었다. 이후 그는 무슨 용건인지 메시지를 남겨 달라고 했다. 기자는 6시 이후 김 전도사에게 다시 전화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노은교회 교인들은 이번 기회에 교회 내 불투명한 재정 사용 내역이 다 드러나고, 김 목사가 교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인은 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노인 요양 시설을 감사하는 데도 힘들었고, 그나마 지역 아동 센터는 감사하지도 못했다. 내부 고발 덕분에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감사한 결과 약 1억 원이 어디로 갔는지 찾지 못했다. 검찰이 금융거래 내역을 다 보고 문제를 밝혀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던 중 화재로 돌아가셨다는 교인 이야기도 사실이다. 그 가정은 열심으로 섬기던 분들이었다. 김 목사가 이 얘기를 설교 시간에만 대여섯 번 했는데, 그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발장 영화에서 자베르 경감이 자살하는 장면, 가룟 유다가 자살하는 장면도 영상으로 틀어 주곤 한다. 결국 목사 대적하면 죽는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자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하나님을 도구로 삼는 것에 분개하는 교인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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