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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발견했으면 데려와야죠" 2차 심해 수색 요구하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
박성백 일항사 어머니 윤미자 씨 "2년 반이 지나도록 아들 생사 확인 못 해"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9.06 09:56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피켓 위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 9월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후문 앞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재개와 블랙박스 훼손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이 담벼락에 기대어 있었다. 주황색 점퍼를 입은 중년 여성이 우산을 쓴 채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등에는 'Hope For Stellar Daisy'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박성백 일등항해사 어머니 윤미자 씨다.

윤미자 씨는 피켓 하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피켓에는 하얀 제복을 입은 앳된 청년 모습이 있었다. 아들 박 씨가 20여 년 전 해양대를 졸업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윤 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나서는 사진에 묻은 빗물을 닦아 냈다. "어쩌다 네가 여기까지 와서 비를 맞고 이러고 있니."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후문 앞에서 기도회를 연다.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매번 돌아가며 기도회를 인도한다. 종교 시설도 광장도 아닌 관공서 앞에서 가족들이 피켓을 펼치고 기도를 올리는 것은 외교부에 2차 심해 수색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윤 씨와 인우 스님, 시민 3명이 26차 기도를 올렸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후문 앞에서 기도회를 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뼈를 발견했으면 데려와야죠."

기도회 시작 전, 잠깐 윤미자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윤 씨는 올해 2월 실시한 침몰 해역 1차 수색 결과에 답답함을 쏟아냈다. 가족들이 2017년 3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고 나서부터 국회와 외교부·해수부를 설득해 겨우 성사된 일인데, 너무 허망하게 끝났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수색에서 기대했던 결과는 거의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해 수습과 블랙박스 복원, 수중 촬영 3차원 스캐닝, 이 세 가지는 필수예요. 그런데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특히 외교부 관계자는 7월 심해 수색 평가 공청회에서, 가족들이 유해 수습을 요구하지 않아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유해를 보면 데려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초 수색 업체와 계약한 내용을 알려 달라는 가족들 요구를 거부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정부는 공청회에서 1차 수색이 "미진했다"고 인정했다. 블랙박스를 수거하긴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파손으로 7%밖에 복원하지 못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2차 수색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교부나 해수부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윤 씨는 지갑 속에 아들의 결혼 사진과 명찰을 넣고 다닌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던 날 아침, 윤미자 씨는 아들 박 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박 씨는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는 조카 안부를 물었다. 그는 평소 동생들과 조카들을 살뜰히 챙기는 아들이었다.

"사고가 난 지 2년 6개월이 지났어요. 그런데도 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세월이 약이라고요? 천만에요."

윤 씨는 기도회가 있는 화요일과 목요일뿐 아니라 평일마다 광화문으로 출근한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수색 재개를 위한 서명을 받는다.

"지칠 때가 많아요. 남편과 제 나이가 벌써 71, 65예요. 그냥 뻗어 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만약에 우리 아들이 정말 어딘가에 생존해 있다면, 지금 이 시간 얼마나 힘들까. 그 아이는 손재주가 뛰어나서 맥가이버라고 불렸거든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구명벌을 타고 탈출했다면… 그런 생각하면 우리는 힘들지 않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려요."

주말이 되면 윤 씨는 친구가 다른 일에 집중해 보라며 빌려준 텃밭에서 작물을 기른다고 했다. 주말 광화문광장을 점령하는 태극기 부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나름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올해는 남편과 옥수수·고구마·콩 등을 심었다. 하지만 그리움과 울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멀쩡히 농사짓다 뙤약볕 아래서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쏟을 때가 많았어요."

윤 씨는 아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족들이 지난한 투쟁을 이어 갈 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이들을 찾아왔다. 화요일·목요일 정기적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도회는 매번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천수경·약찬게·반야심경 등 경전을 반복해 읽는다. 가족들 중에는 종교가 다른 사람도 있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기도회에 참석한다.

"정말 신이 있다면 제 간구를 꼭 들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요. 아들이 살아 있다면 속히 제게 보내 주고, 만약 죽었다면 아프지 않은 평안한 곳으로 인도해 달라고요."

윤 씨는 지금도 아들 사진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죽을 것처럼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매일 아들 사진을 들고 거리로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점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들을 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아들 사진을 응시하는 것보다 괴로운 건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이대로 유야무야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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