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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조국과 교회 세습
계급과 특권에 분노하는 교회를 보며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9.09.05 20:05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쏘아 올린 건 한국 사회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만 해도 조국 후보자 딸과 비슷한 또래지만, TV를 틀면 나오는 세계 선도 인재 전형이니, AP 점수니, SCI급 논문이니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외국어고를 다니면 내신 5등급도 모의고사 만점을 받는다는 것도 남의 나라 얘기다. 생각지도 못한 별천지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성골' 대접을 받았던 때가 있었으니, '목사 아들'로서 신학교를 다닐 때다. 신학교에는 목사 자녀(PK)는 '성골', 장로 자녀는 '진골', 이하 평신도 자녀는 '6두품', 무교 혹은 타종교 자녀는 '해골'이라는 유명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형 교회 PK가 성골', '부모 모두 목회자 집안이어야 성골' 등 여러 버전이 있지만 'PK=성골'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 기준에 따르면 나는 성골이다.

물론 나는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성골이라는 자의식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일가족이 곧 전 교인일 때도 있었고, 학창 시절 전학만 5번에, 섬 생활만 7년, 스타렉스 타는 게 싫었고, 아파트에 한번 살아 보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비성골'들이 보기에 목사 자녀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면접관 교수와 응시자 아버지가 신학교 동기라는 이유로 "아버지 잘 계시냐"고만 묻고 면접이 끝났다는 전설 같은 얘기는 매년 회자됐다. 학기 중에는 'XX학번 자녀 모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고, 그 학번 교수님이 나타나 밥을 사 주곤 했다.

성골 아닌 친구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은 컸다. '장학금 차별'이 대표적이다. 목사들은 세금도 내지 않으니 소득 분위가 낮다는 이유로 국가 장학금 전액을 주고(종교인 과세 시행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부모가 사업하다 빚을 잔뜩 졌지만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장학금도 거의 안 나온다는 것이다. 선배 목회자들은 이따금 "어려운 PK 돕는 데 쓰라"며 학교에 'PK 전용 장학금'을 기부했다. 같은 교회에서 나고 자란 목사님 아들은 교회 후원을 받아 외국으로 유학 가는데, 자기는 알바해서 겨우 학부나 졸업한다는 얘기에는 할 말이 없었다.

사정은 신학교를 나온 후에도 비슷했다. PK들은 자연스럽게 부모 교회에서 사역하거나, 부모의 신학교 동기 혹은 지인 목회자 교회를 찾아가는 등 인맥에 기반해 임지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물론 스스로의 앞길을 개척하는 PK도 적지 않다). 부모가 노회장이나 감독, 어디 신학교 이사라도 되면 더할 나위 없다. 벌써 변칙 세습(?)을 준비하는 선·후배들도 있다.

부모 덕 보기 힘든 이들은 스스로 임지를 찾아야 했다. 그들 역시 지인 추천으로 교회를 찾곤 했지만, 얻게 되는 정보의 질은 천지 차이다. 비성골 출신 친구들 중에는 농담조로 "아버지 언제 은퇴하시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남의 아버지 안부가 궁금할 리는 없고, '임지 청탁성' 질문이다. 특출할 것 없는 시골 작은 교회라도 어디냐면서.

"아들이 후임자 되어 성장하는 교회 얼마나 많은가." 명성교회 세습을 옹호하는 진영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조국 일가의 계급적 특권에 온 나라가 뒤집어지는 것을 보면서, 목사 아버지를 둔 특권을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세습은 특권 문제다. 세습 교회들은 말한다. '민주적으로 투표를 거쳐 아들 목사를 청빙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아들 목사는 비성골 출신과는 기회, 과정, 결과가 모두 다르다.

세상이든 교회든 계급과 거기서 비롯한 특권은 사라져야 한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목사와 교인들이 조국 후보자 사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어떤 이중성이 느껴진다. 교회 세습을 반대해 온 사람들 입에서 조국 후보자 딸의 특권이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때 그렇다.

조국 후보자에게 사퇴하라며 거품 무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특권'에 그렇게 화가 나는데, 교회 세습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가? 일례로 여기저기 논평하고 다니는 한국교회언론회가 조국 후보자에게는 사퇴를 촉구하면서, 명성교회 세습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꼴이 그렇다. 교회 세습에도 온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처럼 난리 한번 피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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