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전시기독교연합회 회장, 한국침례신학원 이사를 지낸 지역·교단 중진 목회자가 교인들 몰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것이 들통나 교회가 분쟁을 겪고 있다. 대전 노은침례교회 김용혁 목사는 올해 5월,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노은침례교회를 개척해 33년간 목회해 온 김용혁 목사는 은퇴를 3년 앞두고 있다. 은퇴를 얼마 남겨 두지 않았는데 교인들 몰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이유는 '종교인 과세' 때문이었다. 2018년 1월 1일 시행에 앞서, 과세를 피할 의도로 2017년 12월 부랴부랴 정산한 것이다.

김용혁 목사는 2017년 12월, 교회 비전센터 건물을 담보로 6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 가운데 3억 5000만 원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고 나머지 3억 원은 퇴직금으로 가져갔다. 교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3억 원 중간 지급에 관해 사무처리회(침례교회의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았고, 김 목사도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교인들은 반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계기는 '세습' 의혹이었다. 2018년 6월부터, 교인들은 2년 전 노은교회 부목사로 부임한 김 목사 아들이 세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용혁 목사는 세습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교인들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갈등이 불거지며, 교인들은 교회 재정에서 3억 원이 마이너스인 점을 발견하고 김 목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2018년 10월 14일 임시 사무처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용혁 목사는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사실을 고백하며, 교인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도로 내놓겠다고 했다. 교인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김 목사가 단순히 교회 재정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3억 원을 가져간 것으로만 알았다.

사무처리회 두 번째 안건은 "오늘 회의 이전까지 교회에서 집행한 사항에 관해 담임목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였다. 마치 김 목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한 교인이 "지금까지 형사처벌 또는 법적 책임을 질 만한 일을 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김 목사는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김용혁 목사가 33년 전 개척한 노은침례교회는 한때 500여 명이 모였던 중형 교회였다. 김 목사는 교단 해외선교회 이사장, 침례신학대학교 이사, 대전시기독교연합회 회장 등을 지낸 중진 목사다. 퇴직금 논란을 겪으며 절반에 가까운 교인이 교회를 떠난 상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 몰래 정관·주보 고쳐 대출
항의하자 "세금 피하려" 실토

임시 사무처리회 두 안건은 모두 통과됐지만, 아무래도 두 번째 안건이 이상했다. 교인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용혁 목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정관과 주보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 목사가 은행에 제출한 교회 정관·주보는 원본과 달랐다. 원래 교회 정관에는 "본 교회 재산의 변동은 사무처리회 결의로 시행한다"로 나와 있는데, 은행에 제출한 정관에는 "본 교회 재산의 변동은 사무처리회 임원의 결의로 시행한다"로 바뀌어 있었다. 김 목사는 자신과 총무, 서기, 감사 등 4명의 인감증명서만 제출했다.

그는 은행에 교회 주보도 새로 만들어 제출했다. 2017년 12월 17일 자 주보 교회 소식란에 "노은교회는 사무처리회에서 담임목사 퇴직금을 정산하기로 결정하였으나 교회 재정이 부족해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는 문구를 삽입해 10여 부만 인쇄했다. 원래 그 주 주보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은행은 정관과 주보를 보고 이를 근거로 6억 5000만 원을 대출해 준 것이다.

뒤늦게 전말을 파악한 교인들은 김용혁 목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김 목사는 2018년 12월 열린 사무처리회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교인들 앞에서 사과했다. 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 때문에, 2017년 말까지 서둘러 퇴직금을 받으려다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작돼서 퇴직금에 30%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2017년 말부터 목사님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게 주된 안건이었다. 그래서 중간 정산을 했다. 법적인 범위 내에서 세금을 적게 내는 건 탈세가 아니라 절세라고 생각했다. (중략)

나도 중간 정산을 하면 좋을 것 같아 교회 재정부에 얘기하고 진행했다. 그런데 서류가 미비한 상태에서, 2017년 12월 이전에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면 결국 (2018년으로 넘어가니) 30% 세금을 내야 하는 압박이 있었다. 이미 (연말) 사무처리회는 끝나 버렸고, 다시 열 타이밍을 놓쳤다. 대출 서류는 준비해야 해서 굉장히 부도덕한 방법이지만 사무처리회가 통과된 방법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그래서 은행에 냈다.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사과를 드린다."

김 목사는 2018년 12월 사무처리회에서 "부도덕한 일을 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교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들은 김 목사에게 항의하며,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노은교회는 운영 중인 노인 요양원과 지역 아동 센터까지 감사를 실시하고, 2019년 1월부터 매월 교회 재정 사용 내역을 상세하게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교인들은 김 목사가 "교회 안에 신천지가 있다"면서 이단 몰이를 하는 등,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도록 종용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장과도 수시로 마찰을 빚고, 감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분개한 감사위원장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김 목사를 찾아와 항의한 일도 있었다. 감사위원장은 김 목사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갈등이 계속되자, 교인들은 김 목사가 불법으로 6억 5000만 원을 대출하고, 퇴직금도 임의로 3억 원을 가져갔다며 사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출석 교인 300여 명 중 56명이 고소에 동참했고, 200명이 김 목사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교인들은 고소장에서 "목회자로서 하나님 말씀에 따라 교회 재산을 성실히 보존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사리사욕으로 재산 손실을 가하고, 개인 이득을 취했다"면서 김 목사를 엄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목사 "33년 전 개척해 전 재산 바쳐
3억 원 가지고 문제 삼아
하나님이 개입해 심판하실 것
판례상 무혐의 예상"

김용혁 목사는 기자에게도 교회 내 신천지가 있다며 교회를 흔드는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9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회 사태도 다른 교회 수순처럼 그대로 가는 것 같다. 다른 교회를 보면 목사 재정 가지고 문제 삼기 시작하다가, 온갖 비리 들춰내다가, 형사 고발 들어가고, 피켓 시위하다가 언론에 뿌린다"고 했다. 기자 전화를 받고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무혐의를 확신했다. "검찰 조사만 네 번 받았다. 판례를 보니 무혐의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교회가 주보를 1000부씩 만들어서 전도지로 쓴다. 그런데 전도지로 주는 주보에 '담임목사 얼마 준다'고 실으면 덕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900부는 원래대로 인쇄하고 10여 부에만 그 내용을 넣은 거다. 그렇지만 주보 발행인, 최종 책임자는 담임목사 아니냐. 발행인이 주보 마음대로 바꾸는 게 무슨 잘못이냐. 그래서 그것도 무혐의가 나올 것이다.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이 제기한 세습 의혹도 부인했다. "아들이 서울에 있다가 몸이 좋지 않아 부목사로 내려왔다. 당시 공교롭게 명성교회 사건이 터지면서, 교인들이 아들 내려온 것을 민감하게 생각하더라. 그래서 후임 안 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정관도 바꿨다"고 말했다.

교인들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도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기도만 했다. 근데 (문제 제기한 교인의) 그 집에 불이 나서 부인과 대학교 4학년 아들이 불에 타 죽었다. 내 목회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이 이렇게 개입하고 심판하시더라. 지금도 속이야 타들어 가지만 예수님 마음 가지고 긍휼과 인내를 생각하며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은교회를 33년 전 개척했다. 11년 기업에서 일하고 남은 돈, 아내가 24년간 공무원 생활하며 얻은 퇴직금 다 바치고 희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퇴직금을 산정할 때 재정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6억 5000만 원을 책정했다. 그래서 이 가운데 3억을 중간 정산한 것인데 이걸 가지고 교인들이 계속 문제를 삼는다. 많은 돈도 아닌데 3억 때문에 이 수모를 겪어야 하느냐"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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