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대가 날이 갈수록 시끄럽다. 매각설에 이어 '교수직 매매' 의혹까지 불거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평강제일교회(이승현 목사)와의 관계를 밝혀내고 매각 의혹을 폭로한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대한신대·황원찬 명예총장) 총학생회와 직위를 해제당한 교수들이 이번에는 '교수직 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신대 전 교수들이 학교에 거액을 빌려주고 교수 자리를 꿰찼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에도 황원찬 명예총장이 관련돼 있다. 대한신대 교수가 된 이들 중 일부는 황 총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학교가 어렵다"는 황 총장 말을 듣고 거액을 선뜻 내놓았다. 나중에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1인 시위를 하거나 황 총장과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래전부터 황 총장과 관계를 맺어 온 A 목사는 학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돈을 빌려줬다. 2011~2014년 7회에 걸쳐 3억 원을 지원했다. 0.6% 이자를 받기로 하고 공증까지 했다. 황 총장은 학교 차원에서 보답하겠다며 '신학대학원장'직을 제안했다. 따로 시무하는 교회가 없던 A 목사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2년부터 월 200만 원을 받으며 교수로 지냈다.

대학원장도 지낸 A 목사는 나중에 총장 제안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9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총장이 나한테 총장까지 시켜 준다고 하더라.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다. 늙은이 욕심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 3년간 (총장 제안) 이야기가 없었다. 빌린 돈도 갚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증하지 않은 돈까지 더하면 빌려준 돈이 총 5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A 목사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그는 "황 총장이 '살려 달라'고 해서 돈을 다 받지는 않았다. 내가 손해를 입은 건 분명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한 사람을 죽이는 건 할 짓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 총장과 같은 신학교를 나온 B 목사는 2012년 "같이 학교를 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국제어학원장에 선임됐다. 학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재정이 어렵다는 황 총장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한 해 수차례에 걸쳐 3억 7000여 만 원을 빌려줬다.

B 목사는 "돈을 자꾸 요구해서 빌려줬다. 보험·적금 깨고 아는 사람한테 꾸어다가 줬다. 그런데 학교에서 봉급마저 제때 안 나와 1년 만에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이후 몇 년간 고통을 겪었다. 어쩔 수 없이 황 총장에게 학교를 관둘 테니 돈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돈은 쉽게 받을 수 없었다. 소송을 제기하고 황 총장이 시무하는 교회 앞에서 시위하고 나서야 2억 9000여 만 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B 목사는 "나 말고도 소송을 건 사람이 여럿이다. 황 총장은 재판에서 져도 돈을 제대로 안 갚았다. 오히려 깎아 달라고 하더라. 41개월치 봉급도 못 받은 상황이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학교 재정도 불투명했다고 주장했다. B 목사는 "학교 월급 체계가 이상했다. 밀린 봉급을 달라고 하면 '학교가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다. 학생이 600명이나 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정 아무개 총장 시절에는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 총장 부탁을 받고 교회 개척 자금을 빌려준 이도 있었다. C 목사는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고 대한신대에 들어갔다. 황 총장이 학교가 어렵다고 이야기해서 개척 자금 2억 2000만 원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C 목사는 B 목사처럼 수년간 봉급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러다 빌려준 돈마저 회수하지 못할까 걱정됐다. 그는 "황 총장에게 수백수천 통 전화해서 겨우 돈을 받아 냈다"고 말했다.

C 목사는 "내가 알기로 대한신대 교직원은 무언가를 담보하지 않고 일을 하기 어렵다. 현직 교직원 중에도 채무 관계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총학생회와 직위 해제 교수 측은 현직 교수들도 '교수직 매매'에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돈 빌려준 사람 10명 넘어"
'교수직 매매'는 부인
황 총장 "재정 문제 이미 다 정리,
위선자들이 학교 어지럽혀"

학교 매각설을 폭로했다가 직위가 해제된 이 아무개 교수는 황 총장과 전 교수들이 '교수직 매매'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다들 돈을 빌려주고 교수를 했고, 주요 직책을 차지했다. 상식적으로 '학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2~5억 원씩 빌려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런데 대한신대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우리가 자체 파악하기로 1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원찬 명예총장과 채무 관계로 갈등을 빚은 A·B·C 목사는 빌려준 돈과 교수직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의로 돈을 빌려준 것이지, 어떠한 대가를 바란 적은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세 교수는 2017년 말 교수직에서 사임했다.

황원찬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9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수직 매매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과거 학교를 인수하면서 재정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정리가 됐다. 이미 다 정리된 이야기를 이제 와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현직 교수 중에는 학교와 채무 관계에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평강제일교회에 매각설을 주장한 세력이 학교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그들은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다. 오히려 나한테 평강제일교회와의 인수인계를 부추겼다. 자기들이 (평강제일교회에) 개혁주의 옷을 입힐 테니 (매각)하라고 했다. 현 보직 교수들을 일괄 청산하고, 자기들을 장으로 세워 달라고도 했다. 이들이 순수한 나단 선지자라면 고맙겠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와 직위 해제 교수 측은 이와 관련해 "황 총장 말은 거짓이다. 우리가 주장한 대로 황 총장과 평강제일교회의 관계가 밝혀졌듯이, 이번 교수직 매매의 진실도 곧 드러날 것이다. 수사기관과 교육부에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황원찬 총장은 '교수직 매매'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이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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