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는 '예언자들의 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구약성서 39권 중 20권이 예언서입니다. "~에게 임한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라는 상용구로 시작하는 예언서는 왕·신하·백성에게 하나님 여호와의 의도를 알려 주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었습니다.

오므리 왕조, 예후 왕조, 다윗 왕조 때 예언자들은 활동하면서 종교 문제뿐 아니라 정치·경제까지 아우르는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이스라엘에서 예언의 기원을 따지면 사사 시대로 올라갑니다. 족장들도 때때로 예언자라고 불렸지만 이것은 후대에 붙은 이름일 것이고, 기드온·드보라 같은 이들이 예언자와 중요한 연속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뒤이어 사무엘·나단·갓 같은 이들이 예언자 역할을 담당합니다.

오바댜(소선지서 오바댜 선지자와 다른 인물)가 이세벨 눈을 피해 선지자 100명을 굴에 숨겨 준 이야기(왕상 18:4), "선지자의 무리"라는 표현(왕상 20:35) 및 엘리야와 후계자 엘리사, 아합-여호사밧 연합군이 아람과 전쟁하기 전 선지자 400명에게 물어보는 이야기(열왕기상 22:6)를 통해 이스라엘에 선지자 학교 또는 선지자 공동체가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이사야와 예레미야는 왕과 직접 대면하는 예언자로 궁중 예언자이며(공무원?), 소선지서에 등장하는 12예언자는 백성 사이에서 활동합니다(재야인사?). 예언서 분량도 차이가 납니다. 개인에게 예언이 주어지다가 공동체 지향으로 바뀐 것은 문서 예언자들 등장(기원전 8세기 중반의 아모스)과 시기를 같이합니다. 가장 먼저 기록된 것은 아모스서나 호세아서지만, 그보다 먼저 활동한 예언자들도 언급합니다(암 2:11-12; 호 6:5 등).

고대 지중해와 근동 세계에서 예언은 널리 실행되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고대 근동의 예언

- 마리(Mari) 예언 문헌

마리의 행정 서신은 짐리-림 왕(Zimri-Lim, 기원전 18세기)에게 예언 활동을 보고하는 50통의 편지입니다. 이 신탁은 전형적입니다. 짐리-림에게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 과거 그를 후원한 신을 정중히 대하라는 훈계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신탁은 백성들을 향해 회개를 요청하지만 나머지는 왕과 관련 있습니다.

"(전략) 경배하던 중 다간 신(Dagan)이 입을 열어 다음과 같이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야만 족속의 왕들과 그 군대가 이곳에 올라온 짐리 림의 군대와 평화협정을 맺었느냐?' 저는 '그들이 평화협정을 맺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중략) 이제 가라. 내가 너를 보낸다. 짐리 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라: '네 사자들을 나에게 보내어 보고하도록 하라. 그리하면 내가 야만 족속의 왕들을 어부의 막대기에 꽂아 구워서 너의 앞에 가져다 놓아 주겠다.' 이 사람이 이와 같이 꾼 꿈을 나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하략)"

아시리아 예언

성경에도 등장하는 에살핫돈(왕하 19:37, 사 37:38, 스 4:2)과 아슈르바니팔(개역개정에는 오스납발, 기원전 668~기원전 630년, 스 4:10) 통치 때 나온 약 30개 예언 문헌입니다.

대부분은 '아르벨라의 이슈타르'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복사해 편찬했으며 여선지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온 땅의 왕 에살핫돈이여 두려워 마라! 네게 부는 저 바람은 내가 한마디만 하면 끝낼 수 있다. 네 적들은 시반월의 (어린) 야생 돼지처럼 네 앞에서 도망 갈 것이다. 나는 위대한 벨렛-나는 아르벨라의 이슈타르, 네 적들을 네 앞에서 물리친 자이다. 나의 명령들 중 어떤 것을 네가 의지할 수 없었는가! (하략)"

이집트 네페프로후(네페르티)의 예언

이 문서는 제4왕조(기원전 26세기)의 왕 스네프르(Snefru)가 유흥을 추구한 이야기입니다. 한 예언자가 고왕국 몰락과 제12왕조 초대 왕 아멘엠헷 1세에 의한 질서 재확립을 예언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이 문서 가장 오래된 사본은 약 5세기 뒤인 제18왕조 것입니다.

"(전략) 그러자 낭송사제 네페르포후(네페르티)가 말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씀드릴까요? 주권자(생명과 번영과 건강이 있기를!), 내 주여?' 그러자 폐하(생명과 번영과 건강이 있기를!)께서 말씀하셨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좋겠다. 이미 오늘 일어난 일이면 지나가라.' 그리고 그는 글쓰기 도구가 있는 상자에 손을 뻗어 파피루스 한 두루마리와 팔레트를 꺼내서 거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시아인들이 강한 팔로 다니며, 추수 중인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쟁기질 중인 소들을 잡아갈 때, 곧 그가 동쪽의 상황을 기억했을 때, 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심사숙고하면서, 동쪽의 현자, 바스텟에게 속한 자, 헬리오폴리스 놈(Heliopolitan nome)의 소생, 낭송 사제 네페프로후가 말한 것이다. 그가 말했다. 생각해 보아라, 오 내 심장이여, 네가 시작된 땅을 애도하라. (하략)"

- 데이르 알라 문서(Deir ‘Allā Text)

1967년 요르단 계곡 동쪽 텔 데이르 알라(Tell Deir ‘Allā)에서 발굴된 데이르 알라 문서(Deir ‘Allā Text)는 기원전 800년 문서입니다. 고대 예언에 관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텔 데이르 알라는 얍복강과 요르단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가까운 트란스요르단 지역입니다.

이스라엘어 기원을 지닌 아람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어느 집 석고 벽에 먹물로 쓰였습니다. 본문에는 민수기 22~24장 발람 이야기의 역사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데이르 알라 건물을 파괴한 지진은 웃시야왕과 아모스 때(기원전 760년)에 발생했던 지진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다 왕 웃시야의 시대 곧 이스라엘 왕 요아스의 아들 여로보암의 시대 지진 전 이 년에(암 1:1)"

"유다 왕 웃시야 때에 지진을 피하여 도망하던 것 같이 하리라(슥 14:5)."

이 문서가 기록된 때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이어야 하기에, 기원전 770~기원전 880년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9세기, 또는 그 이전 구전(oral traditio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53행으로 구성되어 아람어로 쓰인 이 글은 '브올의 아들인 발람으로부터의 경고들. 그는 신들의 예언자였다'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발람을 브올의 아들로, 밤중 찾아온 신들에게서(1~4행) 메시지를 받은 사람으로 보는 점에서는 민수기 발람 이야기와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브올의 아들 발)람의 책의 경고

그는 신들의 선견자였다.
신들이 한 밤에 그에게 왔다."

신들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심히 못마땅해하는 것을 발람이 환상 중에 보고합니다(5~12행).

"그가 그들에게 말했다.
앉아라. 나로 네게 말하게 하라.
샤댜인이 (말했던) 것을
와서 신들의 일을 보라.
신들이 서로 모였을 때
샤댜인이 모임을 주선했다.
그들이 샤(갈)에게 말했다."

발람이 다음 날 일어나 몹시 슬퍼하고, 신들에게서 받은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선포합니다(13~32행).

여기서 신의 이름은 '일라힌'과 '샤댜인'입니다. 이 두 명칭은 같은 신을 부르는 다른 호칭입니다. 발람을 찾아가 말을 거는 신은 샤댜인(saddayin)입니다. 구약성서 '전능자'(히브리어 '샤다이')와 같은 호칭입니다(창 17:1; 35:11; 43:14; 48:3 등).

본문들은 기원전 8세기 또는 기원전 9세기 팔레스타인의 협소한 지역에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대단히 수준 높은 문학을 보여 줍니다. 이것은 고도로 전문 지식을 가진 서기관 교육을 전제하며, 왕궁 이외에도 복잡한 텍스트를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 줍니다. 물론 성서의 발람 이야기는 이집트 탈출 시기이기에 이 문서 시대와 시간적으로 많이 차이가 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성서 기록 시기를 기원전 10세기 다윗-솔로몬 시대로 보는 것을 충분히 가능하게 해 줍니다.

렘브란트가 그린 '예루살렘 파괴를 한탄하는 예레미야 Jeremiah Lamenting the Destruction of Jerusalem'.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열왕기상 22장에서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은 요단 동편 도시 '길르앗 라못'을 아람 손에서 도로 찾기 위해 전쟁을 결정하고, 이 결정이 하나님 뜻에 적합한지 예언자들에게 묻습니다. 이전에 이 성읍은 오므리왕이 시리아 침공을 막기 위해 다른 성읍과 함께 시리아에 양도했습니다. 아벡 전투 뒤 맺은 협정에 따라 벤하닷은 이 성읍들을 돌려준다고 했으나, 지키지 않자 이스라엘과 유다는 힘을 합쳐 공격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장면에서 엘리야와 동시대 사람 미가야가 등장합니다(소선지서 미가 선지자와 다른 인물). 이스라엘 왕 아합은 예언자 400명을 불러 전투가 시작할 때 사기를 북돋게 합니다. 예언자 400명은 모두 한목소리로 하나님이 승리를 주실 것이라고 예언합니다(왕상 22:6).

모든 선지자가 승리를 예언하는 것이 도리어 불안했는지, 여호사밧왕은 다른 선지자를 찾습니다. 아합은 이믈라의 아들 미가야를 불러오라고 시킵니다. 미가야를 데리러 간 사신은 "선지자들의 말이 하나같이 왕에게 길하게 하니 당신의 말도 그들 중 한 사람의 말처럼 길하게 하소서"(왕상 22:13)라고 부탁하지만 미가야는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여호와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 곧 그것을 내가 말하리라(왕상 22:14)."

미가야는 처음에는 비웃는 투로 400명의 낙관적 예언을 조롱해 그것을 흉내 내지만 곧 진실한 예언을 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여호와가 아합을 꾀어 길르앗 라못에 올라가 죽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그나아나의 아들 시드기야 선지자가 미가야 뺨을 치며 여호와의 영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자신들이 여호와의 영을 소유했다고 주장하는 선지자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예언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왕은 미가야를 감옥에 가두고 전쟁터에 나갑니다. 아합이 전투에서 죽게 되면서 미가야 예언이 맞았음이 증명됩니다. 예언자 400명과 2명의 왕 앞에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가야는 오직 여호와의 말씀만을 예언함으로써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증명해 보입니다.

정반대 예언이 선포될 때, 어떤 것이 참된 예언인지는 실현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바알·아세라 선지자 800명과 엘리야의 대결, 전쟁을 찬성하는 400명 선지자와 반대하는 미가야 싸움에서 보듯이, 결국 여호와 말씀을 온전히 전하는 예언자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팟빵 '에르고니아 라디오' 채널 바로 가기: http://www.podbbang.com/ch/12827
*유튜브 채널 '에르고니아'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Pw8sxRrpaJba1RXI97GwSA
박태순 / 부천 새들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신학 아카데미 에르고니아(http://ergonia.org)에서 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참고 문헌

1) John H. Walton,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 신득일 김백석 역 (서울: CLC, 2017)
2) James B. Pritchard, 『고대 근동 문학 선집』, 김구원 외 4인 역 (서울: CLC, 2016)
3) 우택주, 『새로운 예언서 개론』(대전: 침례신학대학교출판부, 2005)
4) 왕대일, "발람 내러티브(민 22:2-24:25)속의 삽화, 발람과 그의 나귀 스토리(민 22:22-35)," 『신학과세계』 61집(2008): 9-33
5) Meindert Dijkstra, "Is Balaam Also among the Prophets?,"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Vol. 114, No. 1 (Spring, 1995), pp. 43-64 (22 pages)
6) André Lemaire, "Fragments from the Book of Balaam Found at Deir Alla: Text foretells cosmic disaster," Biblical Archaeology Review 11:5, September/October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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