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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 희년, 신용카드 버리기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 "우리의 공급자는 '카드님' 아니라 '하나님'"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9.04 14:54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올해 2분기, 가계 빚이 1556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2019년 8월 한국은행 기준). 사상 최대치다. 가계 빚은 개인 금융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친 금액이다. 2013년 말 1000조를 돌파해 9년 동안 1500조 원대로 상승했다. 가계 부채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전체 부채 금액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희년은행 전문위원 서경준 가계부채전문상담사는 9월 3일 서울 중구 카페바인 필동에서 열린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에서 "'신용 사회', '신용카드'라는 말은 일종의 속임수다. '신용'이라는 말 대신 '빚 사회', '빚 카드'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부채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는 희년을 기억하고 실천하자는 취지로 2007년 시작했다. 희년함께·성서한국 등 7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위원회가 매년 추석 전 주일을 희년 주일로 정해 사회문제를 조명해 왔다. 올해는 가계 부채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신용카드 사용의 문제점을 다뤘다. 예배에는 기독교인 30여 명이 참여했다.

설교를 전한 서경준 상담사는 희년함께가 2015년 개설한 희년은행에서 부채 상담을 맡고 있다. 무이자 저축·대출 운동을 하는 희년은행은 고금리·다중 채무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전환 대출과 재무 상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년재무상담사 양성 과정을 개설했다.

참석자들이 희년을 주제로 한 찬양을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경준 상담사는 자신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 상담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신용카드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가 사람들에게 빚에 대한 경각심을 무너뜨려 부채가 일상에 깊이 침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서 상담사는 "적당히 사용하면 괜찮다는 말은 뱀이 하는 말과 같다. 신용카드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탐스러워 보이지만, 그렇게 필수 불가결성을 내세우다 보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의존성은 신격화를 낳는다. 신용카드를 우상화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소득 이상의 필요를 추구하게 만들고,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는 공급자 지위를 갖는다"고 했다.

신용카드는 현대에서 필수 소비 수단으로 정착하고 있다. 현금을 안 받고 카드만 받는 식당이나 카페도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편리하다. 지금 당장 돈을 갖고 있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각종 소득공제나 포인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서 상담사는 편리를 최고 가치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편리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맘몬이 우리에게 침투하는 대표적 방법이 편리다. 편리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이 개발됐고, 그 기술이 우리를 불편에서 해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물질 의존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자가 누리는 혜택도 실제 소비 금액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혜택은 일종의 미끼다. 예를 들어 1년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1200만 원인 사람은 세율 10%를 적용할 때, 소득공제 혜택으로 4만 5000원을 받는다. 적은 혜택을 위해 매년 1000만 원 이상씩 소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 상담사가 다소 급진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제안한 것은 결국 신용카드가 소비문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소비할 때 다섯 가지 키워드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꼭 △당장 △행복 △사명 △은혜다. "지금 꼭 당장 필요한지, 어떤 소비가 행복하고 사명에 부합하며 은혜로운지 자문했으면 좋겠다"며 "돈이 나를 주도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돈을 주도할 수 있도록 소비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주머니 속에서부터 작은 희년을 실천하자. 당장 안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선 조금씩 줄여 보자. 카드 결제 금액을 월 소득으로 제때 내고 있는 분은 10만 원씩 줄이면 어떨까. 그러면 몇 년 안에 신용카드 사용을 없앨 수 있다.

여러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는 분도 있다. 이분들에게는 카드 없애기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겠다. 희년은행에 찾아올 것을 권한다. 희년은행이 정부나 금융권에서 시행하는 채무 조정 제도를 안내하고 전환 대출과 재무 상담을 지원한다.

우리의 다음 달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건 '신용카드님'이 아니라 결제 대금을 공급해 주는 하나님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께 십일조만 드리고, 나머지는 카드님에게 다 드리며 다른 신을 섬기는 건 아닐까. 신용카드는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다. 사용 중단이 우리의 희년 실천 행동 지침이 되어야 한다."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는 오늘날에도 희년을 기억하고 실천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참석자들은 가계 부채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창욱 조합원(희년은행)은 "'사랑의 빚 이외에는 어떠한 빚이라도 지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보다 '빚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세상의 속임수에 속아 빚의 노예가 된 우리들을 용서해 주소서. (중략) 부득불 생계에 의해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거나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의한 빚은 주께서 친히 갚을 길을 열어 주시고, 빚의 노예에서 해방되게 하실 줄 믿습니다"라고 기도문을 낭독했다.

희년이 추구하는 목표는 자유다. 모든 관계의 참된 회복이다. 이번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에서 서경준 상담사가 신용카드를 없애고 빚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희년 운동가와 구약학자들이 함께 쓴 <희년>(홍성사)에는 희년의 목적이 이렇게 나와 있다.

"희년은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해할 수 있다. 모세가 하나님께 받은 시내산 율법의 정점에 위치한 희년, 안식일과 안식년을 포함하고 있는 희년의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희년>,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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