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상황에서만 쏟아지는 남북한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소수 정치 지도자 입에만 달려 있는 것 같다. 남북 간 교류 단절로 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소수 전문가에게 평화 프로세스를 맡기는 경향이 더 굳어졌다. 언론도 전문가 목소리가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그럴수록 한반도에 사는 다수는 수동적인 자리에 머물게 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은 '2019 평화저널리즘스쿨'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기획했다. '한반도에서 사라진 다양한 목소리를 찾아라'라는 주제로, 6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총 6주간 토요일 4시간씩 강의가 진행됐다. 전체 과정은 크게 세 부분이었다. △한반도 탈분단을 상상하는 평화교육 △평화 저널리즘 이론 △평화 저널리즘 실습이다. 이번 해에는 총 8명이 수료했다.

몸 활동을 통해 평화와 갈등 감수성을 교육하는 단체 피스모모가 처음 두 주간 강의를 맡았다. 일상에 스며 있는 분단을 낯설게 보고 분단 이후를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6주 과정을 성실히 참여했던 수강생 임정하 씨는 "몸을 움직이며 의견을 나누고 조정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새롭고 추상적이기만 했던 평화 저널리즘이란 개념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3주차 교육을 맡아 평화 저널리즘 이론을 강의했다. 평화 저널리즘은 '평화에 기회를 주는 보도'라는 정의를 기초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 흐름을 읽어 보았다. 4주차에는 전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김성회 소장(씽크와이 정치연구소)이 평화 저널리즘과 전쟁 저널리즘을 소개했다(전쟁 저널리즘은 평화 저널리즘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를 일컫는다). 기사를 분석하며 평화 저널리즘과 전쟁 저널리즘의 적절한 형태를 구성하는 활동이었다.

마지막 두 차시는 실습 과정으로 진행됐다. 평화 저널리즘은 일반인 피스빌더(Peacebuilder) 목소리에 더 관심을 둔다. 평화나 통일을 위해 활동해 온 단체들을 인터뷰하고 기사로 썼다. 인터뷰했던 단체 중에는 여성 활동가 네트워크, 평화교육 단체, 탈북민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었다. 참가자들이 평화 관련 단체를 직접 인터뷰하고 쓴 기사를 <뉴스앤조이> 기자들이 첨삭했다.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연재됐다(아래 관련 기사 참고).

작년에 이어 이번 해에도 평화저널리즘스쿨에 참여한 이상원 씨는, 한반도 평화 담론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한반도 평화 담론은 남성, 권력 등의 범주에 속한 사람들이 이끌어 왔다. 하지만 평화 저널리즘은 다양한 주체들의 자리를 일깨워 줬다. 인터뷰 기사 실습은 평화 담론의 다양한 주체들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평화저널리즘스쿨에서 배운 패러다임을 자신이 속한 청년 생활 공동체, 대학원, 교회 등에서 세미나를 통해 소개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평화 저널리즘은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이슈를 편견 없이 공정하게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평화 저널리즘 역할을 확인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서도, 일상에서 평화를 고민하는 일반인 피스빌더 활동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평화 저널리즘이 담론에 줄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평화저널리즘스쿨이 다양한 목소리가 평화롭게 오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김가연 / 한국피스빌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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