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한 인생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인도하는 하나님이 세우신 방법이다. 신약에서 설교의 기원을 찾는다면, 아마 오순절에 성령님이 교회 위로 부어졌을 때 그곳 사람들에게 베드로가 전한 설교일 것이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시고 하나님이 어떻게 그를 높이셨는지, 거부할 수 없는 능력으로 전한다. 천하에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이름은 하나님이 내려 주신 예수님밖에 없다고 선포하고 있다.

베드로가 전한 설교를 통해 회중은 "우리가 어찌할까"라고 회개했으며, 유대 민족이 십자가에서 죽인 예수님이 하나님 아들이자 참구원자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설교에는 분명한 목적, 전달할 내용과 사상이 녹아 있다. 우리는 설교가 가벼워지고 무의미해지고 기대감이 사라지는 시절을 살고 있다. 설교의 무게와 가치, 중요성을 논하고 새롭게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필자도 설교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새기고자 1년에 한 권은 설교에 대한 책을 읽는다. 때마침 출간된 조엘 비키의 책으로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설교자들과 성도들에게도, 하나님의 일하심과 자신을 돌아볼 좋은 교과서가 되리라 기대한다.

잘 알다시피 설교는 만담을 하는 시간도 아니고, 정치적 이야기나 사견, 개인 주장을 펼치는 독무대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나, 선동이나 광고나 강연 같은 것과 다르다. 설교자 또한 웅변가나 어떤 브리핑을 하는 대변인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설교자, 하나님이 죽이시고 살리사 하나님 말씀을 대언하는 설교자로 서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말씀 앞에 철저히 깨어져 영적 파산을 경험한 흔적이 있고, 가슴에 오직 예수님이 그리스도 되심을 전해야 하는 불타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다. 주 예수님을 향한 사랑으로 마음이 젖어 있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열정을 지녔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존재와 비전과 마음을 백성들에게 계시해 주는 것처럼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보여 주고 인도하기를 갈망하는 사람이다. 그의 마음은 하나님으로 가득해야 하고, 그의 삶에서는 예수님 향기가 나야 한다.

<설교에 관하여 - 설교자의 마음에서 회중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개혁주의 설교―츠빙글리, 칼뱅에서 로이드 존스까지> / 조엘 비키 지음 / 송동민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761쪽 / 3만 3000원

조엘 비키가 쓴 <설교에 관하여>(복있는사람)는, 설교가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지식 전달, 예배의 형식적 순서 중 하나로 취급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때 우리에게 설교의 권위와 위치를 다시 세우는 소중한 디딤돌이 된다. 설교에 대한 책이 먾지만, 이 책 또한 '설교의 교과서'라 할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바르게 설명해 준다. 설교와 설교자에 대하여,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고 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개혁파 설교자들 사례를 통해 실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이 책 백미와 주요한 요지는 이것이다. 하나님의 깊은 마음이 설교자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그 은혜로운 만남 가운데 설교자의 설교가 청중 마음까지 전달되어 영혼과 삶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설교는 논리적이지만 생명과 생기가 담겨 있는 논리이다. 로이드 존스 표현대로 '불타는 논리'로서 생명의 빛을 전달하기에 머리도 이해시키지만 마음까지 각성하고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 체험을 담은 것이 바로 개혁파 설교다.

살아 있는 체험이 있어야

필자는 이 책 특징이면서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설교자의 살아 있는 체험이다. 설교자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다.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의도와 목적을 밝히 알아야만 할 수 있다. 많은 책 중에 하나로 성경 본문을 대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교회와 성도에게 빛을 주신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성경 본문을 대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설교자는 자기가 전하려는 말씀을 통해 먼저 자기 마음이 흔들리고 변화된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체험적인 설교를 못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전하려는 말씀 앞에 먼저 엎드리지 못하고 깨어진 경험 없이 무덤덤하게 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말씀의 화살촉이 나를 관통하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말씀의 날선 검이 나를 찌르는 체험이 있어야 한다. 말씀의 방망이가 나를 두들기는 일이 있어야 한다. 말씀의 생명 싸개가 나를 감싸고 보호하는 감격이 있어야 한다.

이런 체험과 감동을 지닌 설교자는 청중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 설교를 할 것이다. 지식과 정보, 개념만 가득해 건조한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사귐과 만남, 사랑이 녹아 있는 설교 말이다. 설교는 인격 대 인격으로 전해지는 것이니 체험 없는 자의 설교는 체험 없는 성도를 생산할 것이다. 무엇보다 설교자가 먼저 전할 말씀에 붙잡혀 그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눈과 머리만 만족하는 설교로 교회를 변화시킬 수 없으니, 교회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설교자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이 최고의 만남을 간직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라

설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과 승천 등 하나님의 구원과 관련한 모든 하나님의 비밀을 밝히 보여 주는 것이다. 복음은 하나님의 위대한 일을 선포하고 드러내어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복음으로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실현하고 증언했다. 복음은 만민에게 기쁜 소식이고 사람 마음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이다. 복음은 우리 외모와 외형,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바꾸고 영혼을 회심시킨다.

개혁파 설교는 먼저 영혼의 중생과 거듭남, 회심을 강조한다. 하나님 말씀은 상품이 아니며, 사람들 욕구에 맞는 수준으로 전달될 수 없다. 체험적인 개혁파 설교자들은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교회를 키우고 사람 비위를 맞추고 자기 욕망을 위해 말씀을 전하는 것을 설교라 하지 않았다. 많은 이를 즐겁게 하고 회중의 메마른 마음은 방치한 채 머리만 키우는 것을 복음이라 여기지 않았다.

개혁파 설교자들은 하늘의 일에 관심을 보였다. 하늘의 날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에 큰 목표를 두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마음이 있는지 점검하고, 그 상태가 늘 뜨겁도록 기도했다. 주님의 피가 묻은 복음이고 인생을 변화하게 하는 말씀을 무덤덤하게 전할 수 없었다. 먼저 변화된 마음을 품은 그들의 설교는 회중의 마음에 전달되었다. 개혁파 설교는 회중의 영혼과 마음에 변화를 불러왔다. 오늘날처럼 진리 없이 감정만 들뜨게 하지 않았다. 회중은 진지하게 영혼의 변화를 받아 정서까지 고양되었다. 이들의 설교는 하나님 마음과 청중 마음이 이어지게 했다.

성령의 능력에 의존하라

개혁파 설교자들은 하나같이 기도의 골방을 가진 자들이다. 조나단 에드워즈는 "외적인 의무를 다하면 신용을 얻지만, 비밀스러운 의무를 다하면 생명을 얻는다"고 했다. 개혁파 설교자들은 하나님 영광을 보고 한 영혼이라도 얻기 위해 자기만의 기도 시간을 갖고 성령님에게 도움을 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체험과 감격을 가졌지만, 모든 영혼이 변한다거나 체험 때문에 부흥이 일어난다고 여기지 않았다.

체험이 벼슬이 되고 자랑이 되어 오히려 교만해질까 봐 염려했던 자들이고, 자신도 모르게 회중들에게 체험을 강요할까 봐 조심했던 자들이다. 설교로 자기 뜻과 목적을 이루려 하지 않았다. 철저히 하나님 인도를 받기 원했고, 영혼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도 성령님께서 가장 좋은 때에 역사해 주시기만을 원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설교가 누구를 의지하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설교는 하나님 일이고 하나님의 역사다. 내가 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내 목적대로 설교해서 성령님의 역사를 막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게 된다.

강단에 섰을 때 목사라고 해서 다 능력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담임목사라고 해서 무슨 큰 역사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성경을 읽고 설교해도 직분으로 행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런 신분주의는 성령님 도움을 막고 사람을 속이는 것이기에 빨리 버려야 한다. 직분이 하나님 은혜와 경건한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얼마나 하나님에게 속해 있고 성령님을 의지해 왔는가가 십자가 능력으로 하나님 역사를 일으키는 기준이 된다. 자신에게 있는 장식물들을 제거하고 성령님 능력만 의존하는 설교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밀스러운 의무가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줄 것이고, 하나님 역사를 기대하게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에 나오는 개혁파 설교자들은 우리에게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교훈한다. 흐르는 물이 멈추고 고이면 썩어서 여러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오물이 된다. 설교자 내면에 흐르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 사랑과 체험이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 썩은 물 위에 집을 지으면, 겉은 좋아 보여도 밑에서부터 썩고 있고 더러운 물이 집을 휘감아 돌고 있기에 더러운 냄새가 나고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은밀한 체험이 없고, 성령님을 의지하는 골방의 연구와 기도가 없이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자가 섬기는 교회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리는 위기 상태가 될 것이다. 설교자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 육은 한계가 있고 언젠가는 멈추지만, 우리 영혼은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자라게 되어 있다. 주님과 바르게 관계를 맺는 설교자는 옛사람을 끊임없이 버리려 할 것이다. 새사람을 계속 자라게 하고 싶을 것이다.

언젠가 김남준 목사님에게 "지식 없는 설교자는 교회의 재앙"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설교자 수준과 지식, 상태가 교회 생명과 직결된다는 말이다. 책을 덮으며 필자는 '체험 없는 설교자는 교회의 무덤'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았다. 설교자로서 예수의 흔적이 없는 자는 교회를 칙칙하게 만들게 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책을 통해 체험적인 개혁파 설교자의 맥을 이어 가며, 나는 쇠하고 예수님은 높이는 설교자가 되길 다시 소망해 본다.

방영민 / 서현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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