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 한국을 찾아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지지자 모임 무지개예수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만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들과 한국의 무지개예수가 8월 22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만나 서로의 상황을 나누고 연대를 다짐했다.

대만은 지난 5월,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대만 활동가들은 제8회 ILGA(국제성소수자협회) 아시아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ILGA 컨퍼런스는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한다.

한국을 방문한 활동가들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성소수자 반대 운동에 가장 열심히라는 소식을 듣고, 한국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직접 만나고 싶어 했다. 대만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의 3%밖에 되지 않지만, 역시 동성 결혼 합법화 반대 최전선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모임에는 대만 활동가 9명과 무지개예수 회원 16명이 참석했다. 양국 참석자들은 서로 궁금한 점이 많았다. 대만 기독교는 어떤 방식으로 반대 운동을 펼쳤는지, 그런 반대를 뚫고 어떻게 동성 결혼 합법화까지 이룰 수 있었는지 대화가 오갔다.

대만 참석자들은 '통지핫라인협회'라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 주관, 성소수자 상담, 가족계획 등을 상담한다. 이 단체는 1996년, 일반 청소년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통계가 발표된 후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반동성애 운동 최전선에 선 사람들 역시 개신교인이다. 목사는 강단에서,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가짜 뉴스를 전파하거나 혐오 발언을 일삼는다. 이들의 언행에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건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로뎀나무그늘교회 교인들은, 이 같은 한국교회 분위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다니던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만도 사정은 비슷하다. 개신교인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사회에서 가장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개신교인이다. 대만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대만에도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교회가 극소수 있다고 했다. 동광장로교회 등 몇몇 교회는 10월 26일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에도 직접 참여한다고 했다.

대만 참석자들은 한국 상황을 궁금해했다. 한국에는 커밍아웃한 목회자가 있는지, 성소수자 당사자가 목사가 되는 방법이 있는지, 교회에서 커밍아웃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물었다. 이들은 한국 참석자들이 최근 장신대 징계 사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목사 고시 합격 보류 등 한국교회 현실을 전할 때마다, 때로 한숨을 쉬고 때로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는 했다.

대만 참석자들 이야기를 듣는 한국 참석자들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만 개신교인의 반대 활동이 한국과 상당히 유사했기 때문이다. 대만 역시 '성평등 vs. 양성평등' 논란을 만들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퍼 나르고, 공청회 같은 곳에 몰려가 통성기도로 진행을 막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현실은 암담했다. 하지만 대만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참석자들은 서로 상황을 공유하며 앞으로 어떻게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당장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더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활동하자며 서로를 격려하는 것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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