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복지관, 신학교가 위례신도시 지역 주민을 위해 상담실을 개소한다. 사진 왼쪽부터 석춘지 관장, 박은정 교수, 김용정 목사, 길소연 상담실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정부는 2008년 서울 송파구, 성남시, 하남시 3개 행정구역에 속한 위례신도시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아파트·상가·학교 등 각종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도 점점 늘어 현재 9만여 명이 살고 있다.

위례새로운교회(김용정 목사)는 2년 전 위례동 상가에 자리를 잡았다. 교회를 개척한 김용정 목사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꾸준히 지역을 섬기기로 했다. 십일조를 내듯이 헌금 1/10을 지역사회를 위해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생리대 또는 장학금을 지원하려 했는데, 학교 측이 부담스러워했다. 교회가 이를 빌미로 무엇을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김 목사는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석춘지 관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방과 후 학교, 후원, 성탄절 선물, 어르신들을 위한 영정 사진 촬영 등을 지원했다.

다방면으로 봉사해 오던 김 목사 눈에 결손가정 아이들이 들어왔다. 엄마·아빠 사랑을 받지 못한 채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도 있었다. 한창 커 나갈 아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아이들을 위한 상담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박은정 교수가 '모래 놀이 치료'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목사는 교회·복지관·학교가 손을 맞잡으면 괜찮은 시설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위례새로운모래놀이상담실'이 탄생했다. 위례새로운교회·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웨신대는 8월 7일 모래 놀이 치료 상담실 운영을 위한 MOU를 맺었다. 복지관은 공간과 인테리어 및 기타 행정 업무를, 교회는 치료 프로그램 도구를, 웨신대는 상담 및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복지관·신학교가 손잡는 장면은 보기 드물다. 세 기관 관계자들이 8월 22일 위례새로운교회에 모였다. 석춘지 관장은 "모래 치료 상담 시설은 위례에 처음 생기는 걸로 안다. 교회에서 먼저 제안할 줄 몰랐다. 보통 이런 일로 MOU를 맺어도 복지관이 주가 되는 편인데, 김용정 목사가 상담 교수를 섭외하는 등 모든 일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석 관장은 위례신도시에 여러 계층이 살고 있다고 했다. 신도시라고 해서 꼭 부유한 사람만 사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저소득층, 1인 가구(특히 중년 남성), 장애인, 독거노인도 있다고 했다. 석 관장은 "복지관이 케어하기도 벅찬데, 교회와 신학교가 나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모래 놀이 상담을 이끌 박은정 교수는 "모래 놀이 치료는 많은 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내담자는 모래에 비밀을 털어놓거나 묻을 수도 있다. 모래 놀이에 사용되는 피규어를 통해 자신의 무의식 흐름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상담 치료 프로그램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복지관과 신학교, 교회가 연결돼 모래 놀이 상담 치료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도 봉사자로 나설 것이다. 좋은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석춘지 관장은 모래 놀이 상담실이 전 세대를 아우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주거가 안정적일지 몰라도 정서가 불안정한 이가 있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며 복지관을 찾아오는 분도 계신다. 프로그램이 잘 정착돼 주민들이 사는 즐거움도 찾고, 고독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소연 상담실장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상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길 실장은 "모래 놀이 상담 치료를 하면서 마음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정 목사는 교회 규모가 작아도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는 아이들까지 해서 70명 정도 되는 작은 편이지만, 지역 섬김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빛과 소금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교회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거나 주연이 돼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않아도 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잘될 것 같다. 상황을 지켜본 다음, 교회·복지관·학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위례새로운교회·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웨신대가 함께하는 '위례새로운모래놀이상담실' 개소식은 8월 30일 오후 2시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다.

세 기관 관계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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