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서서 만민중앙교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용훈 집사는 이재록 목사를 성령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회와 담쌓고 지내던 김용훈 집사는 40대 초반 아내의 거듭된 요청에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아내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교회를 다니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민중앙교회(이재록 목사)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신유, 신비주의 등을 강조하는 교회 문화에 이질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목자', '당회장'이라고 불리는 이재록 목사를 신처럼 떠받드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고 계속 다녔다. 대학 교수, 변호사, 준재벌급 회장 등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다니는 걸 보면서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김 집사는 스스로 이성적·상식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재록 목사를 '성령'으로 믿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 반을 교회에 빠져 살았다. 벌이가 좋은 편이었는데, 버는 족족 헌금했다. 8월 21일 경기도 김포시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집사는 "15억을 교회에 갖다 바쳤다. 돈이 없을 때는 빚을 내서 헌금했다"고 말했다.

배울 건 배우고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했지만, 이재록 목사 신격화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김 집사는 "이재록은 완벽한 성령이었다. 예수님의 공의가 이 시대에는 부족한데, 자신이 그 공의를 채워 구원을 완성한다고 했다. 자신이 재림주를 불러 내리고, 첫 번째로 올라가서 만난다고 했다. 황당한 이야기를 100% 믿었다"고 말했다.

이재록 목사 말은 법과 같았다. 김 집사는 1만 명이 넘는 교인이 이 목사만 보고 살았다고 했다. 교회 다닌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작은 '치유'를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이 목사를 신으로 추종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도 그중 하나였다고 했다.

김용훈 집사는 교회로 복귀해 우상숭배와 헌금 강요 문화를 타파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용훈 집사가 정신을 차린 시점은 이재록 목사 성폭행 사실이 드러난 직후였던 지난해 5월경. 충격을 받은 김 집사는 교회를 떠나 1년간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봤다. 일반 교회에 다니고, 신학자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 자신이 만민중앙교회에 빠진 이유를 찾았다. 주변 환경, 무비판적 자세, 그릇된 신神관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교회를 찾게 될 당시 아내가 아팠고, 가정이 많이 힘들었다. 마음이 갈급하고 가난했다. 그럴수록 차분했어야 했는데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교회 가면 아내가 낫는다는 이야기에 혹했다"고 말했다.

무비판적 자세도 문제였다고 했다. 김 집사는 "직업이 컨설턴트였다. 회사에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일했다. 정작 만민 다닐 때는 비판적 사고가 안 되고 흐리멍덩하게 사고했다. 그저 '판단하지 말라'는 이재록 말을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또, "신학을 배운 적 없으니까, 신론이 제대로 정립이 안 돼 있었다. 만민같이 특정인을 우상으로 섬기는 여건을 갖춘 곳에서는 나 같은 사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왜 신천지나 이단에 빠지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만민개혁회의' 조직
교회 개혁 위해 복귀 시사
"어떻게 굴러갈지 모른 곳이 만민,
몸이 부서질 때까지 싸울 것"

현재 김용훈 집사는 만민중앙교회 실권을 쥔 사택파(이재록 목사 일가)의 경계 대상이다. 김 집사는 '만민교회개혁성도회의'(만민개혁회의)라는 단체를 만들고, 만민중앙교회에 실망해 떠난 교인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8월 17일 '만민중앙교회 사태와 성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김 집사는 성폭행 피해자가 더 있다면서 진상 규명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재정에도 문제가 있다며 확인할 게 많다고 말했다.

교회 측이 김 집사를 경계하는 까닭은 각종 교회 정보를 모아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이재록 목사 딸 이수진 목사의 과거 연애 사실은 김 집사 폭로로 드러났다. 이수진 목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서를 제출했다. 교회 원로회는 이 목사에게 '3개월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교회 측이 솜방망이 징계를 내릴 것을 예견한 김 집사는 다음 스텝을 밟고 있다.

김 집사는 이재록 목사가 옥중 정치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비서실 관계자들이 구치소를 오가며 손 편지를 받아 온다고 했다. 김 집사는 "최근 이재록이 이수진 목사 과거를 몰랐다는 내용의 손 편지를 장로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둘 중 하나다. 거짓말이거나, 이수진이 이재록을 속였거나. 이재록은 평소 교인들에게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 안다'며 회개를 촉구해 왔다. '성령'이 정작 자식의 복잡한 연애사를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만민중앙교회는 이재록 목사의 권능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4월 교회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목자의 권능으로 태풍이 소멸됐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용훈 집사가 만민중앙교회에 바라는 건 크게 세 가지다. 교회 안에서 사실관계를 말할 수 있는 자유와 이재록 목사 우상숭배 중지다. 설교도 사전에 정통 신학자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정상 교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김 집사 주장은 이상에 가깝다. 교회가 둘로 갈려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세가 훨씬 적은 만민개혁회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대법원 판결에도 여전히 이재록 목사가 무죄라고 믿는 교인이 수천 명에 달한다. 김 집사는 현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진성 골수가 모인 만국기도원(쌍둥이 목사 측)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만민은 개혁이 가능할 수도 있다. 만국은 이재록 등신대를 세워 놓고 절할 정도로 현혹돼 있다. 만민은 다르다. 그동안 신격화해 온 목자 이미지를 바꾸고 있고, 정통 교회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본인들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는 걸 시인하는 셈이다. 머리급 장로들이 이재록을 비난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 이재록이 성폭행으로 잡혀 가고 법원에서 징역 16년 확정판결을 받을 줄 누가 알았나. 쌍둥이 목사가 사택파와 싸우고 나갈 줄 누가 예상했나. 이수진이 과거 문제에 발목 잡힐 줄 누가 알았나. 아무도 몰랐다. 나 역시 예측하지 못했다. 어떻게 굴러갈지 모른 곳이 만민이다."

이재록, 이수진 부녀 목사가 없는 만민중앙교회는 비상운영위원회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 집사는 교회로 복귀해 세뇌당한 교인들을 건져 내고, 헌금을 강요하는 문화를 타파하고 싶다고 했다. 교회 측이 제안을 안 받아들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김 집사는 "그때는 파국이다. 몸이 부서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투사처럼 싸우는 이유는 또 있었다. 김용훈 집사는 "병원 가면 안 된다는 목자 이재록 말을 따르다가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나는 현금과 예물로 15억을 바쳤다. 이보다 더 힘든 건 더 이상 하나님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믿은 게 가짜였으니까. 그 사실 하나만으로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가족과 물질을 잃은 것보다 신앙이 붕괴된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김 집사. 길게 한숨을 내쉰 다음 다짐하듯 말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면 분명히 이 일의 끝을 보여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아버지가 만민 사태를 해결해 주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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