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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않는 평화교육'으로 일상의 분단 깨닫기
[2019 평화저널리즘스쿨] 피스모모 전세현 사무국장 인터뷰
  • 이민영·이보라·최은비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8.18 13:56

독일 청소년 문학 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가 쓴 <모모 Momo>의 주인공 모모는, 마을 사람들이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회색 신사와 싸운다. <모모>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 또한 시간을 빼앗긴 마을 사람들과 같지 않은지 묻는다. 멈춰 서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 사라져 버린.

그 시간을 되찾아 보자는 의미로 2012년 9월 '피스모모'가 시작됐다. 한반도에서 분단은 남북 상황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피스모모는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게 경계를 만드는 일 또한 '분단'으로 보고, 우리 안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평화운동을 해 왔다. 피스모모가 지향하는 '서로 배움'의 방식도 이름에 담겨 있다. 모모는 '모두가 모두에게서 배운다'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피스모모는 한 개의 정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이 많아지는 것을 지향한다. 사진 제공 피스모모

대부분 교육 현장에는 정해진 답과 '교수자-학습자'라는 구도가 있다. 여기서 정답을 매개로 한 권력관계가 발생한다. 이러한 교육 문화를 바꾸기 위해, 피스모모는 '가르치지 않는' 평화교육을 실천한다. 피스모모 교육 현장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 대신 ― 서로 평등한 ― 진행자와 참여자만 있다. 진행자는 정해 놓은 답을 제시하고 가르치지 않는다. 참여자가 평화와 관련한 상징적인 활동을 하고, 그 활동으로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표현하게 하는 촉진자 역할을 맡을 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교육 현장처럼 명쾌한 답이 없어 질문이 많아지고 불편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피스모모는 참여자가 질문이 많은 상태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질문이 많아지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때가 변화의 에너지가 생기는 지점이라는 말이다. '가르치지 않는 평화교육'은 정말 가능할까. 피스모모 전세현 사무국장을 7월 30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났다.

청소년 평화교육 프로그램, 집시위크
'낯설어도, 달라도 괜찮은' 문화
교사는 없다, 길잡이가 있을 뿐
평화 주제로 대화하고, 대화 통해 배운다

전세현 사무국장은 서울혁신파크에서 피스모모가 진행하는 청소년 평화교육 프로그램 '집시위크'(GYPCI Week: Glocal Youth Peaceful Community Innovator)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피스모모는 2015년부터 매년 여름 6일 동안 집시위크를 운영한다. 지속 가능한 글로컬(Glocal) 평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청소년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6일 동안 집시처럼 자유롭고 '낯설어도 괜찮고 달라도 괜찮은' 문화를 경험한다.

집시위크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평화교육이라는 피스모모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집시위크에는 교사가 없다. 집시(참가자)들이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길잡이(진행자)가 있을 뿐이다. 피스모모는 일상에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분석하고 성찰할 기회를 주고, 집시들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평화를 배우고 고민하게 된다.

특히 존중과 이해, 포용이 전제된 집시위크 분위기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느낀 점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집시들이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하도록 이끈다. 피스모모는 집시들이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해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안전하게 대화할 장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시위크에 1박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참가자들이 그때 많이 울어요. '무엇이든 괜찮아' 하는 문화가 각자의 마음에 닿아서인 것 같습니다. 또래 집단에서 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도,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안전하게' 깊은 대화를 하며 같이 고민하게 되니까요."

집시위크에서는 청소년들이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사진은 작년 진행한 집시위크. 사진 제공 피스모모

집시위크 활동 중 '중심 찾기'라는 게 있다. 길잡이는 한 공간에서 집시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중심'에 있어 달라고 요청한다. 집시들은 자유롭게 본인이 생각하는 지점에 있으면서, 그 지점을 왜 공간의 중심이라 생각하는지 이야기한다. 정해진 답은 없다.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는 훈련을 한다.

각자 중심에 대해 나누고 난 후, 길잡이는 의자를 하나 둔다. 의자 위를 이 공간의 중심이라고 가정하며, 집시들에게 모두 중심으로 이동해 주기를 또 한 번 요청한다. 이때 '중심'이라고 가정하는 의자 위의 작은 지점(경계) 하나에 많은 이가 도달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중심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 경계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런 성찰을 토대로 자기 일상 안에서 흔히 벌어지는 폭력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평화 이야기하는
'실천적 사유 공동체' 많아지길"

전세현 사무국장. 사진 제공 이민영·이보라·최은비

집시위크는 일회성으로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집시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교류하고, 집시가 성장해 집시위크 길잡이로 프로그램을 이끌기도 한다. 전세현 사무국장은 집시들이 길잡이로 성장해 나가는 것, 동료가 되는 것이 앞으로 기대하는 변화라고 했다. 이것은 피스모모의 꿈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모모의 비전과 가치,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변화에 공감하며, 각자 자리에서 모모와 같은 역할을 해 주시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 시민들, 모모에서는 이를 '실천적 사유 공동체'라고 말해요. 평화에 대해 함께 사유하고 실천하는 시민 공동체가 확장되는 미래를 상상하곤 합니다."

피스모모는 집시위크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평화대학'은 평화를 주제로 심도 있게 학습하고 토론하는 장이다. 2014년부터 매년 2회 이상 열렸고, 올해는 숨 고르는 시간이다. 지난 4년을 평가하고, 급변하는 현실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전세현 사무국장은 "개편되는 2020 평화대학은 함께 공부하는 사람 간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살롱 문화를 도입할 것"이라며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피스모모 홈페이지(https://peacemomo.org/) 회원으로 가입하면, 피스모모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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