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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로 통일 준비하는 탈북민 사장님
[2019 평화저널리즘스쿨] 사회적 기업 '요벨' 박요셉 대표 인터뷰
  • 김종범·임정하·안현일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8.15 09:44

하나누리가 주관하고 서울시가 지원한 '2019 평화저널리즘스쿨'이 6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6회에 걸쳐 마무리됐습니다. '평화저널리즘'은 평화가 엘리트 권력자들의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국가 정상의 입장만 보도하기보다는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풀뿌리 운동에 주목합니다. 이번 평화저널리즘스쿨은 한반도 평화 역시 국가 수장들에게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이 땅에서 한반도 평화를 꿈꾸고 행동하는 작은 목소리들을 찾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다섯 팀으로 나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를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탈북자 사장님'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그간 우리에게 비친 탈북자 이미지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였다. 한반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평화를 꿈꾸는 다양한 목소리를 찾고자 기획된 '2019 평화저널리즘스쿨'에서, 사회적 가치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탈북민 출신 사장님 박요셉 대표(요벨)를 알게 됐다. 우리는 7월 18일 충주시 외곽에 개업을 앞둔 카페 '비채커피'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비채커피는 (주)꽃피는아침마을과 사회적 기업 요벨이 함께 준비 중인 박요셉 대표의 새로운 일터다. 잘 정돈된 터와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인 카페에서 탈북민과 관련한 상투적인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북한 땅을 떠나 세계 각국을 떠돈 지 15년이 지난 그에게 한국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근간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의 실험실이었다. 박 대표가 설립한 요벨은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는 노력을 인정받아 2019년 3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우리에게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대접해 준 박요셉 대표. 사진 제공 박요셉

'요벨'은 성경에 나오는 말로, 영어로 주빌리, 한국어로는 '희년'이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 공동체에 50년마다 희년을 선포하게 했다. 이때는 토지를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고 모든 부채를 탕감하며 노예를 해방한다. 희년은 자유와 회복이다. 박요셉 대표는 희년 개념에서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경제 공동체 모습을 찾았고, 그러한 일터를 만들고자 회사명을 요벨로 정했다.

"누가복음 4장 18~19절에서 말하는 마음이 상한 자, 포로 된 자가 저한테는 한국에 와 있는 새터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희망과 빛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회사 이름을 요벨이라고 지었습니다."

박요셉 대표는 요벨을 운영하며 한반도 평화 이후 북한에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할지 구상 중이다. 그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성된 공동체 모델이 북한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의학과를 졸업했지만, 사람과 자유로운 것을 더 좋아했던 그는 진로를 고민하면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마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은행,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했어요. 통일을 준비하며 근본적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했습니다."

박요셉 대표를 만난 장소 비채커피. 8월 17일 오픈 예정이다. 사진 제공 김종범·임정하

박요셉 대표는 2014년, 한 시중은행의 사회 공헌 사업으로 추진된 탈북민 지원 사업을 통해 은행 사내 카페를 열었다. 카페를 운영해 탈북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남북한 청년들이 만나는 장을 만들어 탈북민들의 자립과 교류를 돕고자 했다.

그러나 대부분 함경북도 농촌에서 살았던 새터민들에게 도시의 삶과 서비스업은 또 다른 허들이었다. 정부가 한국에 정착하려는 새터민들에게 지원하는 임대 아파트는 도시에 있다. 박요셉 대표는 도시 생활 경험이 없는 새터민들이 도시에서 직업을 구하고 정착해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새터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새터민 친구들이 카페 서비스 일을 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문적 바리스타 또는 서비스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잘할 수 있는 농업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추진하는 사업은 '생태 순환 농법'으로 운영되는 농장 '요벨팜'과 이 농장 생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이다. 생태 순환 농법은 농작물과 가축을 한 공간에서 경계 없이 키우는 방식이다. 자연 퇴비로 농작물이 자라며 땅이 치유되고, 가축들은 좁은 축사 없이 넓은 공간에서 건강하게 자란다. 박요셉 대표는 이러한 생태 순환 농법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요셉 대표의 기업 비전은 한반도 미래로 연결된다. 북한은 2017년 <타임 TIME>에서 선정한 아시아에 가장 생태적인 지역으로 조명받았다("Welcome to Asia’s Latest Organic Retreat: North Korea", CHARLIE CAMPBELL, JULY 29, 2016). 북한의 토양은 아직 화학비료와 GMO 종자에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 생태 순환 농업을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박요셉 대표는 새터민들이 앞으로 변화될 북한의 사회·경제 문제들을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종범·임정하

박요셉 대표는 꽃피는아침마을과 요벨이 함께 운영할 카페 비채커피를 8월 17일 오픈할 예정이다. 그는 생태 순환 농법과 생산자와 소비자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을 위해 꽃피는아침마을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두 기업은 지역 재생, 청년 창업과 같은 최근 사회경제 흐름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흔히 새터민이 운영하는 기업이라 하면, 정부 지원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요벨은 나눔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파트너와 소비자의 지원으로 성장하는 건강한 기업 발전을 추구한다. 박요셉 대표는 농촌 코워킹 스페이스, 마을 중심의 코하우징 등 사회적 경제 가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며 사회적 기업가로 성장하고 있다.

"저는 충주에서 좋은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미래 가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통일이 되었을 때 이런 체계를 북한에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박요셉 대표는 외부 여건에 흔들리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새터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를 위해 요벨을 새터민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트레이닝 센터로 확장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박요셉 대표가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이런 토대 위에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대화를 통해 연결되는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박요셉 대표는 "새터민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앞으로 변화될 북한의 사회·경제 문제들을 함께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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