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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 쉽게 준다는 말에…" 어느 비인가 신학교에서 벌어진 일
"수업 안 나와도 학점, 책까지 만들어 줘"…김 전 학장, 전부 부인 "목사가 거짓말하겠나"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08.08 17:14

미국 커넬대학교와 MOU를 맺은 대구커넬대학교가 편법 학위 문제로 시끄럽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수업을 듣지 않고도 돈만 내면 학점이 나오고, 쓰지도 않았는데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만들어 준 신학교가 있다. 미국 커넬대학교(Kernel University) 와 MOU(업무 협약)를 체결한 대구커넬캠퍼스(신경용 이사장) 이야기다. 학생·교수 합쳐 60명뿐인 대구캠퍼스는 편법 학위 및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어수선한 상황이다.

미국 커넬대학교는 1986년 한인 선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신학·교육학·상담학 등을 가르친다. 커넬대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정식 인가된 대학교다. 학위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교육국에 등록되며 주정부 교육국에서도 학적을 조회할 수 있다"며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미얀마·몽골 등 여러 나라에도 분교를 두고 있다"고 홍보한다.

한국과의 인연은 2010년경 시작했다. 서울의 한 상가 교회에 캠퍼스를 차리고 학생들을 모집했다. 캠퍼스는 1년 2학기 체제로 운영됐고, 교육은 5월과 10월 각각 2주간만 진행했다. 지난 8년간 한국에서 학사 4명, 석사 5명, 박사 10명을 배출했다. 학위는 커넬대학교와 미국 커넬 교단에서만 통용될 뿐 다른 곳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캠퍼스를 이끌어 온 김장환 목사(조은교회)는 캠퍼스를 확장했다. 2017년 6월 대구캠퍼스를 설립할 수 있게 도왔다.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아무개 목사를 학장으로 세웠다. 캠퍼스 설립 예배 당시 김장환 목사는 "김OO 목사님은 행정 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하셨고, 경북대 법학 박사를 나온 입지전적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김 전 학장은 작년 말까지 약 1년 반 동안 대구캠퍼스를 이끌었다. 이사장이 있었지만 실질적 업무는 그가 주도했다. 학생을 유치하고 학교 전반 업무를 관장했다. 창립 멤버 A 목사, B 전도사가 김 목사를 지원했다. 대구캠퍼스는 교육학·목회학·상담학 등을 개설하고 학생을 모집했다. 초기에는 20여 명이 모였다. 많을 때는 60명을 넘기기도 했다.

대구캠퍼스 1학기 학비는 200만 원이었다. 강의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됐다. 석사·박사과정을 밟는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도 성적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A 목사와 B 전도사는 이 모든 일 중심에 김 전 학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A 목사는 김 전 학장 소개로 대구캠퍼스에 등록했다. 원래는 다른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대구캠퍼스에서 박사 과정을 밝으면 '교수'로 채용해 주겠다는 김 전 학장 말에 혹했다고 했다. 8월 7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A 목사는 "안 그래도 해외 선교를 계획 중이었고, 이론을 보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교수까지 시켜 준다고 하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황당한 일도 겪었다. A 목사는 <기독교 선교 실무>, <선교학의 기초> 책 두 권을 받았다. A 목사가 쓰지도 않았는데, 저자가 A 목사로 돼 있었다. 그는 "김 전 학장이 어느 날 '권위를 세워 주겠다'면서 책 두 권을 들고 왔더라. 딱 봐도 어디서 짜깁기한 건데 그때는 잘 몰랐다. 500만 원을 답례로 건넸다"고 말했다. 2017년 가을 학기 성적표에는 수강하지도 않은 과목이 들어 있었다. '현장교육'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돼 있었고, 학점은 4.0(A)이었다.

B 전도사도 김 전 학장 소개로 대구캠퍼스에 등록했다.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직장생활도 하고 있었다. 대구캠퍼스에서 공부할 여력이 없었지만, 김 전 학장이 지속적으로 권유해 다니게 됐다. B 전도사는 "김 전 학장이 '박사 학위를 쉽게 받게 해 주겠다'고 했다. 학위 욕심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B 전도사 아들도 대구캠퍼스에 등록했다. 학사 과정을 신청한 아들은 한 번도 학교에 나가지 않고도 성적을 받았다. 2018년 봄 학기 성적표에는 5개 과목을 들었다고 기록돼 있었다. 학점은 4.5점 만점에 3.88점이었다.

교수 시켜 준다는 말에 혹해
"'논문 대신 써 주겠다'며 학생 유치"
김 전 학장, 의혹 부인
"난 떳떳, 의혹 제기자들 고소할 것"

A 목사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책 두 권을 김 전 학장에게 받았다. A 목사는 두 책의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미심쩍은 정황이 많았지만, 두 사람은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에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A 목사와 B 전도사는 "솔직히 학위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따른 게 사실이다. 교수도 시켜 준다고 하니까….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캠퍼스 측은 김 전 학장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학장 후임으로 온 C 교수는 "김 전 학장이 나한테 특정 학생 성적을 조작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는데, 응하지 않았다. 이 일로 김 전 학장과 관계가 나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캠퍼스에는 30여 명이 다니고 있다. C 교수는 "지금 학생들 중 상당수가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전 학장이 학생을 모집하면서 논문을 대신 써 주겠다는 식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문은 학생들이 스스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학장은 외교관을 지내고 법학을 전공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서울캠퍼스 김장환 목사를 포함해 상당수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C 교수는 "김 전 학장이 행정 고시, 외무 고시를 합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 출신으로, 그를 둘러싼 소문은 거짓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 김 전 학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부 부인했다. 그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떳떳하다. 작년 11월까지 있었을 때만 해도 학교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성적은 담당 교수들이 주지, 내가 매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을 받고 논문과 책을 대필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 있으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거듭 요청했지만, 김 전 학장은 거절했다. 그는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나는 신학 강의만 했다. 목사가 거짓말하겠는가. 오히려 올해 4월 커넬대학교가 TRACS(전미기독교대학협의회)에 가입하면서 시끄러워졌다"며 김장환 목사에게 책임을 돌렸다.

A 목사는 듣지도 않은 과목이 성적표에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미국 커넬대는 흔히 생각하는 '대학교' 개념과 다르다. 학위를 받아도 해당 학교와 교단에서만 통용된다. A 목사는 "한마디로 여기는 비인가 학교다. 여기서 학위를 받아도 다른 곳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것도 모르고 3학기나 다녔다. 나는 1학기만 다니면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양심상 그만뒀다. 꼭 '유령 학교'에 다닌 것 같다"고 말했다.

B 전도사는 "처음 상담학을 신청했는데, 어느 순간 과목이 기독교상담학으로 바뀌어 있었다. 일반 학교인 줄 알고 신청한 학생도 적지 않다. 학교가 처음부터 정체성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학장은 사임했다. 김장환 목사가 대구로 내려와 소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김장환 목사는 종교학교 인가 지위를 지닌 전미기독교대학협의회(TRACS·Transnational Association of Christian Colleges and Schools) 가입 절차를 밟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TRACS는 미국에서 기독교 대학 학위를 인준해 주는 기관 중 하나다.

실제 커넬대학교는 올해 4월 TRACS 회원으로 가입했다. 다만 학교 전체가 가입한 건 아니다. 김장환 목사는 "과목당 2~3억 원이 들어간다"며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우선 '신학 과목'만 인준을 받았다고 말했다. 커넬대학교에는 신학 외에도 교육학·상담학 등 과목이 7개 더 있다.

김장환 목사는 "TRACS 정식 회원이 된 커넬대학교는 앞으로 신학 학사·석사만 받을 수 있다. 다른 과목이 통과하기 전까지는 학생 모집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대구캠퍼스에도 모집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다만 기존 재학생들은 (비인가) 학위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나도 김 전 학장에게 속았다. 학생 유치하면서 공약을 남발하는 바람에 캠퍼스가 위기를 겪고 있다. 일부 학생은 기독교 학교인 줄 몰랐다고 하는데, 매번 채플에 참석했으면서도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 기독교 학교 학위를 받기 위한 게 아니었다고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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