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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참사의 주범들 가만두면 안 되잖아요"
8반 친구들과 함께한 세월호 예배 "가족들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싸운다"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8.05 11:04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이 폭염에도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생명안전공원 부지에 나왔다. 8월 4일, 기독교인들은 차광막 아래 앉아 8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드렸다.

2014년 단원고 2학년 8반 정원은 31명이었다. 그중 29명이 희생됐다. 예배에 참석한 기독교인 50여 명은 한목소리로 별이 된 이름들을 불렀다.

"고우재, 김대현, 김동현, 김선우, 김영창, 김재영, 김제훈, 김창헌, 박선균, 박수찬, 박시찬, 백승현, 안주현, 이승민, 이승현, 이재욱, 이호진, 임건우, 임현진, 장준형, 전현우, 제세호, 조봉석, 조찬민, 지상준, 최수빈, 최정수, 최진혁, 홍승준."

상준 엄마는 4·16 가족들이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상준 엄마 강지은 씨는 8반 학부모를 대표해 4·16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누군가 상준이에 대해 물으면 모든 기억이 봉인된 것처럼 말문이 턱 막힌다고 했다. '지상준'이라는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길을 걷다가 아이와 부모가 대화하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상준 엄마는 이런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그리움인지 아직도 해석이 안 된다고 했다.

"예배에 나와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했어요. 지금도 상준이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있어서 그런지, 무슨 말을 하라고 하면 눈물밖에 안 나와요. 슬픈 건지, 화난 건지, 그리운 건지 잘 모르겠어요.

상준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수영을 배웠어요. 수달처럼 물에 둥둥 떠 있는 걸 잘했어요. 18살 남학생이었잖아요. 뛰어내리라고 하면 충분히 나왔을 아이예요. 당시 배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학생들이 이렇게 말해요. '우리 이러다가 죽는 거 아냐.' 그때 '단원고 학생들 위험하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요. 분명 그때 다 나왔으면 주변에 상선, 어선이 구해 줬을 텐데…. 그런 생각만 하면 두 발로 서 있기 힘들어요. 기억을 통째로 봉인했어요.

상준이는 인스턴트식품을 싫어하는 아이였어요. 집밥을 좋아했어요. 근데 저와 남편이 모두 일을 나가서, 저녁에는 둘 다 너무 지쳐 집안일하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학원에 다녀온 상준이에게 '밥 먹었지?'라고 묻기만 하고, 단 5분도 아이를 위해 해 준 게 없어요.

시간이 많을 줄 알았거든요.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그때 잘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상준이는 우리의 전부였고, 아이가 없는 미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왜 아이에게는 5분을 함께하지 못한 걸까요. 맞벌이를 나간 것도 아이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너무 아끼고 사랑했는데 왜 5분을 집중하지 못했을까. 그런 기억이 지금도 계속 저를 괴롭혀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옷이 땀으로 흥건했지만, 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독교인이 아닌 상준 엄마는 이날 예배에서 읽은 성경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시편 9장 13-20절이었다.

"제가 기독교인이 아니라 깊은 뜻을 모르지만 두 가지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주님 일어나십시오', '저 이방 나라들을 심판하십시오.' 하나님이라면 참사의 주범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떨쳐 일어나서 심판해야 하잖아요. 사람이라면 응당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해요. 476명 중 304명이 사망했어요. 이렇게 사람 목숨이 헐값일 때가 없어요. 학살이에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들은 자식을 보낸 엄마·아빠로서 이런 슬픔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싸우고 있는 거예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잘못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시 유가족이 될 수 있어요. 만약 현행법으로 이게 어렵다면, 하나님이 당신의 뜻으로 심판해 줬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상준 엄마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상준 엄마는 예배를 시작할 때 부른 찬송 가사가 귀에 계속 맴돈다고 말했다. "주여 당신 뜻대로 우리가 하나 되게 하소서.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가 하나 되게 하소서."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조속한 진상 규명 △생명안전공원 건립 시작 △피해 가족들·416연대·활동가의 하나 됨 △한일 관계 악화 등 국내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매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진상 규명과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8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도회를 연다(8월 15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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