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가 7월 29일 성명서를 발표해,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를 추진하는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기장은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합의 △후쿠시마산 해산물 수입 규제 등을 빌미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기장은 "갈등 배경이 되는 현안들은 국가주의·민족주의 차원에서 문제 되는 사안이 아니다. 반인륜적 범죄행위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국제적 규범이다"고 했다. "제국주의 침략의 불행한 역사를 온전히 청산하고 평화를 이뤄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등지는 처사"라고도 비판했다.

아베 정권의 억지 조처가 동아시아 평화를 현저하게 해치고 있고, 한·일 양국의 민주주의도 위협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기장은 "장차 일본 경제에도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관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입장 

동아시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아베 정권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는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이 땅의 모든 사람이 평화로운 삶을 누리기를 기도해 왔다. 더불어 우리는 지금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반기며 간절한 마음으로 한반도에서 평화 체제가 정착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체제의 확립은 지난 제국주의 시대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자 동시에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이며, 이는 한반도 주변 여러 이웃 나라들의 적극적 협력이 절실한 사안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하였을 뿐 아니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우려되는 이 사태가 일본이 평화 헌법을 고쳐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아베 정권의 정치적 책략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은 일본이 평화 헌법을 고치는 데 필요한 위기 조장의 명분을 약화시켰고, 결국 새로운 명분을 필요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합의, 후쿠시마산 해산물 수입 규제 문제 등으로 한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터에, 이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적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국주의 침략의 불행한 역사를 온전히 청산하고 평화를 이뤄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등지는 처사이다. 

지금 한·일 간 갈등의 배경이 되고 있는 현안들이 결코 국가주의 또는 민족주의 차원에서 문제시되는 사안들이 아니다.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문제는 삼권분립하의 한국 사법부에서 한·일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자체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를 따른 것이다. 또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분명하다. 방사능오염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산 해산물 수입 규제는 건강과 안전에 관한 사항이다. 이 모든 사안이 정의와 평화, 인도주의와 생명의 안전 등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따라서 그 현안들에 대해서는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규범에 근거하여 그 해법을 찾아야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감정에 편승하여 다뤄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재 일본 아베 정권의 억지스러운 조처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현저하게 해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일 양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는 한국 사회에서 당면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주의 실현, 그리고 노동권의 신장 등에도 크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촛불 민의가 퇴색하여 실질적 민주주의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장차 일본의 경제에도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 수출 규제를 즉각 철회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망령을 떨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그 몫을 다하기를 바란다. 불행한 과거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긴밀한 협력 관계 안에서 함께 평화와 번영을 이뤄 온 여정을 다시 돌이켜 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를 위하여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고도 끊임없이 기도하며, 한·일 양국 간 뜻을 같이하는 교회 및 시민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것은 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고귀한 사명이다. 

2019년 7월 29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이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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