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자화상이다. 생명보다 돈을 향해 달려온 이 세계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사건이다. 우리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 60여 명이 7월 25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참사가 발생하고 5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지금도 진실을 묻고 있다. 왜 해경이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세월호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박근혜 정부는 왜 진상 규명을 방해했는지, 누가 증거자료를 왜곡하고 은폐했는지,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은 지금도 진실을 묻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를 주관한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정의가 이길 때까지'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참사 이후 대다수 한국교회가 진실에 관심과 용기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리어 낡은 관념에 사로잡힌 목사들의 행동과 발언이 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이전 신앙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살 수 없다. 세속적 탐욕에 물들고 기득권 세력 입맛에 길들여진 한국교회가 참사 이후를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믿음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둠에 잠긴 교회에 각성이 필요하다. 바벨론 포로기에 활동했던 이사야 선지자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았다.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구원하지 못한 무능력한 신 때문에 괴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사야는 문제의 본질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신의 무능에서 온 게 아니라 정의의 감각을 잃어버린 삶의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탐욕의 문법에 살아왔던 이전 삶을 씻어 내고 정의가 이길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믿음 위에 우리 사회를 세울 수 있다면, 그곳에서 하나님나라가 시작할 것이다."

김희헌 목사는 세월호 이전 신앙으로 참사 이후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은 엄마는 진실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이 결국 하나님을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희생자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화정교회)는 세월호 가족을 대표해 현장 증언을 전했다. 예은 엄마는 세월호 참사 직후 많은 교회가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개혁할 것을 기대했지만, 이들이 보인 반응은 회개보다 동정에 가까웠고 개혁을 향한 노력도 저버렸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부 그리스도인은 304명 영정이 있는 세월호 광장에 와서 '시체 팔이' 운운하며 희생자 가족을 조롱했다고 했다.

"참사 직후 우리를 의아하게 만든 수많은 질문이 있다. 아직 그 답을 얻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답을 얻지 못했으면 답이 없는 거 아니냐고 어떤 이들은 비아냥거린다. 세월호 가족들의 진실 요구가 정권 교체를 가져온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의 목적이 정권 교체인 것은 아니다.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을 아는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도, 가슴을 졸이며 그 일을 목격한 우리 모두도 그 진실을 알게 될 때 자유롭게 될 것 같다. 진리가 자유를 준다는 말씀처럼, 정말로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 같다.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묻는 사람, 그들이 결국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을 향해 이 시대 선지자보다 나은 선지자이고, 길을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 불의한 권력과 돈이 우선인 기업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이들, 그리고 지금도 끝까지 집요하게 하나님이 어디에 있는지 진실을 찾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길을 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앞에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앞선 시대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이 이 길을 열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길 끝에는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실이, 하나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날 기도회 참석자들은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하는 기도를 올렸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도회는 8월에도 계속된다. 8월 15일을 제외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돌아가며 기도회를 주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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