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직무를 정지했다. 2018년 4월에 이은 두 번째 직무 정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금권 선거와 선거 과정 중 하자로 법원에서 당선 무효 판결이 나왔지만 직무를 계속하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서울고등법원은 7월 24일, 전명구 감독회장의 직무를 다시 한번 정지했다. 전 감독회장은 2018년 4월에도 직무가 정지됐다가,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그해 10월 돌아온 바 있다.

이번 재판부 판단은 작년 4월 가처분 1심 결정 및 올해 2월 당선 무효 소송 1심 판결 내용과 거의 같다. 감리회는 감독회장 선거가 있는 해에 각 연회에서 선거권자를 확정한다. 2016년 감독회장 선거를 앞두고도 연회별로 선거권자를 뽑았는데, 당시 서울남연회에는 재적 1629명 중 300여 명만 출석한 상태라 의사 결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전명구 감독회장과 함께 후보로 나섰던 이철 목사(강릉중앙교회)의 피선거권도 문제가 됐다. 이철 목사가 감리회 '교리와장정'상 지방회 경계법을 어겼다고 했다.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소속 지방회인 강릉남지방 관할 구역이 아닌, 강릉북지방 관할 구역으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회장 선거 입후보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남연회 선거권자 선출에 관한 하자, 이철 목사 피선거권 하자가 없었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러한 하자들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침해돼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선거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단, 법원은 전명구 목사의 감독회장직만 정지할 뿐, 감독회장이 당연직으로 이사장을 맡는 감리회 유지재단 이사장, 태화복지법인 이사장 등의 직무는 정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 법인이 전명구 목사가 맡은 이사장 직무에 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가처분을 신청한 전 충청연회 감독 이성현 목사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선거권자·피선거권자 문제뿐 아니라 전명구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 문제도 제기했다. 당선 무효 소송 재판부는 전명구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도 인정했으나, 이번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감리회는 2018년 4월부터 10월까지 감독회장 공백기를 거치며, 직무대행 선출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감리회는 앞으로 30일 이내에 임시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또다시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명구 감독회장은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직무를 정지시켰다가 풀어 줬다가, 다시 정지하는 게 뭐하자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꿈꾸는 건가 싶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당장 사퇴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감독회장직을 내려놓는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 임기를 이미 1/2 이상 한 만큼 감독회장 선거도 다시 할 수 없다. 대행 체제로만 가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사퇴하면 혼란이 더 커지게 되어 있다. 본안 소송 고등법원 판결이 나면 (대법원 상고 없이) 거기 따르겠다고 누차 얘기했다. 그 내용까지만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교단이 감독회장직무대행을 선출하더라도 유지재단 이사장, 태화복지법인 이사장 등 감독회장 당연직으로서의 법인이사장 직무는 종전처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직무 정지 때는 법인이사장도 다 직무대행 선정해서 맡겨 놓고 기도원에 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태화복지법인 이사장직무대행을 인정하지 않아서 결국 다시 맡았다. 법원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 이사장 업무는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금권 선거 논란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지난 가처분 재판 때에도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하지 않았다. 이번 가처분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금권 선거를 인정한) 당선 무효 소송도 항소심 중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감독회장 유고 시 30일 내에 최연장자 감독이 소집해 임시총회실행부위원회를 열고 전 감독 중에서 감독회장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한다. 임시의장 자격이 있는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은 24일 통화에서 "아직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임시총회실행부위원회를 열어서 직무대행을 선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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