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 안셀름 그륀 지음 / 김현정 옮김 / 쌤앤파커스 펴냄 / 236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제와 수도자를 돕는 지도신부로 활동하면서 <아래로부터의 영성>·<황혼의 미학>(분도출판사)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긴 저명한 영성 작가 안셀름 그륀의 신간. '불만족'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라고 진단하고, 행복의 첫걸음이 되는 '만족'을 쉬운 언어로 살핀다. 만족, 불만족, 과도한 만족이 생겨나는 원인, 만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만족에 이르는 길을 담았다. 영성과 철학,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오가며 현대인의 만족 문제를 다룬다. △결코 끝나지 않을 헛된 싸움 △부족해서가 아니라 만족하지 못해서 △더 가지고 싶은 마음 멈추기 △마음속 그림자와 화해하기 등 17장으로 구성됐다.

"지나치게 '과도한 만족감'이 문제가 될 때도 있습니다. '과도한 만족감'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단계에서 발전하지 못하거나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가정과 직장에 지나치게 만족하는 사람은 다른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남들의 고통이나 사회적 갈등, 부조리 등,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도 생각합니다. 세상일에 무심하고 그저 자신의 편안한 삶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도한 만족'은 이기적인 삶의 방식에서 생겨난 편협한 만족일 뿐입니다." (시작하며 '후회도 불안도 없는 하루', 13쪽)

"신앙에는 반드시 도덕적인 요구가 따릅니다. 하지만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무조건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점을 혼동하면 '나는 신앙인이니까 도덕적으로도 완벽해야 해' 하는 압박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히면서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그런데 이러한 압박감의 이면에는 '하느님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초자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가 완벽해지기를, 실수하지 않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잘 보이려는 초자아의 공명심 때문입니다. 과도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이런 부담스러운 영성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영성을 키워야 합니다." (15장 '신은 당신을 만족스럽게 지으셨습니다', 193~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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