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의 7월 16일 판결 연기는 매우 유감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재판 전까지 많은 기대와 우려가 오가는 가운데, 이날에는 반드시 결론을 내겠다는 재판국장 말을 믿어 보려 했는데 역시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판결 연기로 사실상 총회 재판국에 기대하기는 힘들어졌습니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세습을 용인하는 결론을 전원 합의해 발표하려는 시도를 연기한 것이라는 소문이 돕니다. 8월 5일에도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년 102회기 총회 재판국이 8:7 판결을 내놓은 이후 많은 비난을 받은 사실을 익히 아는 103회기 세습 찬성 재판국원들은 비난을 감당할 강단조차 없어 보입니다.

104회기 총회가 희망입니다. 작년 103회기 총회가 보여 준 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온갖 꼼수로 비켜 가려는 많은 시도를 날카롭고 냉철한 지적으로 번번이 무산시키는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됐습니다.

명성교회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인위적 방법으로 오로지 표결을 위해 구성된 다수 총대가 전체 여론을 거스르는 결론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맹신적 신앙의 자금력과 교단의 경제적 허점이 맞물려, 대형 교회 담임목사 아들 하나를 살리기 위해 교단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 가능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대로 된 정면 승부로 가야 합니다. 설령 104회기 총회가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교단 여론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예장통합 전체 여론은 '세습 불가'라는 사실이 103회기 총회를 통해 분명히 기록돼 있습니다. 세상 정치 바꾸는 데도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우리라고 못하겠습니까. 인내와 희생을 이제 세상에서라도 배워야 합니다.

2년간 세습 반대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개혁 세력이 연대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중요한 자산을 끝까지 이어 나가야 합니다. 어느 학교가 옳은 소리를 내는지, 어느 단체가 제대로 된 전략을 짜고 행동하는지, 어느 언론이 정론지인지, 누구 전략이 효과적인지, 누가 희생해 왔는지 지켜봤고 느꼈습니다. 104회기 결과가 혹시 잘못된다고 해서, 흥분과 분노에 휩싸여 이 모든 자산을 날려 버린다면 그야말로 패배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뭉쳐서 끈질기게 대항할 것입니다. 105회기도 있고 106회기도 있습니다. 저들이 104회기를 어찌할지 모르겠지만, 이후에도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예장통합 교단 정의의 힘은 머지않아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잘못된 과거를 응징하리라 믿습니다. 지나친 패배주의도, 지나친 자신감도 아닌 분명한 연대와 실행으로 싸워 나가야겠습니다.

104회기 총회 시작까지 2개월이 남았습니다. 명성교회 세습을 저지하기 위해 싸워 온 우리는 남은 2개월을 최대한 활용해 끝까지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총회 장소가 서울에서 포항으로 바뀐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못 갈 일도 아닙니다. 고속버스를 대절하거나 KTX를 타고, 아니면 직접 운전해서 달려가야 합니다. 작년처럼 학생들이 내려가고자 하면, 직장인이 교통비를 모아 줘야 합니다. 가기 힘들면 유튜브 생방송이라도 지켜봐야 합니다.

7월 16일 재판 장소에 많은 교계 언론과 일반 언론이 몰렸습니다. 이번 총회 장소에 그 이상 몰리면 몰렸지, 그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학생과 언론이 감시하는 현장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을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 봅니다.

김삼환 목사는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일이 명성교회와 김하나 목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매우 잘못된 판단입니다. 세습을 용인하면 교단도 불명예를 얻지만 김하나 목사에게도 평생 '세습 목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것입니다. 한국교회 병폐를 지적하는 뉴스마다 세습이 언급되고, 김하나 목사 사례는 빠짐없이 등장할 것입니다.

교회는 어떻습니까. 세습 사태로 명성교회 교세는 크게 감소했고 특히 청년층 이탈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최근 강동구 일대 인구가 급증한 사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하향세는 몰락 수준이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무엇이 교회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오판을 인정하고 회개의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오직 이 방법만이 그동안의 잘못을 용서받고 과거의 명예를 되찾는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는 조금 더 냉정하고 치밀한 계획으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아직도 명성교회 내에서 인간관계에 얽매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교인들이 있다면 설득해서, 더 이상 교회를 위한다는 그릇된 명분에 희생당하지 않고 올바른 교회로 옮기도록 유도하겠습니다.

명성교회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갈등하는 교회 내 목회자에게, 어느 것이 제대로 된 신앙의 길인지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서 명성교회를 떠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들이 진정 주를 섬기는 종이라면 올바르게 판단하리라 믿습니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잘못된 일과 발언을 계속해서 외부로 전달할 것입니다. 명정위를 비롯해 여러 단체와 개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조병길 / 명성교회 탈퇴 집사,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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