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길라의 일기 - 브리스길라의 눈으로 본 바울의 3차 전도 여행 두 번째 이야기> / 진 에드워즈 지음 / 전의우 옮김 / 생명의말씀사 펴냄 / 280쪽 / 1만 6000원

바울이 스데반을 죽인 후, 예루살렘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그리스도인을 죽이기 위해 다메섹으로 가는 도중,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 그리고 바울은 아나니아와 바나바의 도움으로 사울에서 바울로 이름이 바꾸고, 3차례에 걸쳐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도행전 9장 이후로 바울이 이단들과의 무서운 논쟁 가운데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교회 공동체와 사랑하는 교회 구성원들을 향한 마음이 서신서에 그대로 담겨 있다.

<브리스길라의 일기>(생명의말씀사)는 바울의 3차 전도 여행 후반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진 에드워즈는 탁월한 역사적 시각과 사도행전·서신서 내용을 브리스길라 관점에서 이 책을 기술했다. 특히 에베소를 출발해 로마로 호송되기까지, 험난했던 바울의 여정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바울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브리스길라는, 이 일기를 통해 바울서신 중 보석과도 같은 로마서·고린도후서 뒷이야기와 바울의 속마음을 사실감 있게 전하고 있다.

복음이 어떻게 1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신분·지위·소유를 넘어선 영혼의 자유를 가져다주었는지, 모든 고난과 억압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는지도 보여 준다.

필자는 바울의 3차 전도 여행을 브리스길라 시선으로 적어 내려간 글을 읽으며, 당시 바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듯한 생동감이 있었다. 읽다가 바울이 전한 복음 때문에 아데미 우상을 12개월 동안 팔지 못해 격분한 상태로 거리에 나온 에베소 2만여 군중이 바울을 죽이고자 둘러싸는 장면에서는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유리굴로 광풍에도 잠잠히 주를 바라보는 믿음으로 주의 인도하심을 받는 바울을 보며, 살아 계신 주님의 손길을 확신할 수 있었다.

디테일한 바울의 선교 여정에서 다시금 느낀 것이 있다. 에베소에서 아데미 우상을 팔지 못해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 데메드리오의 외침은 우리 시대의 군중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곳에 모여든 데메드리오의 외침에 전적으로 공감을 해서 따라나선 사람은 몇이나 됐을까. 군중의 심리와 그 심리를 이용해 폭동을 일으키는 에베소 사람의 무지함을 우리 시대에도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다.

에베소에서 로마까지 압송되는 여정에서 바울이 얼마나 로마를 그리워했고 로마를 사모했는지 알게 된다. 로마 교회를 향한 바울의 애절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리고 가이사랴에서 빌립과의 만남이 바울의 삶에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다시 깨닫게 된다.

예루살렘에서 바울 때문에 일어난 소동들이 있었다. 공회가 소집되고, 세 차례 힘든 재판 가운데 바울이 품은 한 가지 마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하는 것이었다. 본서에는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 에드워드는 전문 신학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인문학적 지성과 시대를 꿰뚫어보는 역사적 안목, 탁월한 스토리텔링은 언제 읽어도 실망을 주지 않는다.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통해 그의 삶과 마음을 알 수 있지만, 바울의 여행 여정과 주변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본서는 생명수와도 같을 것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서상진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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