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변한다. 변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은 것이다. 인류 역사와 문명의 변화를 탐색해 보면, 폭발적 성장의 변곡점에는 '만남'이 있었다. 언제나 만남의 장소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곳은 모두 큰 강을 끼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 변화의 시작점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만남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피상적인가 본질적인가 하는 차이일 뿐이다. 사람에게는 거울 효과(Mirror Effect)가 있다. 만나는 사람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따라하게 된다. 라포(Repport)가 형성되면, 더욱 강력한 연대가 이루어져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김형국 목사의 이번 출간 도서 <요한과 함께 예수 찾기>(생명의말씀사)에는 '예수를 만나는 31일간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7가지 이야기를 통해 예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예수는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제자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 하느냐?"

제자들은 "세례요한"·"엘리야"·"선지자"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가 다시 묻는다.

"너희는 나를 누구랴 하느냐?"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막 8:29)."["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

예수는 용맹한 베드로의 고백에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 16:17)고 답하신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묻는다. "예수는 과연 누구입니까?" 그리고 예수를 찾기 위해 예수를 만나고 변화한 사람들, 즉 "증언자"들을 찾아간다. 저자는 사복음서 중 요한복음을 택했고, 요한을 통해 증언되는 예수를 탐색하기로 작정한다. 요한복음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던 제자들을 추적하고 만난다.

<요한과 함께 예수 찾기 - 예수를 만나는 31일간의 여정> / 김형국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 / 344쪽 / 1만 6000원

이 책에는 7가지 이야기가 담겼지만, 31일 동안 증언자들을 찾아가 만나고 묵상하도록 꾸몄다. 다르게 표현하면, 31가지 예수의 행적과 성품을 묵상한다. 저자는 말한다.

"31일간의 여행이 끝날 때쯤 여러분 스스로가 요한이 증언하는 예수를 만나시기를 기대합니다." (36쪽)

첫째 날 묵상은 '성경이 증언하는 예수'다. 요한복음 1장 1-18절을 묵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예수에 대한 요한의 정의, 예수에 대한 표현과 사람들 반응들을 살핀다. 첫째 날 묵상의 정의는 "예수는 세상을 창조하셨고, 세상에 오셔서 하나님을 알려 주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십니다"이다. 이는 자신의 묵상에 따라 다르게 고칠 수 있다.

예수는 2000년 전 사람이다. 어떻게 예수를 만날 수 있을까. 예수를 직접 만났던 증언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들이 경험하고, 들었고, 생각하는 예수에 관한 '증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예수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증언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저자의 목적은 증언을 통해 예수를 만나고 예수의 음성을 듣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일 때는 쉬웠지만 정작 내 일이 되면 달라집니다." (69쪽)

이 짤막한 문장은 실존적 삶의 현장에 있는 독자들을 일깨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것이 나와 상관이 없으면 흘려 듣게 된다. 하지만 나와 상관이 있으면 그것이 위기나 사건, 사연이 된다. 인생은 고난 앞에서 사람은 철학적·종교적이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깨어진 세상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은 불뱀에 의해 죽어 갔다. 모세는 하나님께 매달렸고,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달라는 응답을 받았다. 모세의 위대함은, 하나님의 응답이 어이없는 것이었는데도 '순종'했다는 데 있다. 이것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73쪽)이다.

우리는 놋뱀에 능력이 있다고 착각한다. 대단히 위험한 착각이다. 놋뱀이 아니라, 놋뱀을 보면 낫게 하시는 하나님께 능력이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이스라엘의 어그러진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성경은 단호합니다. 교육 문제도, 경제문제도, 사회구조 문제도, 과학 기술 문제도 아니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데서 온 문제라고 말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그렇다면, 문제를 풀 방법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뿐입니다. 예수가 이 땅에 와서 한 일이 그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그때부터 영원한 생명이 우리 속에 들어와 죽어 가고 있던 삶의 모든 영역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77쪽)

그렇다. 예수가 한 일은 하나님과 죄인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회복은 전인격적으로 예수를 만나야 가능하다. 도대체 '전인격적 만남'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 '실패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위로받고 격려받고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랑을 받은 경우는 극히 일부다. 특히 부모에게 받을 사랑을 받지 못하면 상처가 깊어진다. 부모의 삶을 들여다보면, 부모 역시 자기 부모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사랑하고 싶으나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딜레마"(220쪽)다. 어쩌면 당연하다. 상처가 깊어지면 사람은 냉소적이 된다. 사람은 스스로 절대 사랑할 수 없다. 저자는 독특하게 이 문제를 '성육신' 사건으로 끌고 간다.

성육신은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신 사건이다. 한 사람으로서 사랑의 모범을 보이신 것이다. 인간은 죄인이다. 그렇기에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죄성을 가진 인간은 타자를 수단화하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성육신은 그 반대이다. 예수는 자신을 수단화하신다. 자기부정과 헌신, 죽기까지의 사랑을 통해 자기를 버리신다. 우리가 예수를 따른다는 말은 바로 그 의미다.

예수처럼 타인을 자신을 위해 수단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단이 되어 타인을 죽기까지 사랑해야 한다. 예수를 따라가려면, 먼저 "자신의 사랑을 성찰"(231쪽)하고, "그의 사랑을 충분히 받아 누"(232쪽)려야 한다. 그다음 우리 마음속에 "그의 사랑을 모델로 삼고 싶어"(234쪽)지는 마음이 생긴다.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긋다 보니 마지막 장이다. 사랑 불변의 법칙이 있다. 타락한 인간 안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사랑이 머문다. 그 후에야 자신에게 있는 사랑을 타인에게 전한다. 저자는 이것을 '소명'이라 한다. 사랑 없는 시대는, 하나님의 사랑을 부정하는 시대다. 인격적 만남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부어지는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아는 것이다.

불현듯 최근 들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얼마나 묵상하고 감사했는지 부끄러워진다. 이 책에는 7가지 이야기와 나눔 질문이 있다. 소그룹으로 모여 책을 읽고 성경을 찾아가며 나눌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망각하고 표류하는 이들과 교회에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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