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 판결을 들은 학생들은 복도에 나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법원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무지개 퍼포먼스를 벌인 학생들을 징계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의 조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13부(심태규 부장판사)는 7월 18일 "징계 처분 과정에서 사유를 고지하지 않고 반론을 제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지난해 7월 26일 내린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학교 측이 부담한다"고 판결문을 읽었다.

선고에는 징계 당사자 학생 세 명과 대리인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가 자리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전 호남신대 교수 오현선 대표(공간엘리사벳)와 학생 5명이 참석해 함께 판결을 들었다. 학교 측 변호사 및 학교 관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판사 입에서 '무효'라는 단어가 나오자 방청석에서 안도의 탄식 소리가 나왔다. 판결 전만 해도 "크게 긴장되지 않는다"던 학생들은, 법정을 빠져나온 뒤 지지자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해 첫 변론부터 쭉 참석해 온 신대원생들은 눈을 감고 기도하기도 했다.

'6개월 정학'으로 징계 수위가 가장 높았던 서총명 씨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개인을 위해서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게 오히려 불리했다. 교단 소속 신학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름이 드러나는 게 좋을 리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 씨와 다른 학생 한 명은 전도사로 사역하던 교회를 그만둬야 했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을 제기한 건 성소수자를 향한 일방적 혐오와 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다. 서총명 씨는 "내부에서 싸워도 전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부당한 징계에 순응하면서 가기보다는 외부 힘을 빌려서라도, 공론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론 때마다 법정을 찾아 지지를 보내고,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해 달라는 연대 서명에 참여한 동문 2000여 명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서 씨는 "교단 사람 대부분이 우리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니까 때로는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직접 응원해 주는 이들을 만나니 우리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니라는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법원 판결 직후 장신대를 찾아가 복학에 필요한 노회장 추천서를 제출했다. 기자는 항소 여부 등 학교 입장을 묻기 위해, 임성빈 총장과 김운용 신대원장에게 연락했지만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학생 두 명은 판결 직후 장신대 교학실을 방문해 복학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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