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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반대' 말만 해도 잡혀가? 그런 세상 바라는 사람 없다"
'혐오 없는 선거 어떻게 가능한가' 토론회 "국가기관·미디어·시민사회가 함께 맞대응해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7.18 11:31

"4·13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모두 국회에 입성해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동성애법, 이슬람 침투를 막겠다."
"성소수자들로 인해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 국회에 들어가 동성애 보호 조항을 막겠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성애·이슬람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독자유당 후보들은 2016년 총선 출정식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뱉었다. 2017년 '장미 대선' 때 홍준표 후보는 "동성애 반대하느냐"고 질문했고, 문재인 후보가 "그렇다"고 답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방송되기도 했다.

선거 때가 되면 혐오에 동참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집단과 이에 응하는 정치인이 만나 특정 그룹, 특히 소수자들을 배제하는 발언이 극성을 부린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7월 17일 열린 '혐오 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과 시민사회, 언론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정치권의 혐오 발언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무엇이 혐오 표현인가' 하는 문제다. 혐오 표현을 규정할 때, 늘 따라오는 것은 '표현의자유'다. 예를 들어, 반동성애 진영은 자신들 발언이 사실을 전달하는 것일 뿐이고, 사람(동성애자)이 아닌 행위(동성애)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혐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말이 칼이 될 때>를 펴낸 혐오 표현 연구자 홍성수 교수(숙명여대)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 "혐오는 '우리'와 '저들'을 분리·배제해, 저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거나 우리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담겨 있다. 가만히 있다가는 우리가 당할 것이라며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역시 혐오의 모습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홍성수 교수는 선거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혐오 표현도, 혐오를 기반으로 한 포퓰리즘 정치도 횡행한다고 했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을 규제하느냐 허용하느냐는 양자택일 방식만으로는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특정 그룹을 향한 혐오심을 부추기는 '증오 선동'은 형사 범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혐오 표현 없는 선거가 어떻게 가능한지 논의하는 토론회가 7월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렸다.

'형사 범죄화'라는 말이 나오면, 혐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반대 의견을 말하는 정치인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홍성수 교수는 규제로만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도 명확하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누군가를 징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라도 캠페인, 모니터링, 공문 발송 등을 통해 혐오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혐오 발언과 혐오를 기반으로 한 차별이 법 테두리 내에서 판단을 받으려면 관련 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교계의 강력한 반대에 가로막혀, 차별 구제를 명시한 차별금지법, 인터넷상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혐오표현규제법은 물론, '인권'이나 '성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법안은 발의와 동시에 철회되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정책담론팀장은 교계의 우려가 기우라고 했다. 장 팀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목사님이 잡혀간다거나, 동성애를 반대하는 말만 하면 구속된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발언만으로 잡혀가는 사회를 원하는 인권 활동가는 없다. 누군가의 발언을 틀어막기 위함이 아니라 차별은 안 된다는 인식을 넓혀 가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우 사무차장(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시민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 규제 관련 법 입법에 관한 주요 정당 입장을 묻고,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권순택 활동가(언론개혁시민연대)는 '따옴표 저널리즘' 형태로 후보들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한국 미디어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가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치인의 혐오 표현을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이 지닌 '의제 설정'이라는 기능까지 연결해 생각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후보자 사이 발언을 모두 똑같이 실어 주는 '후보자 간 공정성'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 같은 발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권 활동가는 '인권' 문제는 '정책'과 다르다며 미디어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테제를 반성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자살 보도와 관련해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허울 좋은 객관성·중립성에서 벗어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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