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05년 을사늑약을 시작으로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체결, 1945년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일제 치하에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백범 김구를 비롯해 의열단 김원봉, 흥사단 안창호 등 많은 사람이 일제에 맞서 외교와 무력 투쟁 등 여러 방법으로 우리나라 자주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한편에서는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 만주군 8단의 박정희, 만주군 간도특설대의 백선엽, 문학가 김동인 등 많은 사람이 조국을 배신하고 일본 편에 섰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편에 서서 일본의 국익을 위해 조국에 해를 끼친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부른다.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지 7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유명 일간지 중 하나는 우리 정부 측이 일본과 대화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하며,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일본을 옹호한다. 또한 태극기 집회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지금 일본이 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망해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가 돼 봐야 된다"라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곳곳에는 아직 일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매국노들이 존재한다.

한국 교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 세습이라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2017년 11월 12일, 명성교회는 불법 세습을 감행했다. 이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것을 수탈한 것과 같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이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며 결코 한 가족, 한 집단에 귀속될 수 없다. 세습은 교회를 한 가족에 귀속하는 행위이며,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교회의 주인임을 나타내는 행동이다. 세습은 결코 해서는 안 되며, 이런 불법 세습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를 일본에 팔았던 매국노들과 다를 바 없다.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교회를 명성교회라는 거대한 제국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다.

매국노들은 자신의 행위가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매국노의 대명사이자 을사오적 중 한 사람인 이완용은 '한일합병은 조선의 유일한 활로'라고 말하며, 자신의 매국 행위를 정당화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는 명성교회가 살아야 교단과 한국교회가 산다고 말하며, 명성교회를 살리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세습금지법은 성경과 맞지 않고 세습금지법 때문에 목사·장로 자녀들의 신학교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세습금지법 폐지를 주장한다.

더 나아가 불법 세습 반대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되고 싶어서 저런다',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귀'라는 등 근거 없는 주장으로 비방하고 모욕한다. 마치 김구와 안중근 의사를 테러범이라고 선동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어떤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을 갖다 붙여도 결국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정당화하는 행태이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일 뿐이다.

매국노들은 '우리나라가 독립할 줄 몰랐다'는 변명을 하기도 한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매국노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임시정부에서 일하며 일본의 첩자 노릇을 하던 염석진은 왜 동지를 팔았냐는 질문에 "몰랐으니까. 해방될 지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나?"라고 대답한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묵인하는 사람들은 명성교회가 영원하리라 생각한다. 명성교회가 가지고 있는 힘과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일제강점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변절했던 사람들처럼, 영원할 것으로 보이는 명성교회의 권력에 빌붙어 하나님의 교회를 팔고 있다.

명성교회와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사람 역시 불법 세습을 찬성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하는 총회 재판국도 마찬가지로 하나님나라를 파는 매국노라는 오명을 피하긴 힘들다. 명성교회가 불법 세습을 한 지 벌써 21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총회 재판국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놓지 않는 것인지 내놓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판국의 침묵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보일 뿐이다.

불법 세습 판결이 계속 연기되면서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고 돌아서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이 명성교회 불법 세습 찬성에 나서고 있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재판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국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바로잡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동조하는 일이다. 결코 책임이 작지 않다.

7월, 8월은 대부분의 교회가 여름 성경학교와 여름 수련회를 준비하는 시기다. 여름 성경학교를 기획하는 어느 협회의 수련회 주제는 'I am a Christian 옳은 일을 하라'이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찬성하거나 묵인하는 사람들, 특히 총회 재판국은 매국을 멈추고 옳은 일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보이는 명성교회의 힘과 권세 때문에 바른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드시 하나님의 공의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무실역행務實力行'이란 말이 있다. 거짓 없는 진실에 힘쓰고 옳은 일을 힘써 행하라는 뜻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 좌우명이자 흥사단 창립 시 사용했던 표어이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대한 재심 선고가 8월 5일로 미뤄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무실역행 정신을 기억하며 옳은 일을 하길 바란다. 재판국은 불법 세습에 대한 암묵적 동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하나님나라를 파는 매국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옳은 일을 행하라. 매국노가 될 것인가, 하나님나라를 위해 행동할 것인가.

신비롬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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