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 재심 선고를 8월 5일로 연기했다.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사진 오른쪽)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계와 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명성교회 부자 세습 재심 선고가 연기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은 총회 재판국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뿐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재판국이 명성교회 눈치를 보느라 판결을 유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뉴스앤조이>는 선고가 연기된 구체적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7월 17일 강흥구 재판국장과 국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취재에 응한 국원들 의견을 종합하면, 총회 재판국은 예정대로 선고하려고 했다. 문제는 방식이었다. 102회기 총회 재판국처럼 표결로 할지, 주심 의견을 따라 '만장일치'로 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여기에 '현실적·정치적' 이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성교회 옹호 입장들까지 나오면서 선고가 연기된 것이다.

주심 의견을 따라 만장일치로 가자는 의견은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샘물교회)가 제안했다. 강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처럼 표결로 갈 경우 큰일 나겠다고 싶어서 내가 먼저 제안했다. 재판국이 한목소리를 내야지, (의견이) 갈라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7일, 102회기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고 8:7로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줬다. 이후 명성교회 측에 표를 던진 8명의 신원이 노출됐고, 이들은 비판을 면치 못했다. 강 목사는 "꼭 그런 이유 때문에 만장일치를 추진한 건 아니다. 가능하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재판국에 좋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재판국은) 박살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 재심을 만장일치로 할지, 표결에 부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근본적으로 세습을 반대한다"는 A 국원은 예정대로 선고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우리 역시 화나고 창피하다. 밖에서는 왜 판결을 내리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A 국원은 8월 5일 반드시 만장일치로 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장일치로 해야 권위가 있다. 표결은 바람직한 문제 접근 방법이 아니다. 기왕이면 충분히 토의하고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총회 재판국은 사회적으로 보면 대법원격인데 그 정도 책임과 양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B 국원 역시 만장일치를 지지했다. 103회 총회가 명성교회와 관련해 결의한 점도 있고, 만장일치는 법리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총회 재판국은 성경과 헌법대로 판결해야지, 현실적·정치적 부분을 고려하면 안 된다. 만장일치는 무너져 가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심리해 오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고 했다. 특히 명성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자신 역시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몇몇 국원은 현실적·정치적 이유를 들며 명성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나 역시 명성이 어려움을 겪으면 안 된다는 것에 공감은 한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를 생각한다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만장일치로 바르게 판결해야 한국교회도 살고 명성도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았다. B 국원은 만장일치는 희망 사항일 뿐, 8월 5일 선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재판국원은 14명(1명 사퇴)이다. B 국원은 "표결로 가면 7:7 또는 8:6이 될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 만장일치가 아닐 때는 판결문에 소수 의견, 다수 의견을 밝히고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과 역사 그리고 교회 앞에 바로 서는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회의 도중 퇴장한 C 국원은, 재판국이 예정대로 선고를 내리지 않고 심리를 이어 간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회의가 진행되는 걸 보니까 판결하지 못하겠더라. 기대할 게 없어서 일찍 나왔다. 부디 다음 재판에서는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 재판국은 지난해 총회 뜻에 따라 (명성교회) 판결을 바로잡아야 할 목표가 있다. 다른 의미에서의 만장일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재심 선고를 연기하자, 세습 반대 단체 회원과 신학생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를 옹호하는 이들은 총회 재판국이 재심 선고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103회 총회가 원심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재심 근거가 되는 원심 판결이 존재하지 않고, 이번 사건 피고인 서울동남노회장이 부재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재심은 할 수 없고, 하더라도 각하 또는 기각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강흥구 목사는 "이미 총회가 결정한 사안으로 재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A 국원은 "법률가들에게 자문을 받았다. 재심이 가능하다고 해서 진행 중이다. (명성교회 재심) 판결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