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이주민소위원회가 공항에서 200여 일을 보낸 루렌도 가족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루렌도 씨와 아내, 10살 미만 네 자녀는 콩고계 앙골라인들로, 지난해 12월 2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줄곧 면세 구역에서 생활해 왔다. 

가족의 요구는 하나. 한국 땅으로 들어가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라도 달라는 것이다. 당장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한국 정부는 이들이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한국으로 온 정황이 있다며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교회협 이주민소위원회는 7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난민협약에 가입돼 있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법을 시행한 대한민국이 법과 절차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루렌도 가족에게 기본적인 기회를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공항 생활 200여 일, 루렌도 씨 가족의 난민 심사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 22:21)."

앙골라에서의 박해를 피해 대한민국으로 온 난민 루렌도 씨 가족이 인천공항에 갇혀 지낸 지 벌써 200일이 넘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네 자녀와 건강이 좋지 않은 루렌도, 바체테 부부는 인간으로서의 어떠한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대한민국 땅 한 켠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공항에 갇힌 이유는 올해 1월 한국 정부가 난민 인정 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콩고계 앙골라인으로서 콩고와 앙골라 사이의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의 상황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껴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겨우 2시간 남짓 진행된 조사를 통해 이들은 난민인지 아닌지를 가릴 심사조차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을 담은 불회부 처분 통보 문서에는 담당 기관의 직인조차 제대로 찍혀 있지 않았으며, 이후 루렌도 씨 가족에 대한 심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조차 불응하는 등 한 가족의 생사를 가를 중차대한 문제를 너무나 무성의하게 처리하고 말았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이처럼 난민 심사받을 권리마저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한 가정을 극심한 위험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태이다. 

현재 루렌도 씨 가족은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7월 19일 오전 11시 50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장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난민 인정 심사를 받게 해 달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루렌도 씨 가족에 대한 난민 인정 심사를 정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루렌도 씨 가정이 직면해 있는 심각한 박해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공포와 위협에 관해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깊이 살펴봄으로써 난민 인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했으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법과 절차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바인 것이다. 루렌도 씨 가족의 사례는 대한민국이 건강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바로 설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루렌도 씨와 아내인 바체테 씨, 그리고 어린 네 명의 자녀들이 "가입국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종교, 국적, 소속된 특정 사회적 집단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난민의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국가의 영토로 당사자를 추방 또는 송환해서는 안된다"(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협약 33조)는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의 품에서 새로운 희망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모든 과정이 진정성을 갖고 합리적으로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2019년 7월 1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 주 민 소 위 원 회
위 원 장 김 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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