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공부법을 알려 드립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소셜미디어에서 발견한 한 기독교 단체의 청소년 방학 캠프 홍보 문구다.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2주간 매일 14시간 공부만 하게 된다. 홍보지 상단에는 'Jesus 영성과 학습'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공부뿐 아니라 영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캠프 비용은 85만 원. 홍보지 바탕 사진에는 학생 수백 명이 줄지어 앉아 공부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거… 진짠가?' <뉴스앤조이>는 캠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이 단체 이름은 '지저스스터디'(김항안·김일 공동대표). 6년 전, 한국교회정보센터 대표 김항안 목사가 만들었다. 지저스스터디는 매년 3~4차례 호텔이나 연수원 대강당을 빌려 방학 캠프를 열어 왔다. 참가 학생들은 2주 동안 대강당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4시간 자습한다. 별도 교재나 특강, 커리큘럼은 없다. 학생들이 30분 단위로 일일 학습 계획을 세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지저스스터디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는 교사진이다. 이들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만 캠프 교사로 고용한다. 교사 1명당 학생 10~15명을 맡아 학습을 지도한다. 학생들이 장시간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고난이도 문제 풀이를 돕는다고 나와 있다. 교사들은 매일 돌아가며 자신들이 어떻게 공부했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등을 소개한다. 일종의 동기 부여다.

캠프에서는 '영성 훈련'도 병행한다고 했다. 매일 오전과 저녁 각각 1시간씩 김항안 목사가 영성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 목사는 학생들과 함께 성경을 읽거나, 기독교 관련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서로 나누게 한다.

이 캠프는 기독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다. 목회자 자녀는 참가비 10만 원을 깎아 준다. 지저스스터디는 올해 5월 <국민일보>에 '기독교 가치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단체'로 인정받아 '국민 미션 어워드'를 수상했다.

지저스스터디는 영성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방학 캠프를 홍보한다. 지저스스터디 홈페이지 갈무리

김항안 목사 "어려운 목회자, 다음 세대 위해
공부 잘하는 애가 효도·사업도 잘해
한국에선 여전히 수능·내신이 중요"

<뉴스앤조이>는 김항안 목사가 어떤 이유로 학습 캠프를 열었는지 물었다. 김항안 목사는 7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형편에 있는 목회자 자녀, 교회에 나오지 않는 다음 세대를 위해 지저스스터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중·고등학생이 일요일에 공부한다는 이유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비싼 돈 들여 학원 다닌다고 무조건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친구들을 위해 공부법을 배울 수 있는 캠프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인이 운영하는 한 사설 업체 캠프에서 지저스스터디를 착안했다고 했다. 실제 지저스스터디와 P사가 운영하는 캠프 방식은 거의 똑같다. 2009년부터 학습 캠프를 운영한 P사는 14시간 자기 주도 학습, 30분 단위 계획 등을 국내 처음 도입한 곳이다. P사 관계자는 7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가 기독 학생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한다고 해서 교육법을 전수했다"고 말했다.

지저스스터디는 공부 못지않게 영성 훈련을 강조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 목사는 "새벽과 저녁 영성 훈련 시간에 신앙을 엄청 강조한다. 공부를 잘해도 예수님을 모르면 안 되지 않나. 요즘 교회나 가정에서 깊이 가르치지 못하니까, 캠프에서라도 아이들 신앙을 제대로 세워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 모아 놓고 공부만 시키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 그래서 영성 훈련을 병행해 지저스스터디라고 이름을 지은 거다. 실제로는 공부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저스스터디 홍보지가 소셜미디어에 알려지면서 일부 누리꾼은 "예수 이름 팔아 장사한다"고 캠프를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영성 사칭해서 1등만이 최고라는, 실제 영성과 거리가 먼 다음 세대를 키우고 있다", "하나님은 반에서 꼴등 해도 영광 받으시는데… 우리가 반에서 1등을 못 해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가"라고 썼다.

이러한 지적에 김 목사는 "돈벌이가 아니다. 일반 업체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실제 유사한 캠프를 운영하는 P사나 A사의 교육비는 3주에 260~300만 원이다. 기간이 지저스스터디보다 1주 길긴 하지만, 일주일 기준으로 따지면 2~2.5배 저렴하다.

수강료가 수십만 원씩 하는 이유는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캠프 교사들이 모두 명문대 학생들이다. 괜찮은 과외 하나 얻으면 하루에 몇십만 원씩 받을 수 있다. 그런 친구들에게 2주간 새벽부터 자정까지 일을 시켜야 하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저스스터디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건 좋은 성적을 받아 명문대에 입학하라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학습 캠프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성적을 최우선으로 여기게 하며 입시 경쟁을 과열시키는 것 아닌지, 특히 기독교 정신과 상충하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이에 김 목사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공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솔직히 말해 학생들이 기도 1시간씩 하고 친구들을 10명씩 전도한다고 해도, 일단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본다. 공부 잘하는 애가 효도도 잘하고 나중에 사업도 잘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강조한다. 3년만 고생하면 앞으로 80~90년 인생이 편하다고. 만약 영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수능, 내신이 중요하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예수님이 돕는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면 2주 만에 큰 변화를 보인다"고 말했다.

기독 교사들 "교육 혁신 시대와 역행
14시간 학습 강요, 하나님 기뻐하지 않아"

기독교 교육 운동을 하는 현직 교사들은 지저스스터디가 오늘날 교육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태 대표(좋은교사운동)는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혁신을 고민하고 있다. 개인이 혼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문제를 푸는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 한국교회는 문맹을 깨우치고 민족과 나라가 나아갈 길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 교회가 시대를 읽지 못하고 구습을 좇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성준 대표(기윤실교사모임)는 다른 사기업보다 저렴하다고 지저스스터디의 교육 방식이 용인될 수는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OECD 과로사 판정 기준이 주당 60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등학생 주당 평균 학습 시간이 70시간 이상이다. 하루에 14시간씩 억지로 공부시키는 일이 과연 하나님 앞에서 합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은 작고 연약한 자를 제자로 부르시고 그들을 섬기는 이로 양육했다. 경쟁에서 1등하고 남들보다 성공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보다 더 경쟁적인 방식으로 학습하는 모습은 예수님의 삶과 일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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