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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국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
[박태순의 교양으로 읽는 성서] 왕조시대⑤ 솔로몬 이야기
  • 박태순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7.12 15:48

솔로몬 시대는 통일 왕국의 황금시대입니다. 열왕기상 4장 21절을 보면, 유프라테스강부터 블레셋 사람의 땅, 이집트 지경까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솔로몬이 그 강에서부터 블레셋 사람의 땅에 이르기까지와 애굽 지경에 미치기까지의 모든 나라를 다스리므로 솔로몬이 사는 동안에 그 나라들이 조공을 바쳐 섬겼더라(왕상 4:21)."

이스라엘의 본격적인 역사 편찬(성서 기록과 편집)도 이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추정합니다. 역대상 29장 29-30절에 따르면, 다윗의 행적은 사무엘의 글, 나단과 갓의 글에 다 기록되었습니다. 다윗과 솔로몬은 원래 다양한 성소들(세겜, 헤브론, 브엘세바, 실로 등)과 연관한 초기 이스라엘 전승을 한데 묶는 역사 기록을 장려했을 것입니다. 흔히 J, E, D, P문서에서 J문서(여호와 문서)가 이 시기(10세기)에 집필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솔로몬 시대에 새로운 왕정 이념과 국가의 역사적·법률적 전승의 발전이 시작되었고, 서기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이 지은 잠언이 3000가지이고, 노래가 1005편이라는 전승(왕상 4:32)은 과장이지만, 이 시대에 왕정 이념과 관련한 히브리어 문학의 중요한 조류가 태동되었습니다. 잠언 25장 1절에서는 이러한 잠언이 솔로몬의 잠언이고 유다 왕 히스기야 신하들이 편집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솔로몬 시대의 역사성

성서의 역사성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수정주의자들은 다윗과 솔로몬 이야기는 왕국 시대가 아닌 실제로는 '헬라 시대'의 기록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솔로몬 왕국에 대한 분명한 고고학적 증거가 있습니다.

첫째, 잘 알려진 열왕기상 4장 솔로몬의 행정 구역 목록입니다. 본문에 나열된 15개 지역 중심지 가운데 13개가 고고학적으로 잘 조사가 되었습니다. 그중 일부(하솔, 텔 엘-파라/디르사, 욕느암, 므깃도, 게셀, 벳쉐메쉬)는 중앙화와 기념비적인 건축의 증거를 보여 줍니다. 이 건물들은 기원전 10세기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특별히 눈여겨볼 점은 이 지역 대부분이 헬라 시대에는 버려진 채로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폐허 더미에서 솔로몬 이야기의 환상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수정주의자 말대로 솔로몬 이야기가 실제로 기원전 10세기가 아니라 한참 후대인 헬라 시대 기록이라면, 당시에 사라져서 없어져 버린 유적 목록을 헬라 시대 성서 서술자들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둘째, 13세기 후반 인구는 1만 2000~1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12세기에 이르러서는 5만까지 늘어나고 11세기에는 8만, 솔로몬 시대인 10세기 중후반에는 10만 명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봅니다. 10세기 팔레스타인 지역에 최소한 10개 정도가 '도시'로 충분히 인정받을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 므깃도, 하솔, 게셀

솔로몬 왕이 건축한 세 도시(므깃도, 하솔, 게셀)가 있습니다.

"솔로몬 왕이 역군을 일으킨 까닭은 이러하니 여호와의 성전과 자기 왕궁과 밀로와 예루살렘 성과 하솔과 므깃도와 게셀을 건축하려 하였음이라. 전에 애굽 왕 바로가 올라와서 게셀을 탈취하여 불사르고 그 성읍에 사는 가나안 사람을 죽이고 그 성읍을 자기 딸 솔로몬의 아내에게 예물로 주었더니 솔로몬이 게셀과 아래 벧호론을 건축하고(왕상 9:15-17)."

므깃도에서 발견된 궁전은 솔로몬의 궁전(왕상 7장)과 매우 비슷한 모양입니다. 건물을 장식한 기둥머리가 성서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종려나무 가지 모양인데, 예루살렘·므깃도·하솔·게셀 등에서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북서부에 위치한 므깃도에는 솔로몬 시대에 두 궁전이 지어졌습니다. 이는 솔로몬의 예루살렘 궁전과 비슷합니다. 성서가 묘사하는 성전의 규모는 길이가 약 30m, 너비가 10m, 그리고 높이가 15m인데 이렇게 긴 길이의 구조를 '비트 힐라니'(bit hilani) 양식이라 부릅니다.

이집트 시삭에 의해 파괴됐다고 하는 게셀의 파괴층을 조사한 결과, 여기서 나온 도자기들이 모두 기원전 10세기 후반으로 연대 설정이 됩니다. 건축들은 기원전 970~기원전 930년으로 추정되는데, 솔로몬 시대와 일치합니다. 솔로몬이 게셀 성문과 성벽을 건축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가상 인물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게셀과 마찬가지로 하솔과 므깃도도 10세기 솔로몬의 '국가'에 대한 증거가 됩니다.

- 벧-세메스(Beth-shemesh)

열왕기상 4장 9절에 언급된 벧세메스는 10세기 도시화된 지역의 훌륭한 후보입니다.

"마가스와 사알빔과 벧세메스와 엘론벧하난에는 벤데겔이요(왕상 4:9)."

벧세메스는 촌락이 잘 세워진 11세기의 중심 도시로 큰 저장소, 넓은 공공건물, 경이로운 공학 기술을 사용한 대용량 급수 시설이 있습니다. 거기서 '하난'(Ḥanan)이라는 소유주 이름이 적혀 있는 양면으로 된 게임판이 발견되었습니다. 10세기 후반의 서체였습니다. 이것은 히브리어 기록을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합니다.

특별히 열왕기상 4장 9절 목록을 보면, '벧세메스와 엘론벧하난'이라고 되어 있는데 엘론벧하난은 '하난 가족의 참나무'라는 이름입니다. 하난이라는 이름은 성서의 딤나(Timnah)인 텔 바타쉬에서 발견된 10세기 깨어진 그릇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은 겨우 8km 떨어진 곳입니다. 벧세메스는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중앙화된 행정 기구가 있었음을 증거합니다.

피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솔로몬의 재판 The Judgment of Solomon'. 1617년 작품.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여호와의 눈앞에서
악을 행하여

아쉽게도 솔로몬은 많은 치적에도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을 드러냈습니다. 열왕기상 11장은 우상숭배에 연루된 솔로몬의 모습이 나옵니다. 고대 세계에서 왕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솔로몬은 아내 700명과 첩 300명을 거느렸습니다. 솔로몬은 아내의 신들을 위해 신전을 세웠고 자신도 동참했습니다(왕상 11:4-8).

솔로몬이 여호와의 눈앞에서 악을 행하였기에(왕상 11:6), 여호와 하나님은 그의 나라가 '찢어질' 것이라고 예고합니다(왕상 11:9-13). 왕권의 호화스러운 사치는 백성들 목을 더욱 졸랐을 것입니다. 언약 율법에 반영된 경제적 평등 분배 정신이 흐려지고, 지배 엘리트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변질되었습니다. 부유한 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되었습니다.

솔로몬이 죽자 그의 아들 르호보암과 측근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비극의 격랑 속으로 휘말려 들어갑니다. 솔로몬은 지혜와 부의 왕이었지만, 점차 신실함을 잃어버렸기에 여호와에 의해 언제든 내쳐질 수 있었습니다.

*팟빵 '에르고니아 라디오' 채널 바로 가기: http://www.podbbang.com/ch/12827
*관련 영상 바로 가기: https://youtu.be/c4j8YuANwJw
박태순 / 부천 새들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신학 아카데미 에르고니아에서 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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