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성자'로 불려 온 이종락 목사가 기초 생활비 부당 수급 문제로 논란이다. 그뿐 아니라 그가 이끌어 온 주사랑공동체는 내부 문제로 갈등 중이다. KBS 영상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지난주 '베이비 박스'로 유명한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기초생활비를 부당 수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 목사는 4년에 걸쳐 부당 수령한 2억 원을 반환하고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일제히 이 목사를 비판했지만, 외려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이 목사가 살린 생명만 1500명이라며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종락 목사는 잘못을 인정하며 자세를 낮췄다. 행정 착오이며, 의도적으로 돈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7월 3일 사죄문에서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이 또한 언론에 보도되며 이 목사에 대한 동정론에 힘이 실렸다.

이종락 목사는 그의 말처럼 단지 행정적 무지 때문에 기초 생활비를 부당 수급한 것일까. 언론 보도와 이종락 목사의 사죄문만으로는 사안을 깊게 알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는 주사랑공동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취재하기 위해, 이종락 목사와 주사랑공동체 이사들, 전현직 직원들을 만났다.

목사 부부, 매달 700만 원 소득
이사회, 지난해 초부터 부당 수급 지적
이 목사 "공무원들이 수급비 포기 말라 말려"
구청 측 "소득 0원으로 잡혀 안내한 것"

현재 주사랑공동체 이사회는 이사장 이종락 목사를 포함해 총 6명이다. 몇몇 이사는 이 목사 부부가 기초 생활 수급비를 부당하게 받는 문제를 지난해 초부터 지적했다. 이 목사 부부는 주사랑공동체와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매달 700만 원 상당 급여를 받았다. 구청에는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 내부 직원들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사들은 수급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수차례 권면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올해 3월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부당 수급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한 이사는 이 목사 부부가 법적으로 기초 생활 수급자가 될 수 없고,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 주사랑공동체 사역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종락 목사는 회의 당시 "수급자 탈퇴하려고 구청과 동사무소에 가서 상담도 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들이 '지금 탈퇴하면 목사님과 사모님 병원비 치료비 어떻게 감당하시렵니까? 장애를 가진 아이들 어떻게 양육하실 겁니까? 한번 탈퇴하면 다시 하기 힘듭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기초 생활비 부당 수급으로 이종락 목사를 고발한 주체는 금천구청이다. 이 목사 말대로라면, 수급 포기를 말린 담당 공무원들이 그를 고발한 셈이 된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목사 고발은 매뉴얼대로 한 것이다. 부당 수급한 사실이 적발되면 지자체는 고발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이사회에서 한 발언을 이야기하자, 그는 "이 목사 가구 소득이 '0'으로 잡혀 있었다. 만약 소득을 신고했으면, 자동으로 수급비는 정지됐을 거다. 이 목사가 소득 이야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급비를 포기하겠다고 해서 그런 안내가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 박스'를 발판으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후원 금액은 20억 원에 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가 만난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들 증언은 더 구체적이었다. 이종락 목사가 아이들 교육비·병원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수급비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주사랑공동체는 1년에 20억 원 상당 기부금이 들어온다. 그 돈으로 얼마든지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목사는 수급비를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 전 직원 A는 "이 목사는 매달 현금으로 월급을 수령했다. 계좌로 받으면 기록이 남고, 결과적으로 수급비를 못 받게 되니 뒤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A는 "이사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고, 이종락 목사에게 밖으로 새어 나가기 전에 정리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목사는 이제 와서 '행정적 무지'에서 비롯한 실수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내·딸·사위가 직원으로
이사회, 가족 경영 탈피 위해
'사회복지법인' 설립 제안
이종락 목사, '종교 법인'으로 선회
이사회와 선 긋기 나서

주사랑공동체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종락 목사 일가가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제기돼 왔다. 직원으로 일하는 가족들에 대한 근태 관리가 소홀하고, 초과 수당과 식비를 부당 수령했다는 직원들 민원이 이사들 귀에 들어갔다.

이사회는 가족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인 설립을 제시했다. 이들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에 특정 일가가 포진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동체가 건강하게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가족 경영을 못 하게 한다.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가족 경영은 지양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와 총회는 2017년 초, 주사랑공동체를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이종락 목사를 제외한 가족들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애인생활공동체 원장이었던 이 목사 아내와 팀장을 맡았던 이 목사 딸은 지난해 말 사임했다. 회계팀 직원이던 사위도 2주 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목사 딸은 올해 2월 열린 총회에서, 이사회가 어머니를 부당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불법으로 직원을 해고한 이사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 관계자는 "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 목사 아내에게는 10억 원, 딸에게는 1억 원 상당의 명예퇴직금을 주기로 이사회에서 결의까지 했다. 이미 끝난 사안을 총회에서 다시 끄집어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임의단체 주사랑공동체는 2015년 6월 설립됐다. 투명하고, 목적에 맞는 사업을 하고자 이사회와 총회도 꾸렸다. 그러나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주사랑공동체와 별개의 조직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진은 2015년 주사랑공동체 창립총회 현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사회는 이종락 목사 측과 반대 측으로 양분됐다. 반대 측은 주사랑공동체 주목적 사업이 장애인, 미혼모부, 위기 영아 지원 등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원래 결의대로 사회복지법인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락 목사는 '종교 법인'을 만들겠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 목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사회복지법인으로 갈 경우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베이비 박스'를 공식 지원할 수 없고, 주사랑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에 종교 활동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올해 3월 이사회에서 "지금까지 수고하셨다. 이사님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공동체를 세워 나갈 테니까 법인 설립 발기인 대회까지만 수고해 달라. 후원자들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을 이사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법인 설립 발기인 대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이 목사가 시무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는 7월 7일 일요일 공동의회를 열어, 임의단체 자문위원회(이사회) 자문을 받지 않고, 담임목사 직속 선교사무국을 통해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B 사무국장은 "임의단체와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전혀 다른 기구이다. 모든 사역은 교회가 해 온 것이다. 자문 기구로 역할을 해 온 이사회는 법적 효력이 없다. 임의단체로 보면 된다. 그동안 교회가 임의단체 자문을 얻어 사역을 해 왔다. 임의단체 안에 내분이 있어서 더는 자문을 받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종교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종락 목사는 가족 경영을 배제하고, 정기 감사도 받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동의회 결의를 전해 들은 이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주사랑공동체 정관에 따르면, 주요 의사 결정은 이사회가 하게 돼 있다. 이사회는 2015년 6월 결성돼, 사업 및 재산 관리, 직원 채용, 이사장 선출 등 주요 업무를 담당해 왔다.

한 이사는 "어제 교회 결의는 LG 주주총회에서 삼성 해체를 결의한 것과 같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거다. 비영리 민간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주사랑공동체라는 임의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해 왔는데, 이제 와서 자문 기구에 불과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사회와 총회는 왜 했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는 "주사랑공동체 이사회와 총회를 만들 당시 이종락 목사는 교회와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했다. 실질적인 업무는 주사랑공동체 이사회와 총회에서 투명하게 하겠다고 했다.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싶으면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정식으로 해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종락 목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가족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한 이사는 "특히 이 목사 아내가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반대했다. 법인을 세우면 이 목사와 이혼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목사는 '가정을 지켜야겠다', '우리 교단은 이혼하면 면직된다'며 이사들에게 사임을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종락 목사 일가가 공동체를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사회복지법인으로 가면 정부 통제가 강화되고, 돈도 함부로 쓸 수 없다. 사외 이사까지 참여한다. 상대적으로 제재가 덜한 종교 법인을 추진해 기존처럼 공동체를 사유화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가 이대로는 물러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락 목사 "현찰로 급여 받았지만 문제 안 돼
나를 보호해야 할 이사들이 허물 들춰내"

기자는 부정 수급과 가족 경영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7월 7일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이종락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사실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체적인 입장은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밝히겠다고 했다.

부정 수급 건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목사는 "법을 알았다면 구청에 신고했을 것이다. 무지해서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가 지난해 초부터 부당 수급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냐고 묻자, 이 목사는 "이사회가 수급을 중단하라고 한 건 작년 11월이다. 우리는 10월 구청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자꾸 의혹을 들춰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정 수급을 감추기 위해 급여를 현금으로 받았다는 주장도 해명했다. 이 목사는 "현금이 필요해 (직원에게) 찾아 달라고 한 적 있다. 한 1년 정도 그렇게 했다. 현찰로 받든 계좌로 받든 (교회) 재정에서 나갔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종락 목사는 이사회에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안 믿는 사람들이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를 보고 후원했다. 나 때문에 예수 믿고 교회 나간다는 사람들도 있다. 교회는 사회로부터 칭송을 받아야 한다. 이종락 목사가 허물이 있고 실수가 있다고 치자. 이사들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온 것 아닌가. 허물이 있으면 도와야지, 왜 이렇게 들춰낼까. 그게 참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내가 이혼까지 언급해 가며 법인 설립을 반대한 게 사실인지 묻자, 이종락 목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동석한 B 사무국장이 답변했다. 그는 "여러 과정에서 나온 말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사회 요청대로 가족들은 모두 물러났다. 목사님 가족은 선의의 피해자들이다. 또, 사모님이 명예퇴직금을 요구한 적도 없다. 10억 원은 이사들이 결정한 것이다. 문제가 될 것 같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다만 의혹을 들춰내는 일은 그만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럴수록 한국교회가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실망할 것이다. 유익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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