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104회 총회 장소를 영락교회에서 포항 기쁨의교회로 변경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올해 9월 열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104회 총회 장소가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포항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로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총회 임원회는 7월 13일, 총회 장소를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한번 공지된 총회 장소가 바뀐 경우는 이례적이다.

총회 장소 변경은 명성교회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최경구 대표회장)와 관련 있다. 예정연은 장로부총회장 후보자와 영락교회가 속한 서울노회(이화영 노회장)를 문제 삼으며, 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해 왔다.

장로부총회장 후보에 단독 출마한 김순미 장로는 영락교회 소속이다. 예장통합 최초 여성 임원으로 99회 총회 서기, 100회 총회 부서기를 지냈다. 예정연은 후보자가 있는 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건 선거 규정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총회 임원 선거 조례 16조 9항을 보면, 부총회장 후보자는 선거가 있는 당해 3월부터 언론과 인터뷰하거나 신문에 연재할 수 없다. 교회를 총대 집회 장소로 제공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 규정이 문제가 된다고 예측하지 못한 게 아니다. 총회 임원회는 지난 4월, 단독 출마한 김순미 장로에게도 이 규정이 해당되는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다. 선관위는 임원 선거가 열리는 총회 첫째 날은 선거운동 기간에 해당하지 않고, 단독 출마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총회 장소는 영락교회로 확정됐다.

그러나 예정연은 7월 초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영락교회가 속한 서울노회도 문제 삼았다. 서울노회는 지난해 8월 명성교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서울노회는 "헌법에 명시된 담임목사직 세습 금지를 명성교회가 보란 듯이 비웃으며 부자 세습을 불법적 방법으로 강행한 것은, 총회와 한국교회를 일시에 능멸한 폭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예정연은 "당시 노회장 서정오 목사는 서울노회 이름으로 집단 성명을 발표해 부당한 여론을 조성했다. (103회) 총회 여론을 주도했고, 지금도 우리 총회는 이 문제로 혼란하다. 서울노회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현재 총회 재판국원인 서정오 목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총회 임원회는 선거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총회 첫째 날은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열고, 나머지는 영락교회에서 하자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규칙부에 이 문제를 의뢰했다. 하지만 규칙부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유권 해석 없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총회 임원회가 조율하는 동안 예정연은 사실상 총회 장소가 변경됐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총회 임원은 "총회 장소는 최경구 목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소문을 종합해 떠들고 있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결국 임원회는 총회 장소를 변경하기로 했다. 림형석 총회장은 7월 12일 기쁨의교회를 찾아가 104회 총회를 개최해 달라고 요청했고, 교회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림 총회장은 예장통합 교단지 <한국기독공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법과 관련해 부정적 반응이 많아 총회 장소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선거를 위해 (영락교회에서) 총회를 유치하려고 했다는 잘못된 루머까지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총회 임원회는 영남 지역 (김태영) 총회장 때 지진으로 고통당하는 포항 지역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의미를 살려, 포항 기쁨의교회 당회와 의논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성교회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 예정연은 선거법 위반 문제를 제기하며 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해 왔다 .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해 온 예정연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회장 최경구 목사는 7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당초 영락교회에서 총회를 열려고 했던 것 자체부터가 문제였다. 예정연이 아니었다면 총회는 또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이야기도 나왔다. 최 목사는 "이번 총회 장소 변경은 명성교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서울에서 총회를 하는 것과 경상도에서 총회를 하는 것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경상도 쪽에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북 지역이 명성교회에 가깝고, 세습금지법 반대 분위기가 높다는 것이다.

최경구 목사는 명성교회 재심 결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전반적 분위기를 봤을 때 7월 16일 재심에서 각하 또는 기각 판결이 나올 것이다. 여러 교계 단체가 명성교회 청빙을 문제 삼으면서 굿판을 벌이고 있는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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