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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아닌 아래를 향하는 교회
[예배당 건축 기행] 경산 하양무학로교회를 통해 본 한국교회 건축의 미래
  • 주원규 (bay3135@hanmail.net)
  • 승인 2019.06.28 18:33

하늘이 아닌 땅을 바라보다

'도시 발전', '경제 발전'과 더불어 한국 사회의 발전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면 단연 '종교 발전'이다.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을 경험하면서 자본주의 기조에서 선한 영향력을 배제하고 탈색한 천민자본주의를 도입했다. 천민성의 토대 위에서 전개된 경제 발전의 시혜는 놀랍게도 종교에게로 돌아갔다.

종교는 현대사회와 현대 문명의 필연적 부유물인 불안과 두려움을 숙주 삼아, 때론 따뜻한 위로의 말로, 때론 가혹한 채찍의 말로 현대인에게 회복과 도전을 독려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갔다. 도시·경제 발전 주역들에게 주어진 삶의 위로, 더 심하게 말해 미래 불안을 상쇄하는 종교 팔이로 얻은 세력의 힘은 한국 사회에서 생각보다 막강한 화력을 발휘했고, 그 화력으로 지금까지 버텨 왔다. 그야말로 버텨 온 것이다.

이러한 종교 팔이의 중심에 이제는 일종의 브랜드, 혹은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한국 개신교가 있다. 최근 위세가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00만 운운하는 한국교회, 버티는 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강고한 지속력을 바탕으로 피플 파워를 과시하는 한국 개신교가 섬기고 따르면서 가르침을 받는 복음의 대상은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다.

하나님이야 하늘에 계셔서 그로 인한 종교 전통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사실상 하늘을 바라본 적이 없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닐 것이다. '말씀의 육화'라는 텍스트로 성서에 엄존하듯 예수를 읽고, 그분의 말씀을 수용하는 한국 개신교는 하늘이 아닌 땅에서 시작하는 게 맞았다. 아무리 세력이 커지고 슬픈 모순으로 독해되는 종교 팔이의 약발이 어느 정도 먹혔다고 하더라도, 땅이라는 시작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몸부림을 서글프게 펼치던 예수의 모습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간 점유의 상징인 예배당 건축에서부터 한국 개신교는 하늘을 향해 치솟는 걸 믿음의 최선으로 여기며 성장해 왔다. 그 아프고 시린 성장의 상흔이 곳곳에서 심각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일까. 역설적으로 궤멸 직전 하늘 바라기의 폐허 위에서 땅을 바라보라고 소리치는 공간의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 여기, 그 처절한 절규를 절제의 옷을 입고 잠잠히 표현하는 한 교회가 있다. 경산 하양무학로교회가 그렇다.

경산 하양무학로교회 예배당 전경. 뉴스앤조이 김은석

말 그대로 '작은 교회'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인구는 2만 7000명 정도다. 다른 읍에 비해서도 소읍에 속하는 이곳에 2019년 초 네모난 회갈색 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제대로 된 창도, 간판도 없는 단층 벽돌 건물은 말 그대로 작은 교회다. 교회의 전통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 없는 예배당, 이 건물이 그랬다.

도심지 교회가 높고 위엄 있는 첨탑과 건물 자체의 위용으로 종교적 강렬함을 노출한 것과 다르게, 이 작은 예배당, 하양무학로교회는 주변 풍경을 앞서거나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여긴 교회에요"라고 나타낼 최소한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교회 건축의 필요조건이 되어 버린 높은 첨탑, 초대형 십자가도 없는 이곳이 '교회'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표식은 한쪽 외벽에 소박하게 붙어 있는 작디작은 철제 십자가가 전부다.

30여 명씩 모이는 하양무학로교회 신축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적 담론을 일관되게 지속해 온 건축가 승효상이다. 담론은 '빈자의 미학'이지만, 사실상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기에 설계비가 이 작은 소읍 교회에 어울리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건축가 승효상은 놀랍게도 예배당 설계를 무료로 해 줬다. 일종의 재능 기부인가 싶지만, 그보다는 더 의미 있는 속내가 숨겨져 있을 듯했다.

두 사람, 건축가 승효상과 하양무학로교회 담임목사가 면식 있는 사이라는 점, 두 사람이 지역 문화유산 세미나를 통해 종교와 현대사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 무엇보다 물정을 고려했을 때 허황돼 보이기도 하는 7000만 원으로 예배당을 새로 짓고 싶다는 바람에 건축가 승효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을 줬다는 점 등이 하양무학로교회 건축을 둘러싼 속뜻의 전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의미의 깊이에는 하늘이 아닌 땅을 바라보는, 크고 작음이나 성공 실패와 상관없이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길이 프로테스탄트, 한국 개신교의 본질이라는 주제 의식이 교회 건축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건물 바로 앞에 야외 예배당이 있다. 주민들 쉼터로도 쓰이게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본질만 남긴 교회

승효상이 구상한 교회 본질의 최우선 접근 키워드는 '절제'였다. 예배당 출입문부터 시야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곳, 곧 보이지 않을 만한 곳에 의도적으로 설계했다.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예배당은 연면적 15평(49㎡)의 단층 구조로, 소박하다 못해 비좁은 느낌이 들 정도다. 30명 남짓한 교인들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예배에 임해야 할 정도로 협소한 예배당 내부 공간은, 향후 부흥을 염두에 둔 성장의 목표성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어 보였다.

목사가 설교하는 강연대 역시 일반 신도 자리보다 조금 위쪽에 배치하는 식의 고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수평으로 배치됐다. 강연대뿐만 아니다. 예배 준비대, 오래된 피아노, 신도석과 성가대석 모두 수평성의 균일함을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예배당 내부 공간. 뉴스앤조이 김은석

더욱이 예배당 내부에는 방송 장비가 없다. 조명을 통해 예배 집중을 도모하는 어떤 인공적·기술적 시도도 배제했다. 자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빛, 얇고 길게 뚫린 천창을 통해 때론 은은하게, 때론 강렬하게 파고드는 빛이 십자가가 걸린 벽면을 비추며 내부를 고도의 사유 공간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작은 공간의 이점 때문에 생득적으로 얻어지는 자연과 생명 그대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건축가의 설계 의도에 깔린 바탕에서도 역시, 본질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않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건축가의 건축 철학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 혹은 가슴 아프게 들어야 한 대목은 현대 한국교회가 보여 주는 획일적 구성이다. 건축가들에게 건축을 의뢰하는 한국교회는 대규모 콘서트홀, 대중 집회가 용이하게 진행될 수 있는 문화시설, 부대시설에 집중되거나 참여자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편의 시설 설치에 사활을 거는 편이다.

그렇지만 대중 집회를 우선으로 하는 고려, 서비스를 받기 위해 참여하는 배려의 공간이 교회 본질을 대신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교회의 본래적 요청은 하나님과 인간 존재의 단독자적 대면이며, 그 대면을 통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존재가 품은 집약적 고뇌의 충돌장衝突場이어야 한다는 데 있다. 예수의 모습을 지켜보면 볼수록 확신은 더 굳어진다.

고뇌의 충돌장으로 기능하는 교회 공간에서 우리는,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필연적으로 성찰하면서 내일을 성스러움으로 채울 수 있다. 교회의 필수 조건은 바로 그러한 본질을 향한 요청, 그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 나아서는 것이어야 한다. 바로 그 점에서 현대 한국교회에는 결국 위가 아닌 아래를 바라보는 성찰 기제의 변화가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길게 뚫린 천장에서 빛이 쏟아지게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 예배당 건축에 대한 신도들 반응이 칭찬 일색만은 아니라는 점에서도 교회 본질이라는 주제 의식 발현은 앞으로 한국 개신교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화두다. 신축 건물인 하양무학로교회 예배당에 참여하는 신도들은 교회 입구 천장이 노출된 구조라 비를 맞으며 드나들어야 한다는 점, 신도석에 발판과 받침대가 없어 불편하다는 점, 어둡고 썰렁하다는 점 등을 입 모아 말한다. 이는 분명한 사실적 지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거룩한 반응이기도 하다.

교회 공간이 인간에게 편의를 주기 위해 주어진 곳이 아니라, 영혼의 적극적인 신적 고양을 통해 본질적 안식을 얻기 위한 투쟁의 공간이라는 사실이 유효하다면, 하양무학로교회의 '밑을 향하는' 시도는 교회 본질 찾기라는 의미 구현의 시도와 동의어로 봐야 할 것이다.

아래를 향하는 교회

'교회'라는 단어의 어원을 좇다 보면, '에클레시아'라는 희랍어가 떠오른다. 부름을 받았다는 뜻을 가진 '에클레시아'.

인간은 세속 세계라는 파도에, 때론 편승하거나 때론 거스르며 자신의 원형과 존재의 본질을 상실해 가고 있다. 첨단 문명과 자본주의 방식이 형식과 과정 면에서 세련미를 더해만 가는 시대 조류로 본다면, 오늘날 교회 시대가 분명 상실의 시대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실의 간극을 또 다른 욕망으로 채우지 않고 낮은 자리에 선 예수의 마음, 바닥도 모자라 바닥 밑의 바닥까지 내려앉은 인간의 비탄과 함께했던 예수의 절정인 십자가로 채우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면, 교회는 필연적으로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삶과 일상 생태계를 점유하는 공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위로 치솟는 십자가, 대형 콘서트홀을 방불케 하는 문화시설로서의 교회 공간은 세속 세계를 향한 천착 유혹을 내뿜는다. 결국 예수가 그토록 배척하고자 했던 장사하는 성전이 아닌지 심각하고 처절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을 지금부터라도 확보하지 않으면, 오늘의 교회는 예수의 마음을 어느 것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불통 기관이 되어 표류하고 말 것이다.

진심으로 기도한다. 우리 교회 공간이 그런 불통과 불능의 상징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우리 교회가 가장 낮은 자리에 섰던 예수를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 언제라도 예수 정신을 배신하지 않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옥상에 자리한 기도 공간(위)과 야외 예배 공간에서 올려다본 예배당 전경. 뉴스앤조이 김은석

※필자 소개 이미지를 클릭하면 '주원규의 예배당 건축 기행' 전체 기사 목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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