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핀란드의 부옼세니스카 교회
Vuoksenniska Church, Imatra, Finland, Alvar Aalto, 1957


▲자연과 어울어지는 교회당 외관
1957년 알바 알토에 설계되어 핀란드의 새로운 공업도시 이마트라에 세워진 부옼세니스카 교회는 그의 대표적인 교회건축작품이며 동시에 현대 교회건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또 하나의 교회건축이었다.

핀란드 태생인 알바 알토는 유니테리안 교회를 설계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나 롱샹교회를 설계한 르 꼬르뷰제와 동시대인이었지만, 그들과는 달리 주로 자신의 조국 안에서 활동했던 건축가로서, 핀란드의 자연적, 지역적, 민족적 특성을 자신의 건축에 잘 녹여내었으며 또한, 인간적인 건축을 추구하여 오히려 그러한 면에서 세계의 현대건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이 숲 속에 위치한 부옼세니스카 교회에서도 한 폭의 그림처럼 지역과 자연에 어우러지는 교회당을 이루어냄으로써 건축의 토착화를 보여주었으며, 형태와 공간의 분절, 빛으로 충만한 내부공간, 외부로 열린 내부공간 등의 연출을 통해 그의 낭만적이고 인간적인 건축관을 보여주었다.

형태의 구성

갈색과 녹색의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 속에 그는 백색의 스타코(stucco)를 바른 부드러운 질감의 벽면과 그 위에 검은 색의 동판 지붕으로 구성된 교회당을 만들었다. 건물은 내부공간에 따라 연속된 3개의 매스로 분절되었다. 이에 따라, 지붕과 입구의 반대편인 동측의 벽면이 연속된 3개의 곡면을 이루어 보다 인간적이고 편안하면서도 유동성을 가진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반면에 입구측인 서측면은 긴 직선의 평면 벽으로 이 세 개의 매스를 하나로 묶어준다. 여기에 분절된 각 공간으로 드나드는 3개의 높고 낮은 출입구를 덧붙였고 그 중에 중앙부를 특별히 높여 건물의 전체 길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교회당의 모습은 벽과 지붕, 직선과 곡선, 흰색과 검은색 등의 대조적 요소들의 결합을 이루었고, 또한 이러한 대비적 구성은 내부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예배실의 디자인
▲예배당 내부모습.1

▲예배당 내부모습.2

내부공간은 교회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코뮤니티센타로서 비종교적 활동에도 사용되도록 계획되었다. 즉, 예배실은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기계적으로 작동되는 이동식 칸막이를 설치하였는데, 서로의 음향적 간섭을 배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차음(遮音)을 고려하였으며, 각각의 구역은 실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공간적 형태와 자연채광 및 자연환기를 충분히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성소를 포함하는 맨 앞부분만을 예배실로 사용하고 다른 2구역은 교회의 교육과 친교 또는 작은 집회들을 위해 분리 사용하거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모임을 위해 제공되며,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절기의 대규모 집회시에는 3개의 구역을 통합하여 사용한다.

이를 위해 각각의 구역에는 별도로 출입할 수 있는 입구를 따로 설치하였으며, 회중석은 예배에 전용되는 맨 앞구역에만 장의자를 설치하여 고정시키고, 나머지 두 구역은 개인용 의자를 설치하여, 용도에 따라 의자의 배치를 바꾸거나 의자를 모두 치워버리고 하나의 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공간을 분할하거나 통합하여 공간 활용의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법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이었으며 이후, 알토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는 물론, 다른 건축가들의 교회건축에서도 많이 추구된 공간개념이었다. 이는 또한, 오늘날 열린교회를 지향하는 한국교회의 건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 전체가 순백색으로 이루어진 밝은 예배실의 내부는 기독교의 통일성(unity)을 깨닫게 하고 친밀한 분위기이며, 계산된 창들을 통해 들어오는 의도된 빛은 자연스럽게 신앙심을 유발시킨다.

예배실은 비교적 많은 창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일사량이 부족한 북구지방에서 가급적 많은 자연채광을 받아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창은 벽체의 상부에 고창(高窓)으로 설치되어 회중들의 시선을 창 밖으로 분산시키지 않도록 하였고, 제단의 왼쪽 벽 위에 넓은 창을 두어 더 많은 빛을 끌어들임으로써, 제단부가 회중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조되게 하였다. 특히, 제단 상부에 난 천창은 오전 예배시간에 눈부신 햇살이 제단을 집중적으로 비치도록 주의 깊게 계산되었다. 자유로운 창의 모습은 그 위치의 공간적 역할과 실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디자인되었다.

▲강단

예배실의 전체 공간은 제단을 중심으로 축을 이루고 있으나, 평면으로 이루어진 왼쪽 벽과 곡면을 이루면서 분절된 오른쪽 벽이 비대칭을 이루면서 절묘한 독창적인 공간을 창출해낸다.

예배실의 전면은 곡면을 이룬 천장이 흘러내려 제단 뒷벽이 되는데, 이로 인해 회중석의 공간이 제단을 향해 움직여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며, 제단이 회중의 시각적 초점이 되도록 도와주고, 회중석과 제단을 연속된 하나의 공간으로 느끼게 하여 통합시켜준다. 더욱이 이 벽은 음향반사판 역할도 하는데, 이는 알토가 예배실의 음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든 디자인 의도는 당시 회중들의 예배참여를 강조한 예배신학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이프 올갠과 성가대는 오른쪽 벽 제단에서 조금 떨어진 발코니 위에 설치하여, 제단으로 향하는 회중들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미 40여년 전에 지어진 이 부옼세니스카 교회당의 소박하고 인간적이며 순수한 모습, 자연과의 조화, 예배신학과 건축의 만남 그리고, 공간의 융통성을 부여함으로써 교회당의 활용성을 높이고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은, 고급스럽고 다양한 재료와 인위적 조작을 통해 현란하게 지어진 그리고, 교회만을 위해 사용되고 지역사회에는 닫혀진 오늘날 우리들의 교회당의 모습과 비교할 때, 오히려 참 그리스도 교회의 모습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교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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