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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고민하는 당신, 고단한 실제 삶 각오해야"
[인터뷰] 세 아이와 가족 되기 <가족의 온도> 이설아 작가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6.14 11:41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이설아 작가는 세 아이를 입양했다. 둘째 은기 2008년, 첫째 시아는 2010년, 셋째 찬이는 2013년 가족이 되었다(아이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 기자 주). 족보가 살짝 꼬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엄마 아빠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다.

"한 명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셋씩이나…." 이 작가가 자주 듣는 말이다. 입양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은기는 신생아 때 입양을 했고, 시아는 5세 때 보육원에서 만났다. 막내 찬이를 데리고 올 때는 개방 입양 방식을 취했다. 개방 입양은 입양 부모와 생부모가 아동과 관련한 정보와 소식을 서로 교환하거나 직접 만나는 형태를 말한다.

하얀 도화지 같은 신생아를 자녀로 키우는 것과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모를 5세 아이를 가족으로 들이는 것은, 같은 입양이라 해도 차원이 다르다.

이설아 작가는 직접 경험하고 느낀 입양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가족의 온도 – 개성 만점 입양 가족의 하나되는 시간>(생각비행)이다. 가족과 입양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건강한 입양이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나는 더 이상 내 자녀의 삶에서 중요한 누군가가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입양은 단절이 아니라 더 큰 개념의 '가족'으로의 확장이며, 생부모와 입양 아동, 입양 부모가 행복한 입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쳐 올랐다. 시아와 은기의 눈물이 함께한 성장통의 열매인 걸까. 나는 진심으로 입양의 삼자 모두가 행복한 입양을 꿈꾼다." (<가족의 온도>, 37쪽)

이설아 작가를 6월 11일 서울 필동 카페바인에서 만났다. 그는 2015년 입양 부모들과 함께 비영리단체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건센)를 만들어, 입양 부모를 위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건센 구성원들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사회복지학·상담학 등을 공부하고 있으며, 이 작가 역시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세 아이를 입양한 이설아 작가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은기, 시아, 찬이
세 아이를 만나다

생후 37일 된 은기는 2008년 10월 이설아 작가 품에 안겼다. 솜사탕처럼 곱고 바라보기만 해도 달콤한 향이 나는 예쁜 아이였다. 부모가 되겠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입양이라는 방식을 통해 부모가 됐다고 했다. 이 작가는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은기가 세 살 될 무렵, 형제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는 입양 부모 모임을 진행하면서 신생아가 아닌 비교적 큰 아이는 입양 기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큰 아이를 입양한 사례를 들으면서 왠지 모를 감동이 찾아왔고, 자신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 작가는 2010년 4월 남편과 함께 인천에 있는 보육원을 방문했다. 다섯 살짜리 시아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작가는 깜짝 놀랐다. 그는 "초라하고 어둡고 왜소한 아이가 나타나자 마음이 확 닫혔다. 내가 상상했던 가족 모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다"며 시아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아이 모습도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를 보고 반응한 속마음도 당황스러웠다. '너는 무엇을 원했던 거니.' 놀란 가슴을 붙잡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님이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사나흘 고민 끝에 시아를 다시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하나님께 여러 번 물었다. 저 아이를 왜 내 앞에 보냈느냐고. 그런데 도저히 없던 일로 못하겠더라. 만약 이 아이를 거절한다면, 내가 어떻게 입양 부모라 할 수 있을까. 앞이 캄캄했지만 그냥 나아가겠다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시아가 부부를 거절했다. 1~2시간 보육원 밖에서 기다렸는데, 시아는 울면서 떼를 쓰며 만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결심해서 왔는데, 어떻게 거절을?' 괘씸한 생각도 들었지만, 부부는 매주 시아를 찾아갔다. 수개월이 지나면서 시아는 부부에게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크리스마스이브, 부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시아가 찾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시아와 가족이 되었지만, 초기에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작가는 "시아를 데리고 와서 3년간 정말 힘들었다. 아이를 잘 양육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시아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상 심리가 컸던 것 같다. 내가 부모로서 이렇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관심과 사랑을 쏟고 있는데, 아이는 그에 따라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는 저마다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삶을 살았고, 내면에는 여러 상실과 아픔이 뒤섞여 있다. 입양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작가는 시아와 오랜 시간 다투면서 입양의 민낯을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은 단순히 개인이 혼자 떠맡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입양 가정이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과정 중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입양 가정을 지원하는 전문가가 되기로 다짐했다.

책에 있는 삽화. 12월 24일은 시아의 가족 탄생일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시아의 꿈은 생모와 보육원 수녀님 그리고 자신을 길러 준 엄마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셋째 입양은 염두에 없었다. 2013년 여름, 이설아 작가가 중앙입양원이 진행하는 '남아 입양 프로젝트' 상담사로 참여했을 때다. 그는 아이 30여 명을 국내 예비 입양 가정과 연결해 주는 일을 맡았다. 이때 처음으로 입양 아이들의 신생 카드를 봤다. 아동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정보와 생부모와 관련한 기록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생부모들의 다양한 사연을 읽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찬이의 신생 카드였다. 대다수 신생 카드에는 신생아 사진 한 장만 첨부돼 있는데 찬이의 것은 달랐다. 생모와 함께 찍은 사진이 10여 장 담겼다. 사진 속에서 생모와 아기는 함께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한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기록을 읽어 보니 생모는 찬이를 끝까지 키우고 싶었던 것 같았다. 초유를 짜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함께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 등 절절한 사연이 눈에 들어왔다.

"생모는 필사적이었다. 그런데 형제들이 말리고 남자가 배신하니까 의지가 꺾였던 것 같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가 생이별을 해야 하는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별별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는 이 아이만큼은 좋은 가정에 입양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프로젝트 종료 시점이 거의 다가오는데도 입양 가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작가는 생모와 찬이를 고려해 기관에 개방 입양 의사를 밝혔다.

"많은 생부모가 자신의 아기가 어느 가정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고 불안해한다. 혹시라도 입양 아동과 관련한 사고 뉴스가 나오면 그들의 마음은 더욱 힘들어진다. 개방 입양은 생부모에게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 삼자 모두에게 유익함을 깨달았다."

"찬이 생모가 개방 입양에 동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입양 기관 또한 우리의 개방 입양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지원할지 내부에서 논의해 보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찬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한 날, 법원 판결 이후에 만나고 싶다던 그녀가 마음을 바꿔 찬이와 우리 가족이 대기하고 있던 상담실로 들어왔다. (중략) 그녀는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생기 있고 아름다웠다. 상담실에 들어오며 나와 마주친 그녀의 눈은 금세 빨갛게 충혈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런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38쪽)

건강한입양지원센터, '소중함' 프로젝트
입양 아동 위해 생부모 기록 남겨
"입양 아동 관점으로 제도 개선해야"

건강한입양지원센터는 현재 '소중함'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입양 기관에 생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기록과 물품을 남길 수 있는 상자 '소중함'을 입양 기관과 미혼모 시설에 무료로 보급해, 입양되는 모든 아동이 자신의 역사를 알고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중함에는 4개 엽서가 담겨 있다. 각 엽서에는 생모가 친필로 아이 이름과 자신의 삶,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말, 위탁 혹은 입양 가정에 당부하고 싶은 것을 적는다. 이외에도 생부모가 꼭 남기고 싶은 물품, 아이 사진 등이 있다면 상자에 담을 수 있도록 한다.

이 작가는 찬이가 갖고 있는 생모에게 받은 사진 앨범과 편지 등을 접하고, 은기와 시아가 몹시 울던 모습을 보고 '소중함' 프로젝트를 떠올렸다고 했다. 아이들의 울음에는 부러움과 속상함, 서러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는 입양 아동에게도 생부모가 누구인지, 자신이 생부모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했다.

"아이가 자신에게 벌어진 입양을 충분히 알고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누구의 눈치 보고 고민할 필요 없이 생부모와 입양 부모 모두에게서 받은 중요한 유산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입양 아동 관점에서 입양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설아 작가는 입양 아동이 자신의 역사를 알고 자랄 수 있도록 하 '소중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와디즈 펀딩 홈페이지 갈무리

세 아이를 입양한 이설아 작가는 아이러니하게 누군가에게 입양을 직접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입양을 단순히 선행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내가 선의로 아이를 입양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반드시 아이의 변화나 감사하는 마음 등 어떤 보상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후원자가 아니라 엄마, 아빠다"고 했다.

"엄마, 아빠가 된다는 것은 후원자 이상의 깊은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입양의 결과가 어떤 변화나 감사함의 표현이 아니라 불평이나 원망이라 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다. 나 역시 처음 입양을 꿈꿀 때는 한 아이를 구원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입양을 고민하고 있다면 엄마, 아빠로서 이 아이와 평생 어떻게 지낼 것인지 고민하면 좋겠다."

"입양은 어떤 가치나 아름다운 선행이 아니라 매일 부대끼는 일상에서 가족 됨을 새겨 가는 실제 삶이다. 입양은 가족의 평생을 걸고 부모와 자식이라는 아주 긴밀하고 좁은 길을 걷는 고단함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입양 결정에는 막연한 동경보다 오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뜨거운 가슴뿐 아니라 냉정한 판단, 가족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결정이다.

아이를 '읽어야 할 책'으로 보라는 말은 입양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라면 더욱 깊이 새겨야 할 조언이다. 입양 아동의 삶은 입양 부모의 품에 안기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다. 아이는 우리와 너무 다른 신체적 특성과 성격, 여러 재능과 고유함을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 아이가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어떤 경험을 하며 우리에게 왔는지 파악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적절한 양육을 제공하려며 몇 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의 고유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와 연결된 출생 가족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사랑하는 입양 자녀를 위해 부모가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출발선이다." (120~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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