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이홍정 총무와 정의평화위원회 최형묵 위원장 명의로 6월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광훈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바란다"고 했다.

교회협은 그동안 전광훈 목사가 교회협을 향해 도를 넘는 발언을 할 때도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참아 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전광훈 목사 때문에 한국교회 전체가 시민사회의 조롱을 받고, 기독교가 사회 갈등을 심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받은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교회협은 전광훈 목사의 정치 참여가 복음적이지 않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하나님나라와 의를 증언하거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대 의식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하는 일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교회협은 "교회의 정치 참여는 상대방을 대상화하며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이데올로기적 선전 선동이 아니라 복음적 존재의 대화적 증언이어야 한다"며 전광훈 목사가 한국교회와 시민사회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그동안 전광훈 목사의 비인격적, 비민주적, 비합리적 정치 도발이나 본회를 향한 도를 넘는 무례에도 불구하고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되어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면서 묵묵히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광훈 목사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가 시민사회의 질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침묵은 한국교회의 연합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요 이웃을 사랑하는 바른 방식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히틀러'와 '미친 운전사' 운운하며 정치적 집단살 해를 선동, 획책하는 것을 바라만 보는 것은 전광훈 목사가 인용한 본회퍼의 예언자적 저항의 영성에도 맞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며 자기 성찰적 자세로 일치를 위한 상호 변혁의 길을 갈 것을 다짐합니다.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 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하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대표인양 자아도취에 빠진 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정치 도발을 일삼아왔습니다. 급기야 지난 6월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발표한 시국 선언문에 대해 여야 4당이 비판을 하고 나섰고, 전국 언론이 전광훈 이슈를 다루므로 이제 전광훈 목사의 정치 도발은 민주사회의 불편한 의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그의 역사 왜곡과 막말은 보편과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대다수 건전한 보수 진영이 지닌 대화적 품격을 모욕하였으며, 존재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처 입은 집단인격에 또 하나의 상처를 덧입혔습니다. 이 같은 행태는 권력정치의 집단적 광기에 몰입된 거짓 선지자의 선전 선동으로 하나님나라의 복음적 공동 증언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반기독교적 행위입니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하나님나라의 복음의 가치에 기초해야 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24년 창립된 이후, 우리의 인간적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십자가 아래서 부활을 살아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변혁적 제자 공동체가 되기 위하여 복음과 함께 고난받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복음의 핵심적 사회 가치인 정의·평화·생명을 추구하며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변혁, 한반도의 민주와 평화와 번영, 세계 교회와의 복음적 에큐메니칼 연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온 우리에게, 전광훈 목사의 반복음적, 반신학적, 반지성적 주장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스캔들입니다.

교회의 복음적 정치 참여는 세상의 권력정치 체제를 향해 하나님나라와 그의 의를 증언하기 위한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의 공적 사역이요, 권력정치 체제의 가치를 하나님나라의 가치로 전복시키는 예언자적 섬김의 정치입니다. 이것은 지난 70년간 분단 냉전체제 아래서 우리 사회 안에 만연된 적대 의식과 이로 인한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하므로 정의와 평화의 입맞춤을 이끌고 한반도에 생명의 풍성함을 이루어 내는 복음적 증언 행동으로 나타나야 마땅합니다.

이것은 하나님나라의 보편적 기치 위에 사회 통합을 이루어내는 정치 참여로 특정 이데올로기에 기반하여 정파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냉전적 패권 정치와는 근본이 다릅니다. 교회가 자가당착적이요 파당적인 패권 정치에 몰입할 때, 교회는 특정 권력의 그늘 아래 기생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주권을 부정하고 그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반복음적 증언이요,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걸림돌이 되는 반평화적 행위입니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상대방을 대상화하며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이데올로기적 선전 선동이 아니라 복음적 존재의 대화적 증언이어야 합니다. 전광훈 목사는 작금에 보여 준 일련의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본인과 일부 정치집단이 지향하는 권력 쟁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에서 속히 깨어나기 바랍니다. 주권재민의 가치 위에 새로운 민주 사회의 역사를 써 가는 한국의 시민사회와 한국교회의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은 권모술수와 선전 선동에 호도되어 양심을 팔고 동원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이 같은 반평화적 거짓 선전 선동은 한반도에 평화의 봄을 일구어 가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저해하는 반역사적 행동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떠나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거짓과 술수로 대중을 선전 선동하며 기득권을 누리려는 자들을 '회칠한 무덤',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질타하셨습니다. 복음적 공동 증언은 선전 선동이 아니라 소금처럼, 빛처럼, 바람처럼, 꽃의 향기처럼 존재의 증언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기 변혁적 행동입니다.

전광훈 목사는 십자가 아래로 낮아짐으로 성령의 빛 안에서 탐욕과 정치적 욕망의 노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보배를 담은 질그릇과 같은 그리스도인의 존재를 회복하기 바랍니다. 진정으로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변혁을 위하고 한반도의 민주와 평화와 번영을 위한다면, 한국교회 성도들과 시민사회에 사과하기 바랍니다.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바랍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내에 형성된 자성적 목소리를 지지하며 차제에 한국교회 전반과 소통하며 일치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기 바랍니다.

'전광훈 현상'은 한국의 분단 냉전 권력정치 체제와 결합된 종교의 사회 정치적 일탈행동입니다. 여야 정치권은 종교를 정권의 쟁취와 유지를 위하여 냉전적 파당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는 협치와 사회 통합의 모범을 보이기 바랍니다. 생명의 안전과 주권재민의 가치와 한반도 평화의 실현을 위하여 종교의 보편적 가치로부터 배울지언정, 종교를 정치권력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킴으로 사회 분열을 조장하지 않기 바랍니다.

개별 정치인이 자신의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종교 편향과 배타주의로 표현하는 것은 신앙의 행위가 아니라, 종교와 정치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차원을 부정하는 반사회 통합적 파벌 정치 행위입니다. 현 정부는 평등민주주의와 평화 경제를 내부적 토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열 걸음을 앞서감으로 대오를 소외시키거나 대오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열 사람이 함께 한 걸음을 걸어가는 집단 지혜와 사회적 합의와 수평적 연대를 발전시키는 일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

"혀를 놀려 악한 말을 말고 입술을 놀려 거짓말을 말아라. 못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여라.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시편 34편 13-14절, 공동번역)."

2019년 6월 1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