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교회를 대표해 온 대형 교회들이 부끄러운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등록 교인 10만 명을 자랑하는 명성교회(김하나 목사)는 불법 세습을 강행해 지탄을 받고 있다. 제자 훈련 열풍을 일으킨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불법 도로점용과 담임목사 학력 위조 의혹으로 시끄럽다. 교계 원로들은 한국교회가 추구해 온 '성장주의'를 각종 병폐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교계 원로들이 참여하는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한목윤·전병금 대표회장)는 6월 4일 '대형 교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목회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은퇴), 이말테 교수(루터대 석좌)는 성장주의가 한국교회를 종교 비즈니스 업체로 전락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교회를 축소하고,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손봉호 교수 "경제적 크기로 교회와 목회 평가"
대형 교회의 재정·위계 문제 지적
정주채 목사 "성장주의 극복하려면 교회 분립해야"

교계 원로들은 한국교회에 질적 성장이 절실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손봉호 교수는 대형 교회가 힘을 갖고 있는 이상 타락할 수밖에 없다며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손봉호 교수는 모든 대형 교회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교회가 커질수록 여러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대표적 문제가 '돈'이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경고하며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속에 깊이 함몰하고 말았다. 교인 수와 재정 규모를 놓고 교회가 서로 경쟁한다. 경제적인 크기로 교회와 목회를 평가한다. 대형 교회가 이러한 타락을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 내 수직적 구조도 문제라고 했다. 교인 수가 증가하고 재정 규모가 커지면 교회를 유연하게 운영하기 어렵다. 불가피하게 조직과 체계를 강화한다. 손 교수는 "행정만 담당하는 전문 경영인과 직원들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그들 안에 위계 체계가 형성된다.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나 볼 수 있는 부작용들이 나타난다"고 했다.

손 교수는 19세기 영국 역사학자 액튼의 말을 인용해 "모든 힘은 부패할 경향을 갖고 있고, 절대적인 힘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모든 대형 교회가 힘을 갖고 있는 이상 타락할 수밖에 없다며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교회를 여러 공동체로 분립하고, 운영비와 목회자 사례비를 줄이며, 남는 자원을 선교와 구제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정주채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장주의가 낳은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립 개척을 하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향상교회 분립 개척 사례를 소개하며 "분립이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오늘날 많은 교인이 예배만 참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분립 개척으로 규모를 축소하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고, 평신도 리더십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 분립은 모교회가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자매 교회가 분립해서 나가면, 모교회에 영적 쇄신과 부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정 목사는 "목회자 혹은 몇몇 장로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에 교회가 영적으로 정체되거나 심하면 갈등하는 경우가 있다. 분립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했다.

"교인 수 늘리기 위해 세례 남발
양적 성장 위한 세례는 바겐세일"

정주채 목사는 성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분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말테 교수는 많은 교회가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세례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독일 신학자 이말테 교수는 많은 대형 교회가 산업화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성공 신학'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많은 목회자가 교회 성장만 좇는다. 교인들이 내는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교회를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주관하고 관리하는 소유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주의가 낳은 대표적 폐해 중 하나는 값싼 은혜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 개신교 초기에는 세례를 받기 위해 성서와 교리를 잘 알아야 했다. 모범적인 신앙생활과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교회가 특별한 준비 없이 세례를 준다. 양적 성장을 위해 세례를 바겐세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교단은 매년 정기총회에서 교세 현황을 발표하는데, 갈수록 교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 교수는 이제 양적 성장 시대가 끝났다며 한국교회가 개혁과 갱신에 집중하고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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