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초교파 그리스도교 수도 공동체 떼제(Taizé)가 수사들이 저지른 성폭력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놨다. 떼제는 6월 4일 알로이스(Alois) 원장수사 명의로 된 입장문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Un travail de vérité'을 프랑스어를 비롯 각국 언어로 발표했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입장문에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세 명의 수사가 다섯 건의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세 명 중 두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입장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피해 사실을 들었을 때, 다른 수사들과 함께 피해자들의 말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면서 경청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최선을 다해 그들과 동행했다"고 밝혔다.

떼제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오는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떼제가 안전한 공간이라 믿고 오는 젊은이들을 위해 이 일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입장문 발표 하루 전날인 6월 3일 프랑스 검찰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떼제 공동체가 전·현직 수사들이 저지른 성폭력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플리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프랑스 일간지 <라크루아 La croix>와의 6월 4일 자 인터뷰에서 입장문 발표 배경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처음 피해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원한 건 가해 수사들의 법적 처벌이 아니었다고 했다.

떼제 공동체를 설립한 로제 수사가 세상을 떠난 2005년, 알로이스 수사는 원장직을 물려받았다. 그는 원장수사직을 맡은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피해 호소인들이 원하지 않아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 호소인들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떼제 관계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떼제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들의 말을 믿고, 들었으며 떼제에 초대도 했다. 우리가 그들의 증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해방감을 느낀 피해 호소인도 있었다"고 <라크루아> 인터뷰에서 말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자신의 관할 구역 내 신부의 아동 성폭력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필리프 바흐바랑 추기경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2002년부터 리옹 대주교였던 바흐바랑 추기경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그에게 교리 교육을 맡기는 등 아이들과 격리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바흐바랑 추기경을 '범죄 은폐' 및 '타인의 삶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소했고, 법원은 올해 3월 7일 추기경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바흐바랑 추기경은 리옹 대주교직에서 물러났고, 해당 내용을 담은 영화 '신의 은총으로'가 제작돼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사회 변화에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이번 결정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떼제는 2010년부터 이미 방문자들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직통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성적 폭력도 포함된다.

한국에서 교회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공개를 원해도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떼제는 공론화를 주저하는 피해자들을 설득해 검찰에 신고하는 것까지 동의를 이끌어 냈다. 알로이스 원장수사는 "이 폭력 또한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떼제는 수사 혹은 공동체 내 다른 사람이 정신적 우위를 남용·이용해 범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제보를 이메일(protection@taize.fr)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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