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신약편)> / 김동문 글 / 신현욱 그림 / 선율 펴냄 / 256쪽 / 1만 5000원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향해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라고 외칠 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예수님께서 "이 산더러 들리어 바다에 던져지라"고 놀라운 믿음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누군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갓 태어나거나 애교가 넘치는 새끼 양으로 생각할 것이다. 어떤 이는 믿음이 좋으면 문자 그대로 실제 산이 들리어 바다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복음서를 넘어 서신서에 나오는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라는 말이 나오는데, 바울은 누구를 대상으로 왜 이 말을 했던 것일까. 바울이 자비량 선교사라는데, 그가 만든 천막은 무엇이고 누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했던 것일까. 대부분 저자가 말하는 시대의 렌즈로 보기보다 오늘날의 안경을 끼고 말씀을 바라본다. 보통은 술 먹고 취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고, 텐트라고 하니 유목민의 삶을 배경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은 16개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본문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교정해 준다. 모르고 있던 것을 깨닫게 하고 새롭게 보게 해 준다. 저자 김동문 선교사는 중근동에서 30년 이상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의 배움과 지식과 신앙이 이 책에서 잘 녹아 있다. 시장의 언어로 매우 쉽게 접근하고, 글쓰기 실력도 있어 글을 읽는 데 재미를 더해 준다.

무엇보다 책에서 나오는 예수님 모습은 약자와 함께하시고 눈물 흘리는 자 옆에 계시고 떡 하나 못 먹는 백성들과 함께 살아 계시는 분이다. 그 시대 백성은 포도주를 자주 마시고 어부이기에 물고기도 주식으로 삼아 배부르게 잘 먹었을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도주는 속국인 이스라엘이 지배국인 로마와 귀족들을 위해 주인의 밭에서 일하여 공급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물고기도 상류층에게 보급하고 시장에 팔기 위한 것이지 그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예수님은 이렇게 빈부와 계급 차이를 느끼며 차별과 박해를 받으며 살고 있는 자들에게 다가가시고 손 내미시고 안아 주신다. 그 사회에 있는 높은 장벽을 허무시고 모든 금기와 선을 넘으신다.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말씀과 기적과 삶을 통해 그들에게 죄를 보여 주고 신음하는 자들을 품어 주신다.

책 제목도 <낮은 자의 예수님을 만나는 -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신약편)>(선율)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중근동의 렌즈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케네스 베일리 같은 저자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 정치 등의 관점으로 성경을 접하기보다 중근동 관점으로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설교하는 일이 지속되어야 한다. 누구도 문화적이고 역사적이고 사회적이며 문법적인 해석을 벗어날 수 없다.

책에 저자의 마음과 시선이 또한 잘 담겨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복음의 깊이와 넓이를 아는 저자가 우리를 데리고 성경의 땅을 밟으며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 책을 읽는 동안, 격을 갖추지 않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선배가 예수님 따른다는 것은 이렇다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상상되고는 했다. 글에다 옷을 입힌 신현욱 목사의 그림은 재치가 있다. 선 하나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흔적이 느껴진다. 어릴 적 만화방에서 킥킥거리며 만화책을 보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복음서의 현장과 바울서신의 상황과 배경 속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현장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열사의 땅에서 부는 모래바람의 향기 정도는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신학적으로 수준 높은 책도 아니고, 중요한 주제와 논쟁을 다룬 것도 아니다. 학식이 높은 자에게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외된 자들에게 다가가고 차별과 억압당하는 자에게 위로와 구원을 베푸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게 해 준다. 성경의 시대를 이해하고 그때의 예수님 모습을 그려 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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