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우리 세월호 가족들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좌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목공방은 큰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습니다.

지난 5년간 가족들이 느꼈던,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많은 슬픔이 이제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416목공소는 슬픔과 절망을 딛고 희망의 생존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단원고 2학년 1반 미지 아빠 유해종 이사장(416희망목공협동조합)이 인사말을 전했다. 세월호 엄마·아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416목공소'가 5월 25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세월호 가족들을 포함해 안산시민, 목회자 100여 명이 참석해, 새로 출발하는 목공소 식구들을 축하했다.

416목공소가 개소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희망의 생존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16목공소는 2015년 5월 미지 아빠와 몇몇 가족이 고기교회(안홍택 목사)가 운영하는 목공방 '아래'를 방문하면서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인양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유가족들은 안산 합동 분향소 대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어쩌지 못하는 순간도 찾아왔다. 긴 싸움을 위해서는 고통과 슬픔을 인내하고 삶을 붙잡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아빠들은 평소 관심이 있던 목공을 떠올렸다.

안홍택 목사는 목공 카페 '콩세알'을 운영하는 이진형 목사(청지기교회)와 함께 아빠들에게 목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들과 함께해 온 박인환 목사(화정교회)도 이들과 합류했다. 이들은 분향소 뒤쪽 주차장에 컨테이너 두 동을 설치해 목재를 다듬고 붙이는 일을 시작했다.

일부 교회가 가족의 활동을 도왔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박인환 목사 요청으로 목공 기계와 공구를 마련해 주고 2년간 재료비를 지원했다. 안홍택 목사와 이진형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도, 수입 원목 시장이 있는 인천에서 안산까지 목재를 나르는 데 필요한 1톤 트럭과 각종 장비를 구입해 줬다.

무거운 원목을 날카로운 기계에 올려 설계를 따라 재단하는 일은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아빠들은 매일같이 공방에 나와 먼지를 먹어 가며 목공에 열중했다. 미지 아빠는 "적어도 가구를 만드는 시간만큼은 고통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처음부터 416목공소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 안 목사와 박 목사는 아빠들이 단지 취미로 목공을 하는 데 그치지 않길 바랐다. 이왕 시작했으니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고 장비와 비용을 지원하는 데 멈추지 않았다. 세월호 아빠들이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곁을 지켰다.

미지 아빠, 민정 아빠, 수연 아빠는 지난해 박인환 목사와 함께 목공지도자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이들은 미국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 공방을 견학한 후 '416희망목공협동조합'을 설립했다.

416목공소 현판식. 세월호 아빠들이 목공소를 열기까지 여러 목사들의 도움이 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미지 아빠 유해종 이사장은 가족들이 경험했던 희망을 다른 이에게 나누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개소식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예장통합 변창배 사무총장과 사회봉사부 오상열 총무, 안홍택 목사, 감리회 선교국 오일영 총무, 남재영 목사(빈들공동체) 등 많은 목회자가 참석했다. 416목공소는 예장통합과 감리회, 안산시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한쪽 컨테이너에 설치된 쇼룸에서 가족들이 직접 제작한 침대와 책상, 수납장 등을 둘러보며 아빠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 참나무·호두나무 등 천연 원목으로 만든 제품이다. 수연 아빠는 개소식에 전시할 가구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 5개월간 밤낮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미지 아빠는 이틀 전,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두 손가락을 다쳐 왼쪽 팔 전체에 깁스를 했다

416목공소 심벌마크는 리본과 나무 나이테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생명, 안전, 기억, 희망을 상징한다. 수인 엄마 김명인 씨는 "나이테는 나무가 살아 온 날을 기억한다. 우리도 그날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마음으로 나무를 손질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416 가치와 정신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미지 아빠는 "가족들이 나무를 다루면서 삶의 희망을 느꼈듯이, 다른 이들도 우리가 경험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416목공소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416목공소는 안산 꽃빛공원 인근에 있다. 안산 합동 분향소 철거 이후, 안산시가 부지를 제공했다. 목공소에 방문하면 세월호 아빠와 이들이 만든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침대, 식탁, 서랍장, 볼펜, 독서대, 도마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족들은 셜미디어를 통해 주문 제작도 받고 있다.

목공소 내부. 안산시가 부지를 제공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아빠들이 만든 제품들. 못을 쓰지 않는 장부맞춤 방식을 사용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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