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차별·비하 발언에 상처받았다며 A 교수의 강의를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A 교수의 수업 태도와 발언을 문제 삼아 강의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임시총회를 열어 A 교수 해임 건의안까지 가결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를 보였으나, A 교수에게 사과를 받고 전공 필수과목 선택 폭을 넓히는 것으로 합의했다.

발단은 5월 2일 유아교육과 학생회가 실시한 전공 수업 만족도 조사였다. 학생회 선거 공약 일환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 유독 A 교수에 대한 피해 사례가 많이 나왔다. 타 교수 피해 사례는 없다시피 했다. A 교수를 타깃으로 한 설문이 아니었는데도 터질 게 터졌다는 식으로 불만이 쇄도한 것이다. 다음은 학생들이 쓴 내용 중 일부다.

- 학생들의 집안 사정 등 개인사를 수업 시간에 얘기한다.
- 수업과 관련 없는 다른 얘기를 너무 많이 한다.
- "나는 아이를 많이 낳지 못했지만, 여자는 무조건 10명 이상 낳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신학과랑 연애해라, 신학과는 유아교육과를 좋아한다"는 식의 성차별적 발언이 너무 많았다.
- 지나가던 학생을 불러 자신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물통에 물을 담아오라고 지시했다.
- "너는 예전에 비해 화장법이 세련되어졌다. 예전에는 촌스러웠다"는 식의 외모 발언을 일삼았다.
- "여러분의 유치원에 동성애 부모가 아이를 데려오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남자 두 명에게 엄마 아빠라고 하면 그 아이는 어떻게 크려나"라면서 동성애 부모를 둔 유아는 비정상적으로 클 거라고 가르쳤다.
- "보호자 이름은 아빠로 이름을 쓰고 연락처는 엄마 것으로 써라. 보호자는 아빠여야 한다"라거나, "요즘 엄마들은 드세다"면서 여성은 무조건 드세면 안 되고, 남성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강의했다.
- 다문화유아교육 수업 때 "내 자녀는 짱깨랑은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 못 시킨다"고 말했다. 다문화를 가르치면서 외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조교에게 유아용 의자를 갖다 놓으라고 지시했는데 조교가 가져다 놓지 않은 적이 있다. 조교가 수업 시간에 불려와 A 교수에게 사과했다. 교수님이 우리에게 "너희는 현장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안 돼. 아, 너희는 돈 적게 주는 조교 같은 것은 하지 않으려나"고 말하면서 조교를 깎아내렸다.
- 기말고사를 수업 시연으로 대체하는데, 뒤에서 평가는 하지 않고 주무신다. 학생들은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대놓고 주무시면 너무 허무하다.
- 교재와 PPT에 오탈자가 너무 많다. 한두 개가 아니다.

A 교수에 대한 사례가 쇄도하자 유아교육과 학생회는 추가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학생들은 "A 교수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아 지금도 트라우마가 있다. 주위에도 상처받은 친구가 많다", "피해 사례가 1~2년 전부터 페이스북 총신대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것을 봤는데 해결이 안 되어 답답했다"는 의견을 남겼다. 설문에 응한 96명 중 81명(84.4%)이 "A 교수는 앞으로 전공 필수 수업을 맡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유아교육과 전체 정원은 약 200명이다.

학생들의 피해 사실을 모은 유아교육과는 5월 14일 임시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임시총회에서는 2014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들이 2014년에도 피해 사례를 모아 강의 배제 등 학교에 조치를 요구했던 것이다.

당시 피해 사례를 보면, A 교수는 교정기를 착용한 학생에게 "표정이 그러면 어떡하냐. 부모에게 그렇게 배웠느냐"며 30~40분간 학생을 나무랐다. 또 한 커플이 수업 시간에 지각하자 "너희 둘이 같이 잤느냐"고 공개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실습 현장에 방문해서는 뜬금없이 해당 유치원 원장의 의상을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임시총회에서 "2014년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고 5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A 교수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다른 대학도 아닌 총신대학교에서 A 교수의 이런 행동이 과연 기독교적으로 올바른 모습인지 큰 회의감이 든다.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A 교수 해임 건의안을 가결했다. 의사정족수 56명의 두 배 가까운 108명이 회의에 참석해 찬성 100표로 압도적인 동의를 얻었다.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이런 집단행동이 참다 못해 터진 것이라고 했다. 그간 A 교수 수업은 가능하면 듣지 말라는 선배들 조언이 있었지만, 현행 커리큘럼상 최소 한 번 이상은 A 교수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학생들은 "A 교수 수업을 피하고 다른 대체 과목 2개를 들을 정도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겨 줬다", "강의를 듣고 싶지 않아도 (A 교수가) 전공 필수를 맡고 있어 학우들의 학습권과 자유가 보장되지 못한다"고 했다.

선택과목의 경우, A 교수가 직접 자신의 강의를 들으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청 인원이 10명에 못 미치면 강의가 개설되지 않으니, 학생들에게 절대평가제로 성적을 잘 주겠다며 강의 신청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A 교수나 그의 주변 인물들에게 강의를 수강하라는 연락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96명 중 43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해임 건의를 결의했지만 유아교육과 학생회는 5월 22일 입장을 내고 A 교수 해임까지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A 교수 해임이 결코 학우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임하기까지 쉽지 않고, 그 긴 과정에서 A 교수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 우려되었다. 또한 소청 등을 통해 학교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해임보다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A 교수에게서 모든 수업을 배제하고 평생 담임 교수도 맡지 못하게 할 것 △학생들과 사적으로 연락하지 말 것 △문제가 재발할 시에는 교수직을 스스로 내려놓을 것 등을 요구했다.

A 교수는 유아교육과 학생들의 집단행동 이후 사과할 뜻을 내비쳤다. 유아교육과 학생회는 A 교수의 사과문 내용을 검토하고, 2학기 수강 신청 시 수업 선택권이 보장되면 학내 대자보를 모두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A 교수는 5월 2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나 때문에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총신대 출신이고 후배들에게 자녀나 동생 같은 마음으로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인데, 그런 깊은 관심이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각자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객체로서 존중하겠다. 쓸데없는 관심은 상대방이 전혀 기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공부만 하다 보니 세상을 잘 모른 나의 미숙함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 상대로 반박문을 쓰거나 기자회견을 여는 게 얼마나 우습나. 금식하고 기도하면서 생각했다. 2학기 개강 전 공개 사과할 예정이다. 학생회에는 피해 사례를 다 달라고 했다. (피해 사례를 적은) 아이들을 만날 수도 없고, 만나고자 해도 얼마나 불편하겠나. 매일 기도하고 회개하면서 하나님께서 정말로 위로해 주시고 회복해 주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 교수는 논란이 된 발언들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외모 차별 발언은 한 적이 없다. '안경 벗으니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는 말했다. 혀 짧은 소리 냈다고 지적한 것은, 교사로서 언어 발달 시기에 있는 유아를 위해 스피치 교정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비하에 대해서는 "그런 의도는 없었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짱깨' 등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정말 잘못 말한 것이니 사죄한다"고 말했다. 동성애 커플 자녀에 대해서는 "동성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 그 아이가 뭘 배우겠나. 그 아이는 분명 입양되어 가는 건데, 행복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동성 커플이 키우는 아이는 어떤 롤 모델, 어떤 성 역할을 배우겠나. 기독교적 차원에서 그런 것에 대해서도 말하면 안 되느냐"고 했다.

A 교수는 "오늘 총장직무대행과 학과 교수들의 조정, 학생들의 양보로 절충안이 나왔다. 수업을 두 반으로 나누어 들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학생들도 대자보를 다 떼기로 했다. 학교 당국과 학과 교수들, 학생들이 모두 협력해 서로에게 수용 가능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 학생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A 교수가 학생회 요구 사항에 동의했다. 그러나 최소 수업 시수 규정 때문에 강의를 아예 못 맡게 할 수는 없다더라. 학교 측에서 2학기 필수 강의는 두 반으로 나누되, 수강 인원 제한이 없게 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런 진행 상황과 A 교수의 사과문 내용 등을 검토한 후 대자보를 내릴 것이다. 현재로서는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 해결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 A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 중 일부 내용에 대해, 자신이 잘못 해명했다며 수정을 요청해 왔습니다. 이에 일부 문구를 조정했습니다. (5월 25일 오전 11시 현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