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꼭 해야만 하나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요. <존 파이퍼가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생명의말씀사)는 마치 존 파이퍼 목사가 상담실에 앉아 있는 예비부부에게 이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결혼 생활에 꼭 필요한 교훈을 친밀하게, 그리고 힘주어 전달해 주는 장면을 옆에서 받아 적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존 파이퍼가 책을 통해 진행하는 '결혼 예비 학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 파이퍼는 미국 복음주의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목사 중 한 사람입니다. 휘튼칼리지와 풀러신학교를 거쳐 뮌헨대학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베들레헴침례교회에서 33년간 담임목사로 섬긴 목사이자 신학자입니다. '결혼'을 주제로 한 책인 만큼, 그가 이어 온 50년간의 신실한 결혼 생활도 소개할 만한 내용입니다.

책 내용이 친밀한 상담 시간처럼 느껴지는 것은 처음 1~2장이 '존 목사님께 물어보세요'라는 팟캐스트 내용을 간추린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팟캐스트에서 존 파이퍼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질문한 대상에게 직접 말하듯이 대답하는데, 1장에서 "결혼 생활은 부부가 '함께'하는 무엇이 아니라, 두 사람이 '떨어져서' 각자 예수님을 만나고 거듭거듭 자신을 예수님께 드림으로써 깊은 만족감을 경험하는 것"(16쪽)이라고 말합니다. 2장에서는 "그리스도인의 결혼식은 사랑하는 두 사람과 신성한 혼인 서약, 그리고 그리스도를 드높이는 결혼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22쪽)고 말하며 스몰 웨딩을 추구하라고 적극 권면합니다.

<존 파이퍼가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 / 존 파이퍼 지음 / 박상은 옮김 / 생명의말씀사 펴냄 / 160쪽 / 1만 원

각 챕터 앞에는 QR코드가 붙어 있는데, 이를 통해 책 내용을 존 파이퍼 목사의 음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영어가 익숙한 분들은 이 기능을 통해 실제 상담실에서 육성으로 결혼 상담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 책의 기발하고 독특한 점이 있는데, '교환 일기'처럼 책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예비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한 챕터를 읽고 챕터 끝에 있는 메모장에 메시지를 남기면, 상대방이 책을 건네받아 같은 챕터를 읽고 상대가 남긴 메시지를 읽은 후 바로 옆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을 수 있습니다. 예비부부가 이런 방식으로 6장까지 함께 읽으면서 깊이 교제를 나눈다면 유익한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록2'에는 부부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점검할 다양한 질문이 나옵니다. 신앙의 관점, 예배와 헌신에 대한 생각, 자녀 계획, 소비 스타일, 여가 활동, 갈등 해결, 일, 친구 등 결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을 결혼 전에 미리 점검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질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질문은 예비부부뿐 아니라 모든 부부가 서로 심도 있게 나눠야 할 좋은 내용입니다.

결혼과 관련한 신앙 서적이 뭘 말할지 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라는 조언, 역할을 다하라는 권면, 사랑하고 용서하며 갈등을 해결하라는 교훈, 이혼은 하지 말라는 책망….

이 책은 그런 부분도 성경에 근거해 정확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존 파이퍼가 "내가 쓴 책들은 한 권을 읽으면 다 읽은 것과 다름없다"라고 스스로 말한 바 있습니다. <존 파이퍼가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는 그의 다른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다른 저자의 책에서는 그만큼 강조하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를 갈망하는 신학, 다른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 자체를 추구하는 열망을 담은 결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합니다.

이는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존 파이퍼가 아들에게 써 준 시에도 잘 나타납니다. 시 제목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적게 사랑하라'입니다. 아내를 그 어떤 물건, 사람(부모와 자녀를 포함해), 그리고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하라고 권면하면서, 동시에 아내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라(거꾸로 말하면 아내를 하나님보다 더 적게 사랑하라)고 호소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네가 사랑하는 그 여인을
우상처럼 숭배하지 말거라.
이는 현명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일.
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치를 더하시는 그분, 하나님을
그 여인보다 더 사랑하렴." (114쪽)

하나님께서 사도 바울을 통해 분명하게 밝히신 것처럼, 결혼이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이 맺은 언약 관계, 그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영원한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존재한다면(엡 5:32), 부부는 마땅히 서로 사랑하기에 앞서 결혼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무엇보다 더 사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존 파이퍼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결혼은 하나님의 진실하심과 존귀하심과 아름다우심과 위대하심을 더욱 크게 드러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하나님이 결혼을 더욱 크게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시지 않습니다. 이 순서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결혼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과 경쟁하는 결혼을 경험할 것입니다." (98쪽)

이런 측면에서 존 파이퍼는 결혼을 앞두고 기대감에 한껏 부푼 예비부부에게 '왜 결혼을 하려 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결혼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방향을 찾아 주려고 노력합니다. 예비부부에게 결혼식을 위한 수많은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혼이 궁극적으로 나타내는 것, 부부가 하나님의 영광을 더 많이 사랑하고 갈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입니다. '하나님 영광을 위한 결혼'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부가 결혼을 준비할 때 하나님은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뷔페와 부케, 초대 손님과 결혼 앨범, 신혼여행지, 결혼 후 살 집 등에 하나님은 언제나 뒤처집니다. 이는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관계, 친척 관계, 경제문제, 자녀 양육이 하나님보다 우선입니다.

"사람들이 이(하나님의) 영광을 알고 소중히 여기는 데 거의 아무런 에너지나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들이 결혼을 통해 이 영광의 진실함과 존귀함과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드러내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중략) 결혼한 사람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결혼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지 못합니다." (106쪽)

그리스도인의 결혼을 달라야 합니다. 신랑 되신 그리스도께서 신부로 삼은 교회의 두 지체가, 영광스럽고 존귀한 하나님의 영광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마땅히 그리스도의 영광을 가장 많이 사모하는 거룩한 습관을 훈련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세전 그리스도 안에서 넘치도록 그들에게 베푸신 은혜와 사랑에 흠뻑 젖어 그 힘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섬기고 용서하고 세워 줘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결혼하는 모든 부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의 근원이며 그리스도를 모르는 부부가 누릴 수 없는 특별한 은혜입니다.

존 파이퍼가 이 책을 통해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 주는 고귀한 선물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결혼을 앞둔 그리스도인 부부가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이 그들의 결혼을 통해 궁극적으로 드러내기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두 사람에게 참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약속을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정의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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