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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신학생으로서 5·18을 기억한다는 것
[인터뷰] 호남신대 이재광·원요셉 씨 "5·18은 국가 폭력 희생자에 대한 공감 문제"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9.05.17 19:18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호남신학대학교(최흥진 총장)는 5·18 희생자 문용동 전도사의 모교다. 문 전도사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 5월, 시민들을 돕다 계엄군에게 희생당했다. 광주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있는 문 전도사 묘비에는, 그가 일기장에 쓴 "역사의 심판을, 하나님의 심판을 받으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계엄군 투입과 시민 진압을 지시한 이들에 대한 경고였다.

문 전도사와 동시대에 호남신대를 다녔던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는 올해 2월 논란이 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5·18은 민주화 운동이긴 하지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 내가 직접 봤다. (시민들이)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다. 폭탄을 도청 안에 어마어마하게 장치했다.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고 말했다. 오월 단체와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항의 시위를 하자, 고 목사는 그제야 실수였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여수은파교회는 고만호 목사의 5·18 관련 설교를 유출했다는 누명을 씌워 청년 한 명을 출교했다. 고 목사는 설교 내용을 최초 보도한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뉴스앤조이> 때문에 상당히 마음이 불편하다"며 "목사를 명예 살인하려 하고 교회를 함부로 해치려 한다"고 말했다.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호남신대 이재광 씨(신대원 2학년)는 고만호 목사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5월 13일 학교에 게시했다. 이 씨는 고 목사가 교회 주보에만 사과하고 문제를 얼버무리려 한다며 △당사자 단체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방문이 어렵다면 자필 서신으로라도 사과를 구하라 △광주시민에게도 사과하라 △5·18은 폭력이라는 역사의식을 수정하고 희생자들 아픔에 공감하라고 요구했다.

호남신대에는 문용동 전도사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도 있다. 에큐메니컬 동아리 오이코스 회장을 맡고 있는 원요셉 씨(신대원 3학년)는 이재광 씨와 함께 교내에 문 전도사 추모 현수막을 달고, 추모비에 화분을 놓는 행사를 기획했다. 5·18민주묘지도 직접 찾아 문 전도사 묘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5월 21일에는 '호신의 5·18'을 주제로 이야기 마당을 열 예정이다.

<뉴스앤조이>는 5월 14일 호남신대에서 이재광·원요셉 씨(신대원 3학년)를 만났다. 광주 토박이인 두 사람에게, 호남의 신학생으로서 5·18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고만호 목사 발언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봤다.

호남신대에서 5·18 정신을 이어 가려는 신학생들이 있다. '시민군 교도소 습격설'을 주장한 고만호 목사에게 항의하는 대자보를 붙인 이재광 씨(왼쪽)와, 문용동 전도사 추모 사업을 열고 있는 원요셉 씨(오른쪽)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먼저 두 사람에게 5·18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타 지역 사람들은 '광주 사람', '광주의 신학생' 하면 5·18에 대한 남다른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재광 /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광주 토박이지만, 광주 청년들이 5·18에 그렇게 많이 관심을 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 5·18 문제가 윗세대에서 명확히 해결되지 않아서인 것 같다. 구 전남도청 복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위하는 분들도 있고, 자유한국당처럼 망언을 뱉는 이도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5·18에 대한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정말 '뭐 했는갑다', '이런 게 있나 보다' 하는 정도였다. 광주 사람들이 당한 폭력이나 억압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역사적 사건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 같다.

원요셉 / 중고등학교 다닐 때, 특히 선생님들이 5·18에 대해 알려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타 지역은 어떤지 모르지만, 광주에서는 중학교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운다. 고등학교 때도 불렀고, 호남신대 와서도 배웠다.

그렇다고 역사의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보다는… 사실은 아직도 '광주 사람'이라고 하면 경계부터 한다. 무슨 행동을 해도 '쟤는 광주 사람이라 그래', '좌파라서 그래' 하는 반응이 있는 것 같다.

- 5·18에 대한 역사의식은 신학교에 와서 느끼게 된 것인가.

원요셉 / 신학교는 솔직히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왔다.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고….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었다. 내가 왜 공부하게 되었는지 알게 됐고,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다.

세월호 사건이나 5·18이나 기본적으로 둘 다 공감의 문제인 것 같다. 세월호 사건도 누가 가장 연약한 사람인지, 누가 가장 억눌린 사람인지 찾는 게 중요한 문제 아니었나. 그것을 파악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확신한다. 공감이라는 주제로 5·18을 바라보게 됐다. 국가 폭력 희생자가 보였고, 시민군의 저항이 폭력적 저항이 아니라 비폭력적 저항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설사 폭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계엄군에 맞서기 위한 것 아니었나. 범죄의 현장은 없었고 그 누구도 슈퍼나 은행을 터는 등 개인 욕심을 채우지도 않았다.

이재광 / 나도 비슷하다. 내가 신학교 가는 게 어머니의 소명 같은 거여서, '언젠가는 목사 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별생각 없이 '이대로 목사 되겠네' 했는데, 그때 세월호 사건을 겪었다. 신학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오현선 교수님이 보여 준 가르침과 행동 때문에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재광 씨는 고만호 목사가 오월 단체 및 광주시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군이 폭력을 저질렀다는 식의 역사의식도 고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고만호 목사에 대한 대자보는 왜 쓰게 된 것인가.

이재광 /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싶었다. 책 한 권만 읽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텐데. 고 목사는 실수라고 했는데, 분명히 원고를 보고 말했다. 준비된 설교였다는 것이다. 폭력 시위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아픔에 공감하고 싶었다. 분노도 컸다.

대자보를 쓰기 위해 책을 두 권 읽었다. 5·18에 대한 최초 자료집이었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교재 용도로 올해 3월 출판된 <너와 나의 5·18>(오월의봄)을 읽었다. 두 책을 읽는 내내 5·18은 공감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 고만호 목사는 호남신대 이사이자 교단에서 영향력 있는 목사다. 두렵지 않았나.

원요셉 / 이재광 학우가 대자보를 쓴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말렸다. 고 목사는 본인 입장에서 이미 사과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괜히 대자보 썼다가 학업이나 삶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봐서 알겠지만, 고 목사는 신학교 총장들 다 세워 놓고 성소수자 문제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고 한 사람이다. 고 목사는 프레임을 잘 만들어서 선택하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다. 그 프레임 속에서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재광 /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알아보니 고 목사는 5·18 관련 단체 세 곳(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중 어느 곳에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더라. 이분들이 5·18기념재단에도 알아보라고 해서 문의했으나 역시 사과한 적이 없었다.

분노가 컸다. 분노이기도 하고 양심의 가책이기도 했다. 그분이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면 몰라도, 문용동 전도사가 다녔던 호남신대의 이사로 있지 않나. 학생으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았다.

대자보를 붙이는데 총장님과 마주쳤다. "왜 붙이냐"고 묻기에 "학교 이사로 있는 목사님이 잘못된 발언을 했고, 거기에 대해 학생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붙인다"고 답했다. 총장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자보 떼실 거냐고 물었더니 "상관하지 않겠다"고 답하시더라.

원요셉 / 여기는 광주다.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신학교, 그것도 5월을 이야기하는 신학교가 고만호 목사 발언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말리면서도 붙이라고, 같이하자고도 했다.(웃음)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호남신대 교정에는 문용동 전도사를 추모하는 비석이 있다. 5월 18일을 맞아 일부 학생이 추모비에 헌화를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학교에 문용동이라는 5·18 의인이 있다. 학생들도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인가.

원요셉 / 사실 호남신대에서도 5·18 이야기를 꺼내면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안 하면 안 될까?' 같은 반응이 많다. 그나마 생태 얘기는 공감하는 편이지만 그 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라는 식이다.

그래도 좋은 선배들이 있어서 문용동 전도사를 알 수 있었다. 캠퍼스 안에 추모비가 있다는 것도 알려 주었다. 매년 5월이면 문용동 추모비에 헌화하기도 하고, 함께 망월동 묘역에 다녀오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어 5·18민주묘지에 다녀오는 건 중고등학생 때 소풍으로 다녀오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제(5월 13일)도 망월동 국립묘지를 찾아 문 전도사 묘비에 꽃을 두고 왔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학교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오전에는 누군가가 학교 안에 있는 문 전도사 추모비에 국화 두 다발을 두고 갔더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문용동 전도사. 그가 일기장에 쓴 "도청 앞 분수대 위의 시체 관 32구, 남녀노소 불문 무차별 사격을 한 그네들 아니 그들에게 무자비하고 잔악한 명령을 내린 장본인. 역사의 심판을 하나님의 심판을 받으리라"는 말이 묘비 뒤편에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재광 씨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 후, 여수은파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는 한 학생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자보를 쓰게 된 배경이 5·18 이슈 때문인지, 아니면 고만호 목사의 동성애 정책 반대 운동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한 것인지 밝히라"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는 "고 목사님은 1980년 호남신대 재학생으로서 광주 현장에 있던 분으로서 문용동 전도사의 절친이었다. 기록으로 5·18을 아는 우리와는 다른 경험을 가진 분"이라고 했다. 또 "문 전도사님은, 친구였던 고만호 목사가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는 설교문으로 새파란 후배에게 치기 어린 비난을 당하는 것을 무어라 생각하겠느냐"며 고 목사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재광 씨는 "대자보 준비는 약 한 달 전부터 했다. 당연히 동성애 이슈와는 무관하다. 그 학생과 페이스북으로 메시지가 오갔지만,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광·원요셉 씨는 학교 내에서 계속해서 5·18의 역사적 진실과 문용동 전도사의 활동 내역을 알릴 예정이다. 이 씨는 "5월 21일 열리는 이야기 마당은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화하는 자리다. 역사신학 교수님께 강의를 부탁드렸을 때 흔쾌히 맡겠다고 답해 주셨다. 학생들 요구가 있으니 교수님들도 움직이신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광주에서 신학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은 시민군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나눴다. 약탈, 습격 따위의 폭력과는 거리가 먼 저항의 역사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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