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03년 사랑의교회 위임 및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목사 자격 취득이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받은 오정현 목사가 미국에서도 "교인들에게 96.4%의 지지를 받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정현 목사는 대법원 판결 후 첫 일요일인 4월 28일,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노창수 목사)에 가서 설교했다. 이날 그가 한 설교는 '착한 사람이 왜 고난을 받는가?'(욥기 23:10)로, 2월 24일 서울에서 한 '성도가 왜 고난을 받는가?'(욥기 23:10)와 거의 유사한 내용이었다.

욥의 고난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는 특유의 레토릭을 또 구사했다. 오 목사는 교인들에게 '영적 재방송의 은혜'를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심각한 경기라도 나중에 재방송을 보면 어떤가. 특히 이긴 경기를 보면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여유가 있지 않나. 그러니 하나님이 다 아신다는 것을 확신하면 나름대로는 '영적 재방송의 은혜'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깊이가 있어 다 얘기는 못 하지만, 하나님이 다 아신다는 게 고난 전략의 1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고난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며, 결국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영적 진실'이라고 칭했다.

믿음이 깊어지면 고난을 감당할 수 있는 '영적 근육'이 생긴다고 했다. "옛날에는 한 달란트 갖고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지금은 열 달란트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지역 하나를 맡겨도 아등바등했던 사람이, 한 나라를 맡겨 줘도 감당할 복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욥 이야기'를 본문으로 고난에 대해 설교했다. 자신도 예배당 건축 6년간 고난을 받았지만 교인들이 96.42%의 수치로 자신을 지지해 줬다고 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설교 말미, 오정현 목사는 자신이 겪은 고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03년 사랑의교회 부임 이후 교인 증가로 어쩔 수 없이 건축을 시작했는데, 반대 여론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가서 처음 6년은 승승장구를 했다. 어떤 주일은 한 주일에 성인 신자가 2000명 등록한 적 있다. 절반이 초신자였고 청년·대학생이 많았다. 기가 막힌 거 아니냐. 이게 끝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서울 사랑의교회는 본당이 1800석이라 여기보다 더 좁다. 4만 명 이상이 모이니 견딜 수가 없는 거다. 안 믿는 사람이 (예배당 들어오려고) 30분을 기다릴 수 있겠나. 목양적 위기를 맞았다. 교인 99%가 건축하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6년간 죽을 고생을 한 거다."

목사 자격, 허위 학력 의혹, 논문 표절 등 오정현 목사 개인에 대한 논란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교인 96.42%가 전폭적 지지를 보내 줬다고 강조했다.

"한 달 반 전에, 쉽게 말하면 재신임 투표를 하게 됐다. 이 얘기를 할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했다. 그날 재신임 투표 아침에, 집사람과 '여보 70% 나오면 (목회) 해야 하나? 힘들겠지?', '80% 나오면 해야 하나? 20% 반대하는 사람이 눈을 번들거리며 쳐다보면 어떻게 해?', '90%는 정말 고맙겠지?'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런데 한국 장로교 역사상 가장 많은 투표를 했다. 결과가 96.4% 나왔다.(교인들 박수) 정말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이것은 (오정현) 개인을 위한 게 아니고 한국교회 앞에 (사랑의)교회가 똘똘 뭉친 거다. 고난 자본을 통해 교인들이 하나님과 함께 당하는 고난을 겪고 피투성이라도 살아남으라 할 정도의 과정을 겪은 것이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일을 끝나게 하신 것이다."

오 목사의 자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안성수양관에서 열린 제자 훈련 세미나 일화도 얘기했다. "113기 세미나를 마무리하기 전날, 목사 몇 분과 교제했다. 2000명 모이는 담임목사도 있고, 지도자급 목사도 있었다. 대화하는 중에 '왜 113기 참석자들은 관심이 뜨겁냐'고 물어봤더니, 어떤 목사님이 '목사님, 96.4%'라고 답하더라"고 했다. 자신이 교인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목사들이 제자 훈련 세미나에 많이 참석했고 열성적으로 강의를 들었다는 것이다.

현지 한인 언론은 오정현 목사의 자화자찬식 설교를 비판했다. <미주중앙일보>는 5월 1일 기사에서 "그동안 각종 논란으로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인물치고는, 마치 욥처럼 온갖 역경을 이겨 낸 듯한 그의 설교에 고개가 갸웃한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첫 설교라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확인했다는 <미주중앙일보>는 오정현 목사에게 "교계와 사회를 향해 눈과 귀를 닫기로 작심한 건지, 정말 그간의 고난으로 여럿 살렸다고 굳게 믿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본문의 "순금같이 나오리라"를 인용하며 "도대체 누가 욥이란 말인가. 적어도 오 목사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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