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신 야훼> / 김기흥 지음 / 삼인 펴냄 / 436쪽 / 2만 3000원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학자가 아닌 한국고대사학자가 구약을 '역사적' 관점에서 해제한 책이 나왔다. 2016년 <역사적 예수>(창비)를 쓴 김기흥 교수(건국대 사학과)가 최근 출간한 <유일신 야훼>(삼인)다. 전작에서 예수의 실존 및 부활의 역사성을 살폈다면, 이번 책은 이스라엘의 유일신 '야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돌아본다.

"나의 전에 지음을 받은 신이 없었느니라 나의 후에도 없으리라"(사 43:10) 같은 구절을 절대 신뢰하는 교인들은 성경을 고증하려는 시도가 불편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하나님이 말씀하시어 축자 영감의 방식으로 성경이 기술됐다는 전제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구약을 역사책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1장 제목이 '구약성경 - 역사를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앙의 책'인 이유다.

2장에서부터 7장까지는 야훼 신, 즉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이스라엘의 유일신이 어떤 과정과 역사를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살핀다. 책은 출애굽 시대(2장) - 사사 시대(3장) - 왕정 시대(4장) - 남북 왕국 시대(5장) - 포로 시대(6장) - 해방 시대(7장)로 이어지는 구약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유일신 전통 수립 역사를 짚는다.

성서에는 수많은 이방 신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하던 출애굽 시대부터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던 왕정 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우상을 숭배한다. 저자는 남방 소수 부족에서 시작된 '야훼' 전승이 사사 시대 다신 사회에 편입되고, 그 가운데서 야훼가 어떻게 최고의 신으로 우뚝 서 마침내 이스라엘의 유일신이 되었는지 시간에 따라 서술한다.

요시야왕의 정치적 결단으로 산당을 폐하고 유일신 체제를 확립한 기쁨도 잠시, 이스라엘은 결국 바빌론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는 처지에 놓인다. 바벨론 포로기 야훼 신앙을 갖고 회복을 꿈꾸며 '우주적 유일신 신앙'을 선포하기까지의 과정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역사학자답게 고고학과 주변 국가들의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교차 검증해 구약을 분석한다. 야훼 신앙 형성사를 설명하면서 자칫 그냥 기록대로 믿고 넘어갈 만한 구절들도 '팩트 체크'한다.

요셉이 형들 때문에 애굽으로 끌려갈 때, 낙타를 타는 대상隊商들에게 팔려 가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고고학적 발견으로 낙타는 기원전 10세기 이후에나 교통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해설(34쪽), 여리고성이 무너졌다는 기원전 15세기~기원전 13세기에는 여리고에 사람이 전혀 살고 있지 않았다는 해설(81쪽), 솔로몬이 지었다는 성전의 크기가 243㎡, 약 73평에 불과한데도 짓는 데 7년이나 걸렸다는 내용(171쪽) 등은 구약 기록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책 전반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추천사를 쓴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는 저자의 저술 방식을 신학계에서는 미니멀리즘(성서 문헌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다른 자료들의 활용을 최대화한 것)이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성서의 서사가 사실이라는 가중치를 두지 않고, 성서와 비성서의 모든 자료를 동등하게 놓고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역사학과 고고학, 인류학까지 결합한 시도인데 비문헌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방식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진호 목사는 "신학자가 아닌 역사학자이자 평신도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또 "최근의 성서역사학 성과물을 잘 활용하고 있고, 한국 많은 신학자조차도 구사하지 못하는 최근의 논의까지 잘 다루고 있으면서도 문체가 평이해 읽기 쉽다"고 평했다.

저자는 현재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가 신앙하는 하나님을 걱정한다. 오늘날 기독교 신앙의 많은 문제는 수천 년 전 문자에 얽매이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오랜 세월 인류 역사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해 왔던 그리스도교는 위기에 빠져 현 시대와 사회에 확실한 태도를 취할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막대한 잠재적 영향력을 가진 세계적 거대 조직이 진취적인 항해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보수성 때문에 시대의 장애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역사를 6000년이라, 천지창조를 불과 1만 년 전이라 주장하기도 하는 그리스도교 교회는 138억 년 전의 우주 탄생과 수백만 년 전 원인猿人류의 출현이라는 과학적 지식, 신이나 성경에 관한 역사학적 연구 결과 등을 흔쾌히 용납하지 못하는 등, 자신들의 전통적 신에 대한 미련을 어찌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415~416쪽)

저자는 신화 속에 빠져 살지 말고, 고도로 다원화하고 과학화한 오늘날 사회에 알맞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고민하자는 말로 책을 맺는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저자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종교가 시대에 좀 더 부응하기 위해서는 철지나고 일방적인 인식이나 신조, 가치들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우선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해석하는 어리석음을 떨쳐 내야 한다. 수천 년 전 고대사회에서 전해 온 것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면 족하다. 다양한 학문을 통해 신화의 의미와 한계 등이 밝혀진 마당에, 설교자 자신도 믿지 않으면서 홍해의 기적을 그대로 믿는 것이 신앙의 요체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설득력이 전혀 없는 옛 신화로는 복잡하고 과학적인 현대를 살아갈 수 없다. 살아 있는 신을 모시는 종교라고 주장하려면, 고대의 신화적 신앙에 집착하는 퇴행이나 무지를 순수한 복음이라고 억지 부리지 말고 지금 절실한 문제들을 고민해 현대적 사고와 언어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새롭고 기쁜 소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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