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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부활을 향해
세월호 참사 5주기, 광화문광장에 다시 서는 이유
  • 방인성 (ispang@hanmail.net)
  • 승인 2019.04.18 23:46

아래는 광화문광장에서 4월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예배' 설교문(성서 본문: 누가복음 23장 34-56절)입니다. 설교자 방인성 목사의 허락을 받아 전문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으며 광화문광장에 다시 서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세월호의 피의 외침은 지난 5년간 광화문광장과 전국 곳곳으로 번져 갔습니다. 1700만 명의 외침, 평화로운 시위에 세계가 놀랐습니다. 끝내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 물러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촛불 민심 한가운데는 세월호의 피의 외침이 있습니다. 촛불 시민은 세월호의 무고한 죽음의 증인이며, 그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새 시대의 초석입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일어난,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아직도 그날에 멈추어져 있습니다. 5년 전 그 슬픔과 의혹이 풀리지 않고 바닷속에 잠겨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는 것은 광화문에 모아졌던 촛불의 함성과 세월호의 피의 외침을 다시 듣기 위해서입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는 방인성 목사. 뉴스앤조이 경소영

세월호 참사는
이 시대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2000년 전 십자가 사건은 거짓 종교와 폭력적 로마 권력, 탐욕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났던 참혹한 죽음의 현장이었습니다. 무고한 예수는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들에 처형당했던 것입니다. 예수의 무고한 죽음에 대해 증언하고 애통해하며 사랑과 존경을 표했던 사람들이 오늘 성서 본문(눅 23:34-56)에 등장합니다.

이들은 죽음 앞에서 겸손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합니다. 무고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습니다. 같이 십자가에서 죽어 가면서 예수의 죽음을 비난하던 자와 달리, 옆에 있던 다른 자는 예수의 무고한 죽음에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의 죄를 뉘우쳐 낙원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사형을 담당했던 로마의 군인 백부장은 예수의 죽음을 무고한 의인의 죽음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공회의원 아리마대 요셉은 예수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고, 할 수 있는 최대의 사랑 표시로 자신의 무덤에서 장례를 치르게 합니다.

십자가에 가까이 있던 여인들은 예수의 죽음에 깊은 애도와 최고의 존중을 표했습니다. 예수의 죽음이 부당하다고 알렸고,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고 했습니다. 생명력이 있다고 외치며 삶으로 실천한 것입니다. 이들은 죽음을 증언하고 기억하는 자들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돈으로 상징되는 탐욕의 노예가 된 처참한 우리 시대 상황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거짓과 위선의 종교도 세월호 참사에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권력은 배 안에 있던 304명 중 학생 250명을 포함해 한 사람도 구출하지 못하고 바닷속에 수장시켰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시대 십자가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세월호의 십자가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하겠습니다. 십자가 사건이 그렇듯, 세월호 참사는 죽음의 길을 가는 우리 모습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온 아름다운 죽음의 증인들처럼,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증인들로 살아가야 합니다.

인간은 모든 죽음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죽음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세월호 참사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는 부끄러워하며 참회해야 합니다. 우리도 그 무고하고 억울한 죽음에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잊을 수 없듯이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을 그만해야 합니까, 무엇을 잊어야 합니까"와 함께 "무엇이 바뀌었나요" 하는 질문도 던져야 합니다. 5년이 지나도 진실 규명이 되지 않고 세월만 보낸다면 우리 민족의 배는 돈과 탐욕, 부패한 권력 때문에 침몰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 없이 새로운 시대를 항해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의 십자가는
부활을 향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후에도 부활을 믿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의 죽음이 무고하며, 부패하고 타락한 세력들은 반드시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예수의 죽음을 통해 탐욕에 물든 세상과 불의한 권력을 보았습니다. 그의 무고한 죽음 안에 진실과 생명이 담겨 있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들은 예수의 죽음을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수의 죽음 속에서 부활 생명의 길을 찾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탐욕, 불의, 죽음의 권세를 이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아직도 규명된 것이 없습니다. 탐욕의 거짓이 난무합니다. 불의, 즉 왜곡과 은폐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부활의 진정한 의미로, 죽음에 대해 승리를 거둘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 줘야 합니다. 죽음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부활은 세월호 진실 규명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부활로 가는 길입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이 드러나야, 거짓과 불의가 드러나고 생명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예배에는 기독교인 500여 명이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세월호는 아직도 무덤 속에 갇혀 있습니다. 무덤을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는 5년간 무덤에 갇혀 부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의 무덤이 빈 무덤이 되었듯, 세월호 참사로 갇혀 있던 온갖 의혹이 벗겨질 때 빈 무덤이 되고 무고한 죽음은 생명의 부활로 우리 안에 역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고한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살아 있는 자의 몫입니다. 로마 군인처럼 양심 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와야 하겠습니다. 5년이 지났는데 밝혀진 것 없는 우리 현실을 참담하게 여기고 특별수사단을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합니다.

십자가 사건을 비웃던 당시 권력자들이 있었듯,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되는 직접적 당사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고 왜곡할 것입니다. 자신이 탐욕의 노예로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내 것만 지키려는 이기적 욕심입니다. 정의보다 나의 이익이 먼저입니다. 이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은 무고한 사람들,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는 사람일 것입니다. 진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입니다.

돈의 힘은 무섭습니다. 탐욕을 제어하는 일은 더욱더 어렵습니다. 부패한 권력은 기승을 부립니다. 기득권자들은 끊임없이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꿈꿉니다. 억울한 사람들을 짓밟습니다.

부활을 믿는다면 무고한 죽음 앞에서 예수가 가신 저항의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세월호에서 죽어 간 304명의 희생을 증언하고 부활로 연결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은 부활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5년 전 세월호 참사의 죽음 곁에서 애통해하던 사람들은 부활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외침을 들었던 사람들은 부활의 생명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십자가 사건의 처음 죽음에 동참한 이들은 소수였습니다. 부활을 만난 사람도 소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부활의 역사는 주변으로 번져 갔고,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부활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말씀을 맺으며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 어느 것도 약화하거나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의 약속이며 희망입니다.

올해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독립을 위해 온 삶을 바쳤던 우리 선열들 덕분에 해방을 맞이했지만 분단의 비극이 찾아오게 됐습니다. 그때 찾아온 해방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지 않고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위해 하나가 됐어야 했는데 외세에 편승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독립과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게 호소합니다. 지난 광화문광장과 전국의 촛불 중심에는 세월호의 피의 외침이 있습니다. 많은 적폐 청산 과제가 있지만 세월호 진실 규명이 먼저입니다. 아니, 세월호를 풀어 가면 적폐 청산과 나라다운 나라, 평화를 이루는 나라가 열릴 것입니다.

세월호로 정치권에 입성하신 분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우선 세월호에 집중해서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저것 다 잘하겠다고 덤벼들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력이 다른 것에 정신을 팔도록 유혹하고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 더불어 사는 안전한 미래 사회를 열기 위해서입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혹 다른 것 때문에 세월호의 진실을 묻어 버린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패가 담긴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416 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특별수사단 설치를 위한 국민 서명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요?
왜 배 안에 있던 304명 모두가 희생돼야 했는지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권력은 무엇을 했는지요?
왜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고 왜곡하고 있는지요?
왜 종교는 유가족들을 위로하지 못하고 상처에 상처를 주고 있는지요?
왜 정치인들은 세월호를 이용해 편 가르기를 하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지요?
왜 일부 국민은 왜곡된 여론에 속아 세월호 가족에게 돈 때문이라며 깊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요?

이것은 원수를 갚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복수로 또 다른 피를 부르려는 것이 아닙니다.

304명의 무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모두가 안전한 나라에서 살기 위함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평화로운 사회를 세우기 위함입니다.
불의와 탐욕과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의 역사가 이 땅에서 일어나기 위함입니다.

오늘 우리 모두는 애통해하며 울부짖던 광화문광장이 부활의 역사를 일으키는 광장으로 민족사에 남을 것을 바라보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합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부활의 역사에 동참합시다.

방인성 / 함께여는교회 목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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