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렇게 머리를 밀고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요?"
"아, 네…. 참사 후 1년이 지나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돼서…."

삭발은 남성보다 여성이 했을 때 훨씬 더 처절하다.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난 2015년 4월,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되니 어머니들까지 삭발을 했다. 자식 죽음의 이유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한 가지 마음으로.

죽은 아들과 온 가족이 오래도록 출석한 교회에서 일어난, 죽음만큼이나 슬픈 이야기가 있다. 참사 1년 후까지 고등부 교사로 섬기던 한 어머니를 교회에서 밀어낸 일이다. 그가 삭발한 상태로 교회에 가자, 담임목사가 담당 부서 책임자를 불러 그 어머니가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게 하라고 지시한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2015년 4월 2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식을 단행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더 깊이 가슴을 후벼 판 것은 "이제 그만하지", 심지어 "천국에 있는 아들이 원하겠느냐"는 말들. 그렇게 신앙의 이웃은 참 잔인했다.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겠다는 생각에, 우리 교회와 꿈의숲기독교혁신학교가 세월호 참사 가족을 모시고 간증의 시간을 가졌다. 거짓으로 교묘히 포장된 언론들의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구조하지 않은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어머니의 절규를 듣고 참 많이들 울었다.

가슴이 더 미어지는 것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이다.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사람들이 오늘도 싸우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응당 우는 자 편에 서야 할 한국교회가 악의 집단 쪽에 선 기이한 현상이라니. 삭발한 어머니 교회 목사의 행위는 전체 한국교회의 민낯을 보여 줬다. 세월호 문제로 망언을 해서 한국교회를 욕보인 목사들, 자식 죽은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절규를 애써 외면한 한국교회는 몰락하고 있다.

평생 <동아일보>에 근무한 후 은퇴한 선배 한 분이 섬기던 교회를 떠났다. 세월호 참사 후 만난 그는, 도대체 한국교회는 이해할 수 없는 위선적인 집단이라고 했다. 온 나라가 초상집인데 목사가 어찌 설교 시간에 세월호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느냐, 기도 한 토막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도 답답해서 남선교회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하니 "장로라는 놈이(그분 표현) 교회에서 그런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핀잔을 했다는 것이다. 그날로 교회를 떠났단다.

세월호 참사 5년의 슬픈 아침.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헤매는 애처로운 한국교회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 않아서만이 아니라 정치와 야합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슬프다. 세월호 사건 초기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교회는 박근혜가 싫어하는 것 같으니 그를 대신해서 참사당한 자들을 쥐어박는 무지막지한 주먹이 되었다.

백혈병 투병 중인 동료 아들을 위해 단체로 삭발하고 문병 갔다는 미국 소방관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자식이 죽은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삭발한 엄마를 매정하게 추방한 한국교회, 공감 능력 지수가 제로인 이 집단을 이제는 한국 사회가 방출하고 있다.

박원홍 / 서문교회 담임목사, 꿈의숲기독교혁신학교 교장

박원홍 목사. 사진 제공 박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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