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행전 - 평범한 일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101가지 신앙 이야기> / 류호준 지음 / 세움북스 펴냄 / 308쪽 / 1만 5000원

<일상행전>(세움북스), 너무나 일상적이고 소소한 내용이기에 어떤 추천도 없는 일상적인 책이다. 부제가 '평범한 일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101가지 신앙 이야기'이다. 저자는 류호준 목사(무지개교회)이고, 백석대학교 구약학 교수였다. 2019년 은퇴하고 글쓰기 전념하려 하고 있다. '일상'에 관한 여러 저술을 출판해 진리와 은혜를 공유하려고 했고, 은퇴 후에 첫 저술을 세움북스에서 냈다. 목사와 신학자로 있을 때도 '일상'을 좋아했는데, 목사와 신학자의 자리에서 떠난 이후에는 일상 속에서 어떤 '일상'을 찾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일상행전>에서는, 사역 말년까지 저자가 수십 년 사역하면서 보았던 교회와 신학계에서 있는 소소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쓸데없는신비한잡학사전)은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일상행전>은 일상에서 알쓸신잡을 선보인다. 알쓸신잡은 여행·지식·잡담이 어우러진 인문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일상, 신학적 사고, 성경에 대한 지식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일상행전>은 저자가 일상에서 발굴한 101가지 소재를 소개했다. 저자는 '일상日常(daily life)'을 반복적이고 무료하며 지루하기도 한 것으로 인식하면서, 인생살이 대부분이 일상의 연속이라고 했다. 101가지 이야기를 구분 없이, 끈기는 것 없이 나열했다.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질서가 없다. 일상 이야기, 신학교 이야기, 신학·성경 이야기가 이리저리 섞여 있다. 그리스도인의 복잡한 일상이 그대로 나타낸 것처럼 보인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겠지만, 화장실용 도서로도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짧은 시간에 하나하나 읽을 수 있고, 깊은 사색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다룬 각각의 소재에다가 자신의 사고를 연결해 글을 만들면, 저자의 일상과 독자의 일상이 연결되는 학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소재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발상과 위트가 있다.

101가지 이야기는 모두가 일상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라서 독특하다. 자기 일상과 지식과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에 101가지 모두가 단막극이자 연속극이다. 에피소드28은 '신라면 유감'이다. '신라면'의 '신'을 해석하면서 성경 고전어(히브리어·헬라어), 한자어, 국어 등을 총체적으로 활용해 글을 풀었다.

일상은 설교 예화의 생생한 보고寶庫다. 멋진 예화를 찾아내 제시하기보다, 일상에서 발견한 사건·성경·신학,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 신학자이자 설교자다. 이 책은 일상을 통해 사람의 생애 전체와 미래를 조망하는 유익한 저술이다. 목회자이자 교수 사역자로서 겪은 다양한 일상은 자체로 보화다.

위대한 신학자들은 체계적 저술보다 잡록雜錄을 모은 책이 많다. 더 많은 이들의 유사한 저술이 필요하다. 순천대대교회 공학섭 목사가 쓴 <시골 목사 이야기>·<글로 쓰는 목회>(토라)가 생각나기도 한다. 류호준 박사의 <일상행전>은 <일상행전2>를 기대하게 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고경태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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