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4월이 되면 한 노교수의 외침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부활절과 세월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 사는 내내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 어간에 일어난 최악의 참사. 이 아이러니는 우리를 괴롭게 한다.

5년 전을 기억한다. 세월호 침몰 이틀째부터 나는 안산에 있는 교회들을 취재했다. 교인들은 기도회 시간이 아닌데도 예배당에 나와 기도했다. 그때는 신앙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죽은 사람도 살리는 하나님을 믿고 엎드렸다. 한 장로는 이렇게 기도했다. "그 많은 생명이 바다에서 잠들게 된다면, 다가오는 부활절에 우리가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부활절은 세월호 침몰 닷새째였다. 실종자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 장로의 기도처럼, 아무도 예수의 부활을 기뻐하지 못했다. 평소처럼 환희에 찬 새벽은 없었다. 한국교회는 그렇게 부활절을 맞았다. 참담하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교인들은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한 명이라도 살려 달라고 빌었다. 그 기도들은 다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하나님은 무얼 하고 계셨는가.' 세월호 사건은 기독교인들에게 묻는다. 죄 없는 생명이 스러져 가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무슨 의미였는가.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예수가 죽음을 이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많은 목사와 신학자가 지난 5년간 이 질문에 답을 내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답을 얻었는가.

우리는 지금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모른다. 세월호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진실과 고통이라는 관점에서, 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벌써부터 환희와 승리의 부활절을 준비하는 이들은, 5년 전 느꼈던 모순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2000년 전 한 사내의 죽음과 부활은, 지금 세월호 가족들에게, 그리고 그들과 동시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무수한 신앙적·신학적 분석이 나왔지만 - 그중에는 망언 수준의 얄팍한 것도, 깊은 묵상을 요하는 것도 있었지만 - 살갗에 닿을 정도로 공감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서, 나는 아직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 질문이 계속되는 한 그리스도의 부활을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잔혹한 4월, 세월호를 비롯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올해도 괴로운 부활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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