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세습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헌법위원회 보고를 보류했다. 예정연은 총회 임원회가 월권을 저질렀다며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을 규탄해 온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최경구 대표회장)가 이번에는 총회 임원회를 걸고넘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린 헌법위원회 보고를 보류하자 반발한 것이다.

예장통합 헌법위원회(이현세 위원장)는 올해 3월 목회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헌법 28조 6항(세습금지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현행 세습금지법이 이미 '은퇴한' 목사·장로의 직계비속을 위임목사로 청빙하는 것까지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는 직전 102회기 헌법위가 내린 해석과 동일하다. 지난해 9월 예장통합 103회 총회는 102회기 헌법위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보고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현 헌법위는 103회 총회 결의도 무효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총회 임원회는 헌법위가 유권해석한 두 건의 보고를 받지 않고 보류했다. 임원회는 4월 3일 "헌법위의 유권해석은 103회 총회에서 부결·삭제된 해석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103회 총회 결의가 불법이라는 보고와 관련해, 임원회는 "헌법위가 총회 결의와 관련해 유·무효를 판단할 수 없다. 103회 총회 결의는 존중돼야 한다"며 심의를 거부했다.

"명성교회는 아무 잘못 없어,
지교회 보호 않고 강 건너 불구경"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총회 임원회가 이같이 결정하자, 예정연은 발끈했다. 최경구 대표회장은 4월 10일 예장통합 총회 회관 앞에서 '총회 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성교회를 지지해 온 이경희 목사(총회 전 재판국장), 남삼욱 목사(서울동남노회 전 재판국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최경구 목사는 총회 임원회가 '월권'과 '직무유기'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헌법 해석은 오직 헌법위원회만 가능한데 임원회가 '심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심의는 헌법위만 하는 건데, 총회 임원회가 여론을 의식해 황당한 결정을 내리고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총회장의 직무를 정지해야 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총회 임원회는 공문을 통해 유권해석에 대한 보류 이유를 밝혔지만, 최 목사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전반적으로 (임원회가) 헌법위의 해석을 마음에 안 들어 한 것이다. 103회 총회 당시 보고는 보고대로 받았어야 한다. 총회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교단과 한국교회를 위해서 명성교회를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최 목사는 "명성교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예장통합을 대표하는 명성이 무너지면 통합도 무너진다. 통합이 무너지면 한국교회도 무너진다. 불법을 저지른 총회장과 임원회를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와 교단은 지교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최경구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이야기를 꺼냈다. 최 목사는 "예장합동을 봐라. 대법원이 (오정현 목사 위임 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파기환송하니까 교단이 나서서 사랑의교회를 보호하지 않나. 교단이 보호하면 되는 것이다. 예장합동과 달리 예장통합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연은 총회 임원회가 헌법위의 보고를 받지 않을 경우 총회장 직무 정지 및 탄핵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최 목사는 "심지어 (이 문제와 관련해) 9월 총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원회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헌법위가 해석한 28조 6항을 지체 없이 확정 통보하라"고 말했다.

예정연은 총회 임원회 행보로 교단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입장문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헌법위 보고를 심의 거부와 거절로 보류한 것은 직권남용이며 직무유기 행위이다 △총회 수습전권위원회는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측과 더 이상 타협하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장로교 근본인 소속 지교회를 중심으로 속히 정상화하기 바란다 △총회 임원회는 교단과 소속 지교회를 교단 밖 세력들과 연대하여 위협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들(세교모)과 일부 불순한 목회자와 신학생들을 강력히 다스려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내홍 중인 예장통합. 총회 관계자들은 "올해 9월 열리는 104회 총회도 시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정연은 이날 오후 2시 림형석 총회장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림 총회장은, 임원회는 한쪽 편을 들 수 없으며, 명성교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헌법위원회는 총회 결의의 유·무효를 판단할 수 없다며 예정연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최경구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원회는 중립이다'는 총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명성교회는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만일 명성교회가 떠밀려 (교단을) 나가면 예장통합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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